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근대성(1)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11-27 09: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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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묵자는 모든 지식은 경험과 감각에서 출발한다고 주장하는 경험론자다. 경험론자로서의 묵자는 개인의 욕망과 이익추구를 인정한다.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혼란이 발생한다고 사유하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그것을 주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묵자는 백성을 노예로 취급받는 하층민의 수동적인 지위를 넘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개별적 인간이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개인으로 상정하고 있다. 개인이 ‘욕구와 욕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치 인간을 움직이는 힘을 추상적인 도덕이나 신앙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이나 공포를 포함하는 정념(passion)에서 찾았던 홉스(T. Hobbes 1588~1679)의 인간관과 비슷하다. 또한 그 개인이 ‘욕망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한다’는 면에서는 맨더빌(Bernard Mandeville 1670~1733)이나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시기에 이기심을 가진 근대적 인간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이 홉스에게는 ‘자연상태’를, 묵자에게는 ‘금수(禽獸)와 같은 천하의 혼란’을 상정하게 만들었고, 거기에서 홉스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계약에 기초한 근대국가의 필요성을 도출했으며, 묵자는 의로움을 조화시키는 상동(尙同)의 국가이론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인간관에서부터 논리적 가설과 국가이론의 도출에 이르기까지 논리적 구조가 영국의 근대사상가인 홉스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묵자의 근대성을 재평가할 수 있다. 


중세에 이르기까지 지배적 이데올로기였던 혈연에 의한 세습을 부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묵자는 너무 일찍 근대를 지향했다. 전국시대 중기의 맹자는 백성을 사리를 분별하지 못하는 갓난 아이[적자(赤子)]로 보기 때문에 백성이 잘못하면 무거운 형벌로 다스려서는 안 되고 교화시켜야 한다고 온정적인 왕도정치를 주장했으나, 그에게 있어서 백성은 통치의 대상일 뿐 주체가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가에서 통치자는 천명(天命)을 받은 사람에 국한됐다. 천명을 받기위해 공자의 경우 수기(修己) 즉 인격과 지식을 갖춰야 했고, 맹자의 경우도 자신의 마음을 다한[진심(盡心)] 다음에 자신의 본성을 알고[지성(知性)] 그리고 나서 하늘의 명령을 안다[지천(知天)]고 했다. 이러한 군자와 관료는 의(義)에 밝으며 도(道)와 덕(德)을 마음에 두지만, 백성은 이익에 밝고, 땅과 먹을 것을 마음에 둔다. 맹자 역시 지식인 관료는 항산(恒産)이 없어도 항심(恒心)을 가질 수 있으나 피지배자인 백성은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유가적 이분법은 주(周)나라 봉건제(封建制)를 지향한 종법(宗法)제도에 기초해 혈연에 의한 세습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하여 맹자가 위민(爲民) 민본(民本)을 주장했음에도 논리적으로 백성은 항상 통치의 대상일 뿐이며 결과적으로 세습되는 지식인 관료 집단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묵자는 자신의 이익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을 상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혈연에 의한 세습을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의 이익이 타인의 이익과 충돌해 갈등이 생길 때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를 선택하는 정치과정에서 참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운명론을 비판하면서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기 운명의 주인임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은 사회적 분업 체제에 포섭돼 노동하기 때문에 그 정당한 대가를 최소한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굶주리는 자는 먹을 수 있고 추위에 떠는 자는 입을 수 있으며 일하는 자는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최소한의 보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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