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바닷가의 생물다양성

글,사진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 / 기사승인 : 2020-08-28 10: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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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 연안오염총량관리 / 울산연안 지역역량강화사업

바다에서 본다-울산연안 생태문화 에세이

<침묵의 봄, 1962>으로 알려진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907~1964)이 우리에게 남긴 네 권의 책 중 세 권이 “바다”를 주제로 한 책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남긴 책이 DDT의 유해성을 경고한 책이었지만, 그녀가 죽기 전 자신의 장례식에서 읽어주기를 부탁했던 글을 <바다의 가장자리, 1955>에서 발췌한 글로 뽑았을 만큼 그녀는 바다를 사랑한 작가였다. 이 책 속에서 그녀가 “해안의 특성과 거기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단 한 종류의 해양생물을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친 수백, 수천 명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고 할 정도로 수많은 이들의 지속적인 협업이 필요한 영역이 해양학이라 할 수 있겠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동해안에서 관찰할 수 있는 세 가지 해안을 소재로 해 그녀가 책 속에서 소개한 바다동물만 해도 2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모르는 해양 동물이 200만 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는 해양의 생물다양성과 그 생태계의 다양한 현상들 중 극히 일부만 알고 있을 뿐인 셈이다. 

 

▲ 솔개해수욕장 암반해변의 해양생물, 큰따개비

갯벌과 해양의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바다에서 관찰된 해양생물은 총 4655종이고 이 중 동물은 3097종이다(해양수산부, 2017). 이 수치를 보면 우리의 바다 속 생태계는 여전히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이 들게 한다. 그렇지만 강어귀나 강을 따라 오르는 물고기로도 넉넉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100여 년 전임을 생각하면 우리가 잃어버린 바다를 100년 후에 다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마디로 지난 세기까지 물고기를 비롯해 생명이 들끓던 바다는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졌다. 레이첼 카슨이 <우리를 둘러싼 바다, 1951>에서 경고하듯이 바다 속 생태계는 산업화로 큰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 솔개해수욕장 암반해변의 해양생물, 말잘피

그렇다면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산업화를 겪으면서 위기에 처한 바다의 모습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냐고 질문한다면 울산의 바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고리원전, 화력발전소, 산업단지, 항만시설, 준설토 투기장, 양식장, 상업단지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인공시설이 울산의 바닷가를 따라 산재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울산의 바닷가를 따라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긴 해안선을 따라 가면, 암반과 모래, 자갈로 이뤄진 다양한 해안 경관을 단편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자연스런 해안의 흐름이 우리 인간의 손길이 닿아 조각나고 파편화된 형태로 변했다. 자연 해안선의 길이가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미국 동부 해안에는 못 미치겠지만, 울산의 해안은 암석과 모래를 만들어내는 바다와 육지의 기나긴 리듬이 과거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을 때 어떠했을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우리가 둘러 본 울산의 바닷가와 바다로 흘러드는 강의 모습은 생물다양성을 기준으로 볼 때 극과 극으로 차이가 났다. 진하해수욕장은 해송과 모래해변, 암반이 잘 어우러진 경관을 갖추고 있지만, 해안에서 사라진 모래를 채워 넣는 양빈(養濱, beach nourishment) 작업이 이 곳 바닷가의 지속 불가능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모래를 외부에서 가져 와 해안을 복구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적으로는 충분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바다와 육지의 지속적인 리듬에 맞춰 해안을 복원하는 것만 못하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안의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해서도 네덜란드의 모래해변 복원 프로젝트인 “Sand Motor”처럼 20년 계획의 장기적인 해안복원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될 것이다. 

 

▲ 진하해수욕장 양빈 작업


처용이 바다에서 뭍으로 내렸다는 전설이 깃든 개운포 바닷가에 서서 바다를 관찰하면 그나마 울산의 모래해변은 건강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외황강이 흘러드는 개운포 바닷가는 기수역의 풍요로움을 전혀 체감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였다. 부서진 패각을 제외하고 눈에 띌 정도로 움직이는 대형 저서생물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생물다양성도 떨어졌고, 하천 기수역은 대형 트럭이 토사를 실어 나르며 매립작업이 한창이었다. 간혹 처용암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갈매기들마저 없었다면 이곳이 바닷가와 접한 강어귀였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한 번 울산의 바닷가를 찾아 바다를 바라보길 권한다.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바다와 뭍이 주고받는 쉼 없는 리듬에 귀를 기울여 볼 정도로 충분한 시간을 그 곳에서 보내면 더 좋을 것이다. 비록 바닷가의 다양한 현상을 한두 마디의 잠언(箴言)으로 풀어 설명하기는 힘들겠지만 여러분의 한걸음 한걸음이 울산의 바닷가를 좀 더 풍요로운 곳으로 만드는 다양한 생각과 실천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연을 찾는 사람들의 생태이해도(eco literacy)를 높이기 위해 오늘도 현장조사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플로리다만의 산호해변에서 조지아의 모래해변을 거쳐 뉴펀들랜드 지방의 암반해변에 이르는 바닷가에 서서 밀물과 썰물의 변화를 바라보았던 레이첼 카슨처럼 우리도 우리 주변의 바다 가장자리에 서 보자. 


글,사진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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