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

김민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07-25 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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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의무경찰로 국방의 의무를 대신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법학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2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육군에 가는 것보다 법을 집행하는 조직인 경찰에 들어가는 것이 진로를 정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울산에는 시위가 정말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현장에 나갔고 바쁜 날은 하루에 세 번 나간 적도 있다. 시위현장에 나간 처음 얼마 동안은 많이 혼란스러웠다. 한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쪽 말이 맞는 것 같고, 반대 측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도 맞는 것 같았다. 한쪽에만 옳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 의견에 모두 수긍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심지어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주장도 그 근거를 들어보면 동의는 아니더라도 이해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누가 선(善)이고 누가 악(惡)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당시에는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2년 동안 많은 현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접했다. 우리는 매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역할 즈음에는 나름의 생각도 정리됐다. ‘세상의 모든 것을 선이나 악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쩌면 선이라는 개념은 명확한 것이 아니라 어떤 관점을 취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따라서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악은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며, 유한한 인간의 능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선은 치열한 논박을 거친 뒤 만들어진 시민의 합의다.’ 2년 동안 다양한 의견을 듣고 만들어진 생각이다. 


막연한 동기로 지원한 의경 생활을 통해서 나와 다를 수 있음과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배웠다.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같은 사실도 어떤 관점에서 보는지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악이라고 볼 수 있는 일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정권 유지를 위해서 사람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닌 독재자와의 대화도 평화추구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대한민국의 응답을 바라는 홍콩 시위대의 간절함에 침묵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각이 다를 때는 다름을 인정하고 논박을 통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면 공존이 가능하지만 다름을 틀림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공존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태도가 필수다. 이런 방식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것은 긴 시간 동안 인류가 확보한 최선의 선이다.


최근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한 해결책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이 문제에 선악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다름을 친일로, 비판을 매국으로 칭하며 상대를 틀림으로 규정한다. 다른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있지만 틀린 사람과는 함께 살 수 없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그랬고 빨갱이 프레임이 그랬다. 상대를 악으로 낙인찍는 행위는 위험하다.


각자의 선을 주장하는 시위현장, 좁은 경찰버스에서 읽었던 책은 혼란스러웠던 나를 도와줬다. 다음은 그 책의 한 구절이다. “정치는 투쟁의 영역인 동시에 타협의 영역이다. … 효율적인 정치는 이러한 타협의 영역을 많이 확보하고 이를 법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치다. … ‘적’의 입장을 이해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까지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더할 나위없을 것이다.”(조국,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김민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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