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일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19-07-04 09: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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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원고 쓰는 날입니다.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네요. 사실 일상에서는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지내는 편이라 원고를 쓸 때가 되면 무엇을 쓸지 매우 골똘히 생각하는 편입니다. 지난 글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기억과 기록의 다른 회원들이 쓴 기사도 찾아 읽으면서 말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이런 것을 써도 되는 걸까?’를, 어렵게 마무리해서는 ‘좋은 읽을거리가 안 되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합니다. 이토록 힘든 시간을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데도 매월 이렇게 용기를 내는 이유는 세상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해야 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무슨 이야기든지 해보아야지요.


<내 어머니 이야기>(1~4권, 김은성 만화). 2008년 처음 1권이 발간되었고 2014년 완간돼 절판됐지만, 김영하 작가의 추천으로 화제가 돼 재발간될 수 있었던 책입니다. 익숙하지 못한 함경도 사투리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며 읽어야 하므로 쉽게 넘어가지는 않지만,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역사와 우리 사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말입니다.


주인공은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의 진짜 어머니입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가족과 이웃을 살뜰하게 챙겼던 그 시대의 전형적인 여성이기도 합니다. 저는 사실 내용보다도 어머니의 삶을 만화로 그려낸 작가의 아이디어에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는 평소 어머니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 험난했던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일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본래의 의도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보통의 사람들도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고서는 지루하게만 들렸던 ‘그’ 시절의 ‘그런’ 이야기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느껴졌습니다. 듣다 만 제 어머니와 아버지의 옛날이야기가 궁금해졌고,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기억들은 그것 말고도 셀 수 없이 많겠지요.


역사학에서 다양한 삶, 다양한 시각에 대한 추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여러 연구자가 꾸준히 제기해 온 문제입니다. 혹시 <내 어머니 이야기>와 같은 책들이 더 나와 준다면 어쩌면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요?
메리 홉킨이 부른 ‘Those were the days(그런 날들이 있었지)’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옵니다.

We’d live the life we choose /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삶을 살았고
We’d fight and never lose /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어
Those were the days, / 그런 날들이 있었지
oh yes those were the days / 오, 그래 그런 날들이었어


누구에게나 이와 같은 젊은 시절이 있었을 테지요. 그때 그랬던 이야기를 글로써 마음껏 써보기를 추천합니다. 생각이었든 경험이었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라면 숨겨도 좋습니다. 다만 마음껏 꺼내어 놓은 그 이야기가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꺼내어 놓은 저마다의 이야기가 역사학의 좋은 텍스트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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