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에 담긴 감정

박다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12-11 09: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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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어릴 때 나는 잘 울지 않는 편이었다. 친구랑 싸워도 울기보다는 오히려 화내면서 성질을 마구 부리는 쪽에 속했다. 주변 사람들은 나한테 어른스럽다는 말을 많이 했지만, 사실 나는 그만큼 성깔 있는 애였다. 그런 나를 자주 울게 했던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독설을 잘 뱉는 엄마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내 가슴에 꽂혀 흘러내렸다. 또 밖에서는 진보적이지만 집에서는 보수적인 아빠랑 대화를 할 때면, 매번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이 나를 무너트렸다. 상처받은 마음에 흘렸던 그 때의 눈물은 청소년기를 지나고 성인이 되면서 부모님과 다툴 일이 적어지자 자연스럽게 줄었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반면,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눈물이 많아졌다. 


과거의 나는 내가 상처를 받은 상황을 제외하고는 잘 울지 않았고, 웬만해서는 눈물이 나지도 않았던 거 같다. 다 같이 슬픈 영화를 봐도 모두가 우는데 혼자서 울지 않던 나였는데, 지금은 그 이야기가 조금만 슬퍼도 금세 주르륵 눈물이 난다. 그렇다고 딱히 이전에 타인의 감정을 공감 못 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함께 슬퍼하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도 자주 했다. 나이를 먹어 가면서 많은 다양한 경험을 했고,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면서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아픔도 아프지만, 세상에 일어나는 많은 안타까운 일들이 너무 고통스럽다. 심지어 옆에서 누가 울면 그 사람의 감정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같이 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단순히 슬퍼서 흘렸던 눈물에서 벗어나, 말도 안 되는 일에 미친 듯이 화가 날 때, 불합리함이 속 터지게 억울하고 분할 때, 주변 사람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 때, 세상의 따뜻함에 감동이 벅차오를 때, 소중한 사람을 소홀히 해서 미안할 때,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심이 될 때, 각각 다른 종류의 눈물이 흐른다. 이 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책에 감정이입이 될 때, 혼자서 새벽에 밤공기를 마실 때, 샤워하다가 많은 생각이 몰아칠 때, 누군가의 경험을 듣고 같이 마음이 아플 때, 그리운 사람을 떠올릴 때, 상대방의 보이지 않던 뒷모습이 느껴질 때, 부모님의 지나간 세월이 보일 때도 눈물이 나온다. 


그렇게 나는 예민해졌고, 계속해서 예민해지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얼마나 눈물을 흘리는 편인지는 모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다른 사람 앞에서는 잘 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각자 저마다 마음이 동하는 곳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는 그 포인트가 많은, 아주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늘어난 눈물과 함께 감정도 훨씬 풍부해졌고, 예전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하지만 때때로 눈물이 감당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하는데 감정 컨트롤이 안 돼서 눈물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경우가 바로 그럴 때다. 억울한 상황에서 설명을 하고 싶은데 눈물이 나서 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화가 치밀어서 성질을 내고 싶은데 눈물이 먼저 나게 되면 짜증이 솟구친다. 눈물은 늘었지만, 반대로 일부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차츰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는 감정을 숨기라고 말하면서, 절제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숨기고 싶지 않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눈물로 표현하기보다, 기쁠 땐 있는 힘껏 배꼽 빠지게 웃고, 슬플 땐 세상 떠나갈 듯이 슬프게 울고, 화날 땐 상대를 잡아먹을 듯이 강렬하게 화내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박다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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