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에서 일자리 창출 기회 찾다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8 09:5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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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해상풍력

‘한국의 산업수도’라고 불리는 울산에서 50년 넘는 세월 동안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3대 주력산업 중 하나인 조선업은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의 밀접한 협업을 바탕으로 지역경제의 근간을 다져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호황을 누리던 한국의 조선업은 2008년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기에 직면했다.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에 따른 지역경제 역시 생기를 잃어갈 수밖에 없었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역할로 자리하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고용으로 인한 소득증대에 이어 소비증대는 다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선순환 구조가 바로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이다. 울산에서의 일자리 창출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지역 주도의 산업이 육성돼야 하며, 이를 통해 지역 일자리 확산이 이뤄질 수 있다. 


지난 2월 국제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는 스탠퍼드-UC버클리 대학 공동연구팀의 ‘한국에서 그린뉴딜 에너지 정책이 전력공급 안정화와 비용, 일자리, 건강, 기후에 미칠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2050년까지 에너지 구조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일자리 144만 개 이상이 순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100% 전환을 이루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전망은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제적 영향력과 앞으로의 시장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출처: 현대중공업


해상풍력으로 향후 10년간 수십만 개 일자리 창출

여러 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해상풍력은 특히 우리나라의 지리적 조건이나 산업적 조건에 잘 맞는다. 게다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해상풍력 건설과 운영비용만으로 78조 원의 투자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에서 발표한 '해상풍력 산업화 전망과 과제'(2017년)에 의하면 10년간 45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울산의 깊은 먼 바다는 해상풍력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완전히 충족한다. 50km 먼 바다로 나가면 부럽지 않은 풍황 자원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조선, 해양플랜트 산업체와 전문 종사자들, 그리고 관련 대규모 국가 산업단지들이 위치해 있다. 산업 기반 차원에서도 해상풍력 개발, 건설, 운영에 필요한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이다. 해상풍력단지 조성 과정에서 조선, 해양플랜트 기술 활용,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인력 양성, 공급망 구축 등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연민 울산대 산업경영공학부 교수는 “조선해양 사업과 부유식 풍력발전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이미 해양플랜트 제작 능력과 주변 산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특히 부유체는 용접이 대부분이어서 그간의 숙련 기술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 시추선을 설계, 시공한 기술이 있기에 향후 부유체의 설계, 시공으로 손쉽게 사업 전환을 할 수 있다. 기왕의 크레인, 야드 등을 부유체 대량 생산에 이용하기 쉽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상풍력 시장이 한국의 조선·선박 산업 재활과 일자리 창출에 중대한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상풍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용 증대 효과는 비단 울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연관 산업들도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12년 당시 녹색경제 투자기관인 그린인베스트먼트뱅크(Green Investment Bank)를 설립하며 녹색경제 확산에 대한 비전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그린인베스트먼트뱅크는 현재 GIG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각지에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지원과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영국을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 덕에 영국 전 지역에 걸쳐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전문인력 양성 효과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기업 등 관련 업종에도 43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생기는 부가가치 창출의 결과를 낳았다. 


국내에서도 해상풍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2017년 국회 신재생에너지포럼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해상풍력 1GW 당 약 3만5000여 명의 직접고용이 창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우량 전라남도 신안군수는 “신안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통해 상시 일자리 4000여 개를 포함해 직간접 일자리 11만7000여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울산의 경우 역시 6GW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통해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풍력단지인 탐라해상풍력단지 ⓒ이종호 기자

 

울산시, 동북아 에너지허브 구축 목표로
도시재생사업, 전문인력 양성 추진


하지만 해상풍력산업은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안착시키기 어려운 일이다. 초기비용과 리스크 때문이다. 초기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고 장기적인 비전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영국, 독일, 덴마크 등 해상풍력 강국들도 모두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장기적 동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조선·선박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해상풍력이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이 시점, 기회 선점의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국내 산업경제 활성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순발력 있고 유연한 정책적 지원, 그리고 장기적이고 일관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 GIG가 투자한 영국 갤로퍼 해상풍력단지. 출처: GIG


울산시는 침체된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적극 나선다고 최근 발표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무분별한 도시 확장, 주거 환경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옛 도심 지역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도시 기능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한다. 특히 조선업 불황으로 인구 유출이 심한 동구 일산동 4만1000여㎡에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울산시는 일산동에 2025년까지 해상풍력 컨트롤타워 조성, 해양글로벌 지원센터, 산업인력 업그레이드센터, 벤처창업거점 공간, 조선·해양체험센터를 건립해 침체에 빠진 동구 경제를 지원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또 에너지경제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 협력 생태계의 핵심역할을 하게 될 ‘울산에너지융합대학원’ 설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울산시는 자동차와 화학,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에다 ‘에너지허브’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에너지융합대학원 설립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울산시는 동북아 에너지허브 구축을 목표로 현재 수소경제, 부유식 해상풍력, 원전해체산업, 동북아 오일가스 사업, 차세대전지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호 기자

<연관 네이버 포스트>
-국내 일자리 창출, 해상풍력에서 기회 찾는다 https://url.kr/fVGl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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