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와 연극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11-21 09: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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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담임교사가 한시 읊기를 좋아한다. 마치 동시 같은 한시를 우리말 동시처럼 뒤져서 아이들과 함께 읊는다. 한시 원문도 먼저 글자 풀이하고, 글귀 풀이하며 한문을 해석하고 맛보았다. 초등학생들은 무엇이든 몇 번 읽으면 다 왼다. 동시니까 더 쉽게 외고, 한시니까 신기해서 그저 따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왼다. 뜻을 알 듯 말 듯 잘도 낭송한다. 그러기를 30년을 했다.


이제 아이들이 이것으로 짧게 연극 대본을 짰다. 담임이 그것을 잘 다듬어 학생 교사 합작품을 만들었다. 내용을 잘 알고 늘 읊으니 대본을 쉽게 짠다. 올 12월 2일 월요일에 명덕마을서당 발표회를 한다. 한시를 읊고 그것을 연극으로 무대에 올릴 것이다. 연극 활동은 부끄럼 많고 목소리 작고 발표를 두려워하는 학생에게 묘약이 된다. 자투리 시간마다 연극 연습을 한다. 자주 연습해 내면의 용기를 끌어내니 누구나 배역을 시원스레 소화해낸다. 한시와 극본과 승당례문을 소개한다. 승당례는 졸업식의 전통 용어다.

<한시동시>


죽순

땅을 뚫고 갓 나온 뾰족 죽순
마음은 벌써 구름을 찌르다.
하늘에 올라 용이 되리라.
땅바닥에 배를 깔고 기지 않겠어.

<한시읊기>


嫩竹(눈죽)이라
洪世泰(홍세태1653-1725)라

嫩竹纔數尺(눈죽재수척)하나
已含凌雲意(이함능운의)를
騰身欲化龍(등신욕화룡)하리
不肯臥平地(불긍와평지)를

<연극대본>


고구마:용1, 김말이:용2, 홍삼:구름, 성주참외:뱀, 삶은문어:죽순
죽순: 오늘이 땅 뚫기 딱 좋은 날이구나!
뱀: 그런 생각 1도 하지 마라. 니 같이 보들보들한 녀석이 어떻게 땅을 뚫나?
죽순: 난 땅을 뚫고, 구름을 뚫고, 하늘에 올라 용이 되리라.
뱀: 꿈 깨,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쇠똥구리는 쇠똥이나 굴리는 거지.
구름: 뱀의 말 듣지 말고, 상관도 하지 말고, 어서 나를 뚫으렴.
죽순: 그래 구름 니 말이 맞아. 나는 땅 밑에서 10년을 준비했어.
용1: 너도 나처럼 용이 되어 하늘에서 같이 놀자.
용2: 그래 우리 셋이 함께 하늘을 날며 해와 달과 별들과도 친구하자.
뱀: 참 나 개똥같은 소리하네. 니가 용이 되면 나는 벌써 옥황상제가 되어 온 세상을 호령하겠지.
용1용2: 참새가 봉황의 뜻을 어이 알리오. 뱁새가 황새를 어찌 따르리오.
죽순: 고마워! 용들아, 기다려라.
그런 뒤
죽순: 야호, 용들아, 구름아, 얘들아, 내가 용이 되어 하늘에 올라왔어. 어디 있니?
용1용2구름: 새 친구, 죽순대나무용아, 우리 여기 있어, 네가 용이 되었으니, 우리 함께 구름을 타고 손오공과 홍길동을 만나러 가세!
죽순대나무용: 저기, 저기 저 아래, 뱀은 꿈이 작아, 아직도 배를 깔고 축축한 길을 기어 다니고 있구나!

昇堂禮(승당례)라
百餘年前(백여년전) 英語能通者(영어능통자) 萬中一(만중일) 當代最高知識人(당대최고지식인) 先導文化發展(선도문화발전) 羨望對象尊重讚辭(선망대상존중찬사) 當今漢文能通者極少(당금한문능통자극소) 關心者稀貴(관심자희귀) 再來東亞文明時代(재래동아문명시대) 漢文能力必須(한문능력필수) 最要漢中日三種言語能力者(최요한중일삼종언어능력자) 漢文創造語(한문창조어) 高級中日語之根(고급중일어지근) 中日兩語兼備生業語(중일양어겸비생업어) 我先祖善用漢文(아선조선용한문) 中近移萬物對等氣哲學完成(중근이만물대등기철학완성) 後孫善爲漢文當然(후손선위한문당연) 當爲新文明創造騎手(당위신문명창조기수)

백여 년 전에 영어를 잘 쓰는 사람이 우리 국민 만 명에 하나 정도였다. 이들은 당대 최고 지식인으로 문화발전을 선도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존중과 찬사를 받았다. 지금은 한문 능통자가 극소수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희귀하다. 동아시아문명시대가 다시 와서 한문능력이 필수가 됐다. 한문, 중국어, 일본어 삼종 세트의 언어 능력을 갖춘 인재가 최고로 필요한 시대가 됐다. 한문은 지식과 문화의 창조어 노릇을 하고, 고급 중국어 일본어의 뿌리다. 중국어와 일본어를 함께 하면 생업을 개척하는 데 아주 유리하다. 우리 선조들은 한문을 잘 활용했다. 중세에서 근대로의 이행기에 만물이 대등하다는 기철학을 완성했다. 후손들이 한문을 잘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땅히 새로운 문명창조의 기수가 돼야 한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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