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답사를 다녀와서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시민 / 기사승인 : 2019-07-25 1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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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지난 7월 13일 울산남부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 답사를 (강사로) 다녀왔다. 울산남부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은 ‘일제강점기 울산, 길 위의 아카이브’라는 주제로 5월 15일부터 10회에 걸쳐 진행됐다. 7월 13일의 답사는 그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었다. 답사 장소는 병영(병영초등학교, 삼일사, 외솔최현배선생기념관(이하 외솔기념관)), 서덕출 공원, 학성공원이었다. 


답사 준비를 하면서 내가 정한 나름의 콘셉트는 “잘 아는 곳인 줄 알았는데 과연 그럴까요?”였다. 서덕출 공원은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병영과 학성공원은 너무나 익숙한 곳이다. 답사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다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이미 누군가에게 들었을 법한, 알고 있을 법한 이야기는 최대한 빼려고 했다. 


답사 날 아침, 울산남부도서관에서 이래저래 준비를 하고 있으니 참가자가 모여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걸 보니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준비한 내용들에 오류는 없는지, ‘한 번 더 확인을 해 봤어야 했는데’하는 생각들이 밀려든다. 그 사이 버스에 오르면서 두근거리는 가슴과 흐린 날씨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답사가 시작됐다. 


첫 번째로 간 곳은 병영이다. 내가 이 답사를 맡게 된 결정적 이유다. 논문을 쓰고, 다른 답사를 할 때도 병영에서는 내가 해설한 경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병영으로 논문을 쓴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라고 한다. 사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연구를 하더라도 이렇게 전공과 직접 관련된 일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런 답사는 즐거운 경험이기도 하다.
병영에서는 3.1운동에 집중했다. 병영 3.1운동이 시작된 장소인 병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된 해설은 참가자들이 답사 초반인 걸 감안하더라도 꽤 높은 집중력을 보여주어서 다시 한 번 긴장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하면서 계획을 변경해야했다. 근처 병영교회에 양해를 구해 교회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예정했던 성터는 걷지 않고 외솔기념관에 바로 가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모였을 때 아쉬운 마음에 그래도 병영까지 왔으니 동문에 잠깐 가자고 했다. 성벽에 올라가니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중산동, 울산대교, 공단 등 꽤 멀리까지 볼 수 있었고 참가자들은 “이래서 병영이 여기 설치됐는가 보다”하면서 이해를 했다. 보통 많은 말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답사의 묘미다. 


외솔기념관에서는 영상물과 간단한 설명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외솔 최현배가 한글학자라는 것 이외에는 아는 사실이 많지 않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전달할까 고민하다가 최현배가 1926년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조선민족갱생의 도>를 준비했다. 66회에 걸쳐 연재된 조선민족갱생의 도는 1930년에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전체 내용을 다 말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목차만 준비했다. 목차만 봐도 어떤 이야기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현배가 진단한 ‘민족적 쇠약증의 원인’을 쭉 이야기하자 사람들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현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많은 웃음과 탄식이 나왔던 부분이 ‘나이 자랑하기’였다. 


서덕출 공원은 공원 안에 서덕출 전시관이 있어서 우선 전시관 내부를 각자 본 뒤 설명은 야외에서 했다. 설명이 끝나고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던 말은 “왜 여기를 몰랐을까”와 “우리가 너무 몰랐네”였다. 전시관은 관람객이 적은 탓인지 관리가 다소 소홀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들어가면 센서가 감지해서 불이 켜지는 것은 좋았지만, 켜지지 않은 영상물이 있었고, 야외 전망대는 정리가 돼 있지 않았다. 그곳에서 특정한 장소에 대한 개인적인 모름과 그것이 전체의 모름, 무관심으로 확대됐을 때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만드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간 학성공원에서는 우선 삼지환(三之丸)에 있는 서덕출 봄편지 노래비를 보고 이지환(二之丸)에 있는 김홍조 공덕비 앞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김홍조 공덕비는 처음 보거나 봤어도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그곳에서 일제가 성지보존회나 고적조사사업을 통해서 학성공원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 조선인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배워왔던, 생각했던 일제시기와는 조금 다른 모습에 질문하는 참가자도 있었고, 조금 더 보충설명을 해 달라는 참가자도 있었다. 설명이 끝난 뒤 정상부인 본환(本丸)으로 갔다. 본환에서 일제시기 울산지역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보충하고, 앞서 공원 입구에서 봤던 조선, 명나라 장수 동상과 함께 특히 이슈가 됐던 가토 기요마사 동상 설립 시도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알고 있던 참가자도 있었지만, 모르는 참가자도 꽤 많았다. 이들은 각자 의견을 내기도 하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이번 답사를 진행하면서 ‘익숙한 곳이지만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며 즐거워하는 많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 아무래도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라서 더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부족함을 다시 한 번 느꼈고, 그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다.
답사를 마치면서 참가자들에게 했던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많은 사람들이 ‘울산에 사는 사람들은 80%가 타 지역 출신이라서 울산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 다니며 본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동안은 앞의 이유를 들어 사람들에게 지역에 대해 알 기회를 많이 제공하지 않았을 뿐이다. 울산도 박물관, 도서관 인문학 프로그램, 울산학센터 등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연결시켜주는 기관, 즉 자료의 수집과 분석, 연구를 통해 울산지역사의 초석을 다져줄 기관 없이 그저 각자의 활동으로 그치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광역시로 승격한지 20년이 훌쩍 넘은 울산의 인문학적 기반을 서로 촘촘하게 연계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울산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고, 더 깊이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반시민들의 노력과 관심 또한 필요하다. 부디 앞으로도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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