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살 울주 숲을 백년숲으로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19-12-18 1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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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숲 토론회

울주 백년숲 전문가 토론회 열려

“울주에서 백년숲 모델 만들어 전국에 파급”

12일 오후 2시 상북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울주백년숲 프로젝트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울주군과 IFK임팩트금융이 후원했다.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 국립산림과학원, 한국임업진흥원, 양산국유림관리소, 울산시 녹지공원과, 울주군, 울주군의회, 울산시산림조합, 양산임업기술훈련원, 생명의숲, 울산 그루경영체, 울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일반시민 100여 명이 참여해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 12일 울주군 상북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 주최한 울주 백년숲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앞서 김지태 울주군 부군수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사회적경제는 시민들이 주도하고 참여해서 결실을 얻어가는 경제”라며 “가꾸는 숲에서 얻어가는 숲으로 만들기 위해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정태 울주군의회의장은 “우리 숲이 갖고 있는 공익적 가치를 위해 군의회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김종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한독산림협력사업으로 울주군 상북면과 두서면의 산림이 울창해졌지만 그 결과 숲이 밀생해 있다”면서 “숲을 잘 가꿔서 건전한 숲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울주군 숲의 연간생장량은 18만 입방미터에 이른다”며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잘하면 산주와 지역주민의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일자리가 창출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상규 박사(생명의숲 상임고문)는 “45년 전 이천(배내골)에서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나 감회가 새롭다”며 “백년숲은 잠들어 있는 산과 숲을 깨어나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마 박사는 “백년숲은 한 살 된 나무부터 백 살 나무까지, 직경이 가는 어린나무부터 전신주만한 어른 나무까지 고루 있는 숲”이라며 “매년 생산하고 매년 심는 이상적인 숲의 모습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백년숲을 만들면 숲이 건강해지고 산주 소득과 자산가치가 높아지며 숲가꾸기보다 3~4배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고 경관과 사회적 서비스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마 박사는 “45~50년 된 장년 숲에는 젊은 나무도 없고 늙은 나무도 없다”며 “이 시간부터 잘 가꾸면 50퍼센트는 목재를 생산하고 50퍼센트는 저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산주협업경영의 발상지인 울주에서 모델을 만들어 전국으로 파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숲경영, 부가가치, 공동체, 소통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한새롬 산림과학박사(전 울산발전연구원 전문위원)는 공동체와 소득원의 부재, 고령화에 따른 청년들의 부재로 사람들이 살기 어렵고 즐길거리가 부족한 산촌의 현실을 지적했다. 또 국산목재 활용의 어려움, 국산 바이오매스의 낮은 활용도, 일차원적 관광 등 숲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운 현실과 사유림 경영기반 부족, 경영주체 부재, 은퇴자와 청년일자리 부재 등의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는 해법으로 울주 백년숲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한 박사는 1974년부터 한독산림협력사업을 통해 조성된 울주 숲을 지속가능한 숲으로 경영하고, 에너지자립마을, 바이오매스센터, 산림형 혁신파크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은퇴자와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터, 쉼터, 삶터, 배움터를 제공하고, 숲을 돌보며 숲에 의지하고 숲을 즐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제, 사회, 문화적 터전을 조성하는 것이 백년숲 프로젝트의 개요라고 설명했다.


울주 백년숲 만들기 세부 전략으로 울주 산림 5만2314헥타르에 대한 국·공·사유림 통합 산림기본계획 아래 경영기반, 순환경제 등 핵심전략과 고용·재정계획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계획을 실행할 주체로 산주, 지역주민, 시민사회, 전문가, 행정이 함께 참여하는 울주 백년숲 산림경영위원회와 민관파트너십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인 울주군산림경영센터 설립도 제안했다. 산림경영, 산림재해 방지, 교육, 생태관광 등에 필수인 임도 개발과 영남알프스 산악여건 맞춤형 임업기계화, 경영단지별 사업주체의 선진 임업기계 공유가능 시스템 개발, ICT 기술과 드론을 통한 산림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산림경영 실행주체를 양성할 산촌기술학교 등 산림경영 기반 조성 전략도 제시했다.


부가가치 창출 분야에서는 산림청에서 공모하는 산림에너지자립마을을 유치해 굴뚝 없는 청정 에너지자립마을을 조성하고, 지역 산림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방안, 지역 바이오매스 활용·유통·저장의 중심센터인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설립하고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전략이 제시됐다. 길천 산림혁신파크를 조성해 숲 관련 혁신, 체험, 놀이, 교육을 집대성하고 산림관광 브랜드를 선점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무엇이든 꿈꾸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마추어 목공인을 위한 집약적 플랫폼인 우드테크숍, 숲에서 자라는 산채, 약용식품, 버섯을 한 곳에서 재배하고 교육하는 산림형 스마트팜과 산림텃밭교실, 버섯교실, 가든디자인교실, 플리마켓 등 맛있는 숲, 한독산림협력사업의 역사와 스토리를 홍보하는 산림박물관, 국내 대표 숲 생태체험, 기술교육, 자연놀이 공간인 숲 놀이터를 길천산업단지 2차2단계 부지에 조성하자는 제안이다.


백년숲 공동체 전략에서는 산촌라이프, 산림1번지, 산림생태도시 울주라는 비전 아래 소호마을 산촌유학 3.0, 청년 산촌살이 프로젝트, 1마을 1그루경영체, 배내골 산촌기술학교(옛 이천분교), 내와리 한독산림박물관, 소호리 한독산림 참나무공원, 영남알프스학교와 둘레길, 길천 산림혁신파크 등 영남알프스 산림1번지, 울주 백년숲 선언과 노플라스틱 도시 선언 등이 제안됐다. 숲이 주는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지혜의 숲 타워, 지혜의 숲 도서관, 포레스트 갤러리, 산림교육센터 등 랜드마크를 조성해 산림생태도시 울주 백년숲을 홍보하고, 산림관광 활성화와 브랜드 선점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임팩트금융으로 백년숲 재원 조달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는 ‘울주 백년숲을 위한 재원 확보와 민간 참여 전략’에 대해 발제했다. 이종수 대표는 “우리나라는 2/3가 산이지만 산의 경제적 가치는 별로 없고, 일자리도 적은 데다 목재의 80퍼센트 이상을 수입하는 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농협은행이나 수협은행은 없는데 왜 임업은행은 없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인자살률 1위 등 압축성장의 뒷면에 있는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조달하는, 돈이 선순환되면서 사회문제를 풀어가는 프로젝트에 재원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 금융이고 임팩트 금융”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해 10년 동안 1000억 원의 펀딩을 유치하고 2000여 건의 자영업 창업을 도왔으며 3800여 명의 대학생 학자금을 저리로 전환대출했다. 한국사회투자재단을 설립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투·융자 사업을 벌이고 2017년 한국임팩트금융을 설립했다. IFK임팩트금융에는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BNK부산은행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산하에 ㈜임팩트브릿지라는 자산운용사가 펀드를 만들어 프로젝트에 재원을 조달하고 관리한다.
이종수 대표는 백년숲 프로젝트의 목적을 “백년숲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한국 숲 표준을 수립하고 건강한 산촌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년숲 프로젝트는 숲경영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숲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장단기 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며 적합한 재원을 계획해 투입해야 한다며 민간사업, 민관협력사업, 지자체사업, 정부지원사업 등으로 재원을 구분하고 재원별 장단기 조달 계획을 제시했다. 


대출, 투자, 보증금, 전략적 기부, 보조금 등 소셜 프로젝트를 위한 전략적 다층구조 펀딩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성창기업 등 가치투자 희망기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하겠다며 “비오는 날 우산을 뺏는 금융이 아니라 우산을 빌려주고 함께 쓰고 가는 금융이 되겠다”고 말했다.

길천산단 부지에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이종호 울산저널 편집국장은 울주산림바이오매스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이종호 편집국장은 40~50년 된 숲을 백년숲으로 성장시키려면 솎아베기(간벌)로 나무가 더 자랄 수 있게 공간을 넓혀주고, 베어낸 자리에 미래목을 심어 나무의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하게 해야 하며, 이 일을 하는 향후 50년 동안 간벌재를 이용한 산림바이오매스산업을 일으켜 백년숲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벌목과 미이용잔재를 끌어와 잘게 부숴 목재칩(우드칩)을 만들고, 산림바이오매스센터에서 목재칩을 건조(함수율 20퍼센트 이하)시킨 다음 이 목재칩을 연료로 바이오매스 가스화 열병합발전을 하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전기(SMP)와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미이용 바이오매스 가중치 2.0) 판매로 소득이 생기며, 전기 생산·판매 외에 열공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면 탄소가 배출돼 환경에 나쁘지 않냐는 의문에 대해 산림바이오매스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에너지라고 답했다. 우리나라는 매년 숲이 3.1퍼센트씩 증가하는 산림강국이지만 목재자급률이 낮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벌채하는 나무 중에서도 버려지는 비율이 28퍼센트에 달한다며 사용되지 않은 목재는 숲에 그대로 방치돼 경제적, 환경적으로 부담이 되고, 비가 오면 떠내려가서 댐을 막기도 하고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버려지는 목재를 바이오매스로 활용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또 나무가 자연 부패할 때 발생하는 이사화탄소의 양과 바이오매스로 활용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같다며 재생에너지 중 탄소배출 저감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이 나무라고 강조했다.
목재는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지속가능한 자원이자 탄소순환의 고리다. 숲가꾸기 및 벌채 후 방치된 미이용 산림바이오매스, 제재소의 톱밥과 폐잔재, 공원 및 가로수 가지와 잎, 기타 화학처리를 거치지 않은 폐건축자재 및 폐가구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자원으로 많은 국가에서 산림바이오매스를 이용하고 있다.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이 조성된 독일에서는 2016년 기준 460곳에서 원자력발전소 2개 규모인 1.7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산림바이오매스는 축분이나 음식물 퇴비와는 달리 청정한 고급 퇴비도 생산할 수 있다.


이종호 편집국장은 길천산단에 반경 50킬로미터 이내 바이오매스를 수집해 집하하고 전처리, 판매할 수 있는 산림바이오매스센터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원료는 상북면과 두서면 선도산림경영단지 공동영림단 작업분과 주민영림단 활동으로 수거된 미이용재, 도시 가로수 정비분에서 조달하고, 국유림 매각분으로 전체 물량의 30퍼센트 이상을 확보하며 지역 제재소들을 네트워크화해 목재로 쓸 수 있는 간벌목을 갖다 주는 대신 톱밥과 부산물을 바이오매스로 공급받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매스센터에서 생산된 우드칩은 건조시켜 등급별로 판매하고, 400킬로와트(kW) 자체 보일러 연료로 공급해 여기서 나오는 열을 우드칩 건조열원과 반경 2킬로미터 안 공장, 병원, 스마트팜 시설 등에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울주바이오매스센터는 울주군 사업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목재칩 가스화 열병합발전소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제안됐다. 이종호 국장은 길천산단 부지에 0.98메가와트(MW) 가스피케이션 열병합발전소를 설립해 여기서 나오는 전기와 열을 판매하면 수익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 8500톤의 목재칩은 울주산림바이오매스센터와 장기 수급계약으로 조달하고 시민(주민)주주와 임팩트펀드 투자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도 제시했다.
 

▲ 울주 백년숲 토론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백년숲의 실제 주인으로 나서야

이강오 전 서울어린이대공원장을 좌장으로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유영민 생명의숲 사무처장은 주민들이 산림 클러스터 연구회를 운영하며 스스로 산림경영을 기획하고 버섯재배와 생태관광 등을 결합한 복합경영을 해온 일본 홋카이도 시모카와정의 사례를 들었다. 모든 나무를 남김없이 사용한다는 시모카와정의 복합 숲경영으로 인구감소가 멈추고 지역사회가 점차 젊어졌다며 주민이 주체가 된 지역기반 산림경영이 울주에서 성공하려면 기존 사례를 답습하지 말고 주민들이 울주 백년숲의 실질적 주인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구 울산시 녹지공원과장은 단순히 목재 생산만 하는 산림경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란 어렵다며 산나물이나 버섯재배 같은 시장재 생산을 위한 복합경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구 과장은 “아직도 숲은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나는 공공재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영남알프스 산림자원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우리 지역만의 체험, 쉼, 휴양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백년숲 프로젝트라는 종합 청사진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민관협력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체장과 의원이 바뀌더라도 일관된 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울주군의회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가칭 울주백년숲 지원조례를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신수철 산림기술사는 숲가꾸기를 통해 미이용바이오매스를 확보하는 것 뿐 아니라 5영급에 치우쳐있는 울주 산림의 영급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령화 숲 개선과 수확벌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철 기술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은 황폐한 산을 숲으로 가꿔 산림경영을 할 수 있는 산림자원화의 토대가 됐다면, 앞으로 반세기는 실천적 산림경영을 통해 산촌의 지역공동체가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울주 백년숲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 실천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산주와 지역산림공동체가 참여하고 지역기반 산림경영을 위한 중장기 산림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적 지원 역할을 할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울산시민이 참여하는 지역산림 거버넌스 형태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희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 산림일자리창업팀장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민간조직이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것이 낯설고 생소하다”며 “과거 산림정책이 국가 주도 정책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 지역과 민간 차원에서 산림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정부가 많이 바뀌고 있다”며 “산림청이 직접 정책을 시행하는 것보다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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