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톡 곰파 축제와 카메라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19-08-21 10: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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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보는 세상

라다크에 온 지 한 달이 다 돼간다.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오래된 미래>라는 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이상열 화가의 라다크 그림 때문이었다. 황량한 바위산 위에 고립된 듯 서 있는 집들은 마치 사색에 잠긴 지 오래 된 노인의 모습 같았다. 삶의 고난을 겪으면서 깨닫게 된 무엇, 부드러움, 낡은 안전함 같은 것들을 만나고 싶었다.


<오래된 미래>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에는 매일 찾아오는 관광객이 6만 명 정도로, 주민 3만 명의 배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 인도인들이 반을 차지한다고 하니 자국민들의 피서지로서도 인기가 있는 것이다. 농토에 온통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라다크는 이제 관광이 주 수입이 된 것이다. 첫인상이 동남아시아의 관광지에 도착한 것이 아닐까 했는데 그렇게 된 이유가 있었다. 


두 번째 머물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우먼스 얼라이언스까지 거리가 걸어서 2분 거리였다. 그곳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다큐 비디오를 보았다. 책의 저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오래된 공동체 경제의 아름다움과 지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백인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달 가까이, 그동안 작은 여행도 몇 개 다녀왔다. 지금은 할 일 없이 메인스트리트에서 해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지내고 있다. 처음 오는 관광객이 매일 6만 명, 인구의 두 배라는 것. 그것은 매일 카메라를 들고 오는 각양각색의 외지인들이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만나는 일이다. 현지인들의 일상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자신의 여행을 슬쩍 기록하는 일, 새로운 사람과 복색을 만나거나 길거리에 네 발 뻗고 잠든 개들을 향해 카메라를 향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유쾌한 일에 들어간다. 그런데 대포 같은 크기의 카메라를 얼굴에 바싹 들이대고, 심지어 걷고 있는 사람들에게 멈출 것을 요구하면서 수십 분간 밀착 촬영을 하는 장면을 만나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 탁톡 곰파 축제. 화려하고 섬세한 복장의 스님이 춤을 추는 동안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광객들. ⓒ조숙


탁톡 곰파 축제에 참여했다. 오래된 곰파에서 하는 유명한 축제라고 했다. ‘유명’한 것일수록 허와 실의 거리가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참여했다. 바위를 지붕 삼아 세운 곰파는 가슴을 서늘하게 했다. 라다크에서 사원이나 왕궁은 살기 척박한 곳에 지어진다는 사실, 하다못해 군부대도 사막에 세운다. 살기 좋은 곳은 농토나 사람들이 살도록 한다. 탁톡 곰파는 바위 사이에 흙벽돌을 세우고 문을 달아 수행처로 삼았다. 그 안에 들어가면 천장도 바위고 벽도 바위다. 부처님 그림도 바위에 그려져 있다. 마음이 바뀌었다. 


축제가 시작되는 낮은 나팔 소리가 들리고 새로 지은 곰파의 넓은 공간으로 향했다. 화려하고 섬세한 복장의 스님들이 악기 소리에 맞춰 느리고 품위 있는 춤을 추었다. 춤이기보다는 마치 기도하는 듯 자아몰입의 몸짓들이었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외국 관광객들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천막을 치고 플라스틱 의자를 놓은 곳은 외국인에게 돈을 받고 주는 장소인 듯 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현지인들은 나무 그늘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나도 그 틈에 끼어 앉았다. 시원하고 편안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수록 자리는 조여 왔다. 노인들은 다리를 뻗고 아기들은 주변 사람에게 몸을 기대며 놀았다. 빵도 주고 버터차도 끓여주었다. 현지인들은 가방이나 소매깃에서 자신의 찻잔을 꺼내 차를 받고 나는 종이컵에 마셨다.


축제를 보는 동안 힘들었던 것은 단체로 등장한 카메라 관광객들이었다. 하나 같이 자신의 어깨보다 커다란 시커먼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시야에 상관없이 축제의 중요 장면을 독점하거나, 앉아있는 현지인들을 향해 오랫동안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의 물리력에 대해 생각이 복잡해졌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은 시커먼 카메라가 아니었을까. 이중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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