첫눈이 오면

이병희 독자 / 기사승인 : 2019-12-05 09: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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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이제 첫눈이 내린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아직도 가을은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데. 첫눈이 내리면 참 마음이 설레지요. 괜한 낭만에도 젖어보고.


32년 전에도 그해 첫눈을 그렇게 기다린 적이 있었지요. 군대 있을 때였습니다. 첫눈이 내릴 즈음이면 제가 제대를 하는 시기였지요. 그래서 침상에 철모에 온통 ‘첫눈이 오면 그때는’이라는 문구를 새겨 넣었지요. 군대 마지막 동계 훈련, 그때 마침 그해 첫눈이 하염없이 내렸지요. 나는 마냥 기분이 좋아서 참호 속에서 집에 갈 날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서 전령이 비상통지문을 가지고 와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오 분 뒤 저를 호출하더군요. 아버님이 위독하시다고. 바로 저한테 온 거였습니다. 지난 번 마지막 휴가 때도 조금 편찮으신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부대에 복귀하면서도 눈발이 그렇게 휘날렸지요. 하지만 그때는 눈이 녹아서인지 내 눈에 뜨거운 눈물만 날렸습니다. 


그렇게 집에 새벽에 도착하니 우리 아버지, 삶에 마지막 숨을 가쁘게 쉬고 계셨습니다. 이렇게 가시면 안 되는데...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 가시기 전에 두 손을 꼭 잡아 드렸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아버님 사랑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가시고 이 땅에서 삼일을 더 계시고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땅에 내려가시던 날도 그렇게 무심히 눈발이 흩날렸습니다. 늘 모든 일에는 완벽해야 했고 말씀이 없으셨던 분이지만 자식들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웠던 분이었는데, 그 분을 데리고 갔던 그 병이 마지막까지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 병이었는지... 하지만 가시는 그 순간까지도 참고 계시던 모습, 가족에게 보여준 마지막 사랑이었음을... 이제 그분이 가신 지 벌써 내 인생의 절반이 넘었고 이제 내 나이 그분의 나이가 되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한 그분의 사랑이 그립습니다.


이병희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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