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비명(非命)(2)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11-20 09: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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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백성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선량한 백성들은 운명의 실체를 보지도 못했고 운명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운명론은 백성들이 느끼는 실정(實情)에도 어긋난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옛날 열사와 뛰어난 대부들은 신중하게 말하고 지혜롭게 행동했다. 이들은 위로는 임금에게 법도로써 충고하고, 아래로는 백성을 가르쳐 따르게 했다. 그리하여 위로는 임금의 상을 받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칭송을 받았다. 그들의 명성은 없어지지 않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의 노력이다’라고 말하지 ‘내가 운명을 보았다’고 말하지 않는다.”[초지열사걸대부(初之列士桀大夫), 신언지행(慎言知行), 차상유이규간기군장(此上有以規諫其君長), 하유이교순기백성(下有以教順其百姓), 고상득기군장지상(故上得其君長之賞), 하득기백성지예(下得其百姓之譽). 열사걸대부성문불폐(列士桀大夫聲聞不廢), 유전지금(流傳至今). 이천하개왈(而天下皆曰) 기력야(其力也), 필불능왈(必不能曰) 아견명언(我見命焉).]
운명론은 백성의 이익에 부합하는가? 묵자에 의하면 운명론을 따르면 지배자는 인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며, 운명론을 따르는 백성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게 된다. 즉 사회적 분업을 파괴해 정치가 혼란스럽게 되고 백성이 필요한 물자가 부족하게 돼 결과적으로 피지배층인 백성들이 추위와 굶주림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늘날 왕공대인이 운명론을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반드시 옥사와 정치를 게을리 하고, 경과 대부들은 반드시 관청과 창고를 다스리는 일에 게을리 하고, 농부는 반드시 농사짓고 나무 심는 일을 게을리 하고, 아녀자는 반드시 실을 잣고 베를 짜는 일에 게을리 하게 된다. 왕공대인이 옥사와 정치에 게으르고, 경과 대부들이 관청과 창고를 다스리는 일에 게으르면, 나는 천하가 어지럽다고 생각한다. 농부들이 농사짓고 나무 심는 일에 게으르고, 아녀자들이 실을 잣고 베를 짜는 일에 게으르면, 나는 천하의 입고 먹을 재물이 장차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금수무재호왕공대인(今雖毋在乎王公大人), 괴약신유명이치행지(蕢若信有命而致行之), 즉필태호청옥치정의(則必怠乎聽獄治政矣), 경대부필태호치관부의(卿大夫必怠乎治官府矣), 농부필태호경가수예의(農夫必怠乎耕稼樹藝矣), 부인필태호방적직임의(婦人必怠乎紡績織紝矣). 왕공대인태호청옥치정(王公大人怠乎聽獄治政), 경대부태호치관부(卿大夫怠乎治官府), 즉아이위천하필란의(則我以為天下必亂矣). 농부태호경가수예(農夫怠乎耕稼樹藝), 부인태호방직적임(婦人怠乎紡織績紝), 즉아이위천하의식지재장필부족의(則我以為天下衣食之財將必不足矣).]


그리하여 묵자는 다음과 같이 단호하게 운명론을 배격한다. 오늘날 천하의 선비와 군자들이 진실로 천하가 부유해지기를 원하고 가난해지기를 싫어한다면, 천하가 잘 다스려지기를 원하고 혼란스러움을 미워한다면, 운명론자의 말을 비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은 천하의 큰 해악이기 때문이다.[금천하지사군자(今天下之士君子), 충실욕천하지부이오기빈(忠實欲天下之富而惡其貧), 욕천하지치이오기란(欲天下之治而惡其亂), 집유명자지언(執有命者之言), 불가불비(不可不非). 차천하지대해야(此天下之大害也).]


운명론을 받아들이면 백성들은 지배계급의 폭정을 운명이라고 순응하게 되기 쉽고,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운명이라고 탓하며 생업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기 쉽다. 하층계급의 이해를 대변했던 묵자로서는 이러한 운명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회개혁을 위해서도 운명론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으리라. 묵자는 당시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유가의 운명론을 배척하면서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책임지는 삶의 주인’임을 천명한 셈이다. 유가에서 말하는 천명(天命)에서 파생되는 특권적인 질서를 부정하면서 그 대안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천지(天志)를 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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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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