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과 투키디데스의 함정, 그리고 한일관계(1)

심규명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7-25 09: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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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명의 이심전심

라이언킹이 다시 돌아왔다. 4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가서 보았던 애니메이션 영화를 25년이 지난 지금 그 아들의 손에 이끌려 불감청고소원의 심정으로 다시 보았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구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으나 실사기법으로 처리된 동물들의 연기(?)가 놀랍다. 새삼 영화기법의 발전에 감탄할 따름이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동물의 왕인 사자 무파사를 동생인 스카가 죽이고 왕이 되지만 어린 아들 심바가 커서 삼촌을 몰아내고 프라이드 록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디즈니의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다루는 영화이다. 동물들의 디테일한 감정표현은 미흡하지만 25년 전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것 같다. 다만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서 새삼 떠오르는 부분은 동생 스카의 역할이다. 스카는 형 무파사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악역이다. 굳이 동생을 악역으로 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형과 동생의 갈등과 대립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형이 구축한 기존의 질서에 동생이 자라나면서 도전을 하게 되고 그 과정 속에서 어떤 타협책을 찾지 못하면 갈등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것이 스카와 같은 악역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와 같은 기존세력과 신흥세력의 갈등은 모든 사회와 집단은 물론 국가 간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새로이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 위협해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하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작은 사건이더라도 대규모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신구세력 간의 충돌가능성을 그레이엄 엘리슨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했다(예정된 전쟁). 투키디데스는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스는 수많은 도시국가로 이루어져 있었다. 스파르타와 아테네도 그 도시국가 중의 하나였다. 아테네가 민주주의를 꽃피운 것으로 알려진 반면 스파르타는 병약한 아이는 버려지는 것이 상징하듯 극단적인 군사문화의 표본으로 남아 있다.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전쟁에 나가는 아들에게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방패를 거뜬히 짊어지고 오든지 아니면 그 위에 실려서 돌아오라고 할 정도로 명예를 소중히 여겼다. 영화 <300>은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스파르타 병사들이 페르시아의 침략을 죽음으로써 막아낸 역사적 사실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스파르타의 이러한 사회 운영원리는 당대 그리스 도시국가 중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내며 지배세력으로 군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략하자 그리스의 모든 도시국가들이 힘을 모으게 된다. 당연히 최고의 보병을 보유하고 있던 스파르타가 적극적으로 참전해 혁혁한 전과를 올리게 된다. 아테네 역시 수많은 병사를 파병해 마라톤의 유래가 된 마라톤 전투를 비롯해 스파르타 못지않은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살라미스해전에서 페르시아군의 1/3에 불과한 병력으로 페르시아군을 궤멸시켜 페르시아전쟁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 후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델로스 동맹을 결성하고 도시국가들로부터 보호비용을 받아 최강의 해군을 보유하게 된다. 이와 같이 결성된 동맹국 간의 무역으로 그리스는 최대의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한편 스파르타는 자신의 국가 내에서 자국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기에 다른 나라의 일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다. 그러한 스파르타였지만 중립국을 대상으로 동맹국이 돼달라고 설득하고 다니는 아테네를 마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전쟁이 필연적이었던 것은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것을 그레이엄 엘리슨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명명했다. 명쾌했다. 얼마 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전쟁을 한 이유가 명쾌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고 불리는 충돌을 겪은 후 두 도시는 평화협정을 체결해 30여 년간을 잘 지내오지 않았는가. 큰 화재는 흔히들 사소한 불씨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모든 불씨가 큰 화재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그리고 인화물질 등 여건이 갖추어질 경우 작은 불씨도 쉽게 대형화재로 번지게 된다. 기존의 지배세력이 구축한 질서를 신흥세력이 잠식해 오면 기존세력은 신흥세력에 지배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저변에 깔리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은 충돌은 언제나 세계사를 바꾸는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그러했던 것이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엘리슨은 15세기 이후 신흥세력과 지배세력의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는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의 전쟁이지만 인류의 역사상 이러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이 가능한 16개의 사례를 찾았다. 그 중 전쟁을 회피한 것은 4개의 사례이며 나머지는 모두 전쟁으로 갈등을 해결했다. 전체 사례의 75%가 전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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