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자주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19-11-20 10:08:04
  • -
  • +
  • 인쇄
농부 철학

유기물이 토양에 들어가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가 되기 시작합니다. 가장 늦게까지 분해되지 않고 남은 것을 리그닌이라고 부릅니다. 이 리그닌은 유기물의 종류에 따라 그 양이 다른데, 목재(톱밥)가 가장 많습니다. 이 리그닌과 미생물의 복합체를 부식이라고 부릅니다. 토양 유기물 함량은 바로 이 부식의 함유량을 말합니다. 퇴비를 만들고 밭에 넣어주는 것은 바로 이 토양 유기물 함량을 높이려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토양 유기물의 역할과 기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토양 유기물은 양분 보관 능력이 큽니다. 이러한 보비력은 흙에 비해 10배 정도 높습니다. 둘째, 수분 저장성이 강합니다. 흙보다 6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셋째, 양성적 성질이 강해 토양 산도에 무관하게 주 영양원의 흡수를 좋게 해줍니다. 넷째, 중금속 이온의 유해성을 감소시켜줍니다. 비료와 농약의 과다사용에도 피해를 경감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섯째, 토양의 물리적 구조를 개선시킵니다. 토양의 기본조건인 통기성, 배수성, 보수력, 보비력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여섯째, 토양 유기물은 지온을 높여줍니다. 일곱째, 미생물의 활동을 촉진합니다. 여덟째, 인산을 활성화합니다. 작물의 흡수력이 현저히 낮은 인산을 유기물이 붙들어 작물의 뿌리에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내년 농사는 액비 만들기부터


퇴비의 재료는 나무와 풀, 짚, 낙엽, 조류 또는 동식물의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쌓아 발효시킨 것을 말합니다. 퇴비 만드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탄질비(C/N비)인데, 탄소와 질소의 비율을 말합니다. 이 비율이 클수록 유기물 속의 질소 성분이 적은 것을 뜻합니다. 질소가 적으면 미생물의 활동이 저하돼 유기물의 분해가 잘 이뤄지지 않습니다. 짚이나 톱밥, 나무껍질 등 목재류는 탄질비가 높아 질소를 따로 첨가하지 않으면 발효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상태로 밭에 투입하면 질소기하 현상이 일어나 작물의 생장을 도리어 방해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퇴비가 되는 데에는 수분 함량 또한 중요해 60~65% 정도의 수분이 공급돼야 발열이 적정하게 이뤄져 퇴비 재료가 품은 성분을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퇴비 재료의 퇴적 높이는 1.5에서 2미터 정도로 합니다. 고온기에는 퇴적 2~3일 후부터 최대 7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보름쯤 지나면 50도 정도까지 온도가 내려갑니다. 볏짚 퇴비는 40여 일, 보리 짚의 경우 70여 일 지나면 퇴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두세 번 퇴비를 뒤집어 줘야 합니다.


두엄은 축사바닥에 깔아주는 볏짚, 왕겨, 톱밥 등에 축분을 혼합한 것을 말합니다. 두엄을 만들 때 주의할 것은 수분 함량입니다. 수분이 과할 경우 나중에 추가로 수분을 공급할 필요가 있더라도 만들기 전에 적당히 말려야 합니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불완전한 퇴비가 되고 맙니다. 반대로 수분이 너무 적으면 퇴비 내부가 지나치게 말라버려 퇴비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퇴비는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재료가 무척 중요합니다. 퇴비의 재료인 유기물이 토양에 리그닌 형태로 잔존해 기대하는 기능이 오래 지속돼야 경제적이기 때문입니다. 리그닌은 목재에 가장 많은데, 나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톱밥을 사용하게 됩니다. 톱밥 퇴비는 흙살림의 석종욱 대표가 주창한 방식으로 그에 따르면 톱밥 퇴비는 볏짚 퇴비에 비해 부식 생성량이 3배 이상, 보비력은 7배, 기계적 물리적 효과 지속성은 4배 이상이라고 합니다.

 

▲ 신문지 깔고 마늘심기


그런데 톱밥 퇴비 제조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나무가 지니고 있는 독소인 탄닌산, 리그닌산, 텔빈산, 페놀, 수지 등을 제거해야만 종자 발아 억제나 모종의 발근 억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 독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첫째, 증기로 찌거나 물에 삶으면 됩니다. 둘째, 생석회나 가성소다 같은 알칼리 물질로 씻어내도 됩니다. 그러나 이는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다행히 퇴비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발열로 독소를 분해하거나 불용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때 발열 온도가 65도 정도에서 보름, 60도에서 20여 일 이상 지속되면 해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톱밥은 탄질률이 높아 30 대 1로 조정해야만 합니다. 질소를 따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톱밥 퇴비의 재료는 톱밥 1톤, 요소 12킬로그램, 계분 50킬로그램, 미강 10킬로그램, 발효제 소량, 패화석 10킬로그램, 물 60% 등입니다. 요소 대신 쌀겨, 깻묵, 어분, 혈분, 동물 내장 등을 질소로 환산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들 재료를 잘 섞어 퇴적해놓으면 2~3일 후부터 60~70도로 온도가 올라갑니다. 이 온도가 보름쯤 지속되다가 온도가 내려갈 즈음 뒤집기를 해주고, 다시 보름 동안 고온이 지속되다가 온도가 떨어질 즈음 다시 뒤집기를 해줍니다. 이렇게 2~3회 해주면 독소가 제거되고 잡균과 잡초종자가 사멸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2~4 개월 후숙하면 톱밥퇴비가 완성됩니다.

 

▲ “우리 무 맛 좀 봐~”


제대로 발효, 숙성되지 않은 퇴비는 오히려 토양과 작물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불량 퇴비는 40% 이상의 양분이 소실되고, 토양에서 추가로 분해되면서 유기산이 발생해 피해를 입게 됩니다. 유해 병원균이 잔존하며, 방선균 대신 유해선충이 더 많습니다. 사상균이나 잡균이 많이 번식하게 됩니다. 토양의 산성화도 초래합니다. 이처럼 퇴비는 제대로 된 공정을 거쳐 만들어 써야만 유익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밭의 토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특히 축분 퇴비 사용이 일반화돼 있는 우리 농업 환경은 이러한 폐해가 일반화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양에 투입하는 퇴비는 보통 300평당 1~2톤입니다. 1000평을 경작하자면 5~6톤의 퇴비가 필요합니다. 단일농가에서 5톤 이상의 퇴비를 자가제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릅니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퇴비의 적정한 만들기를 유념하면서 형편에 맞는 토양 유기물 공급의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조금씩 수월하게 자주 만들어 쓸 수 있는 다양한 방편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선 녹비작물의 재배입니다. 농사가 끝나는 가을에 보리나 호밀, 자운영, 헤어리베치 등을 심고 이듬해 적당히 자랐을 때 갈아엎어 봄 농사를 준비하는 것이죠. 퇴비보다는 못하지만, 단기적인 유기물 공급과 토양 건전성 유지에 기여하는 방법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둘째,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유기물 공급원으로 삼습니다. 그 찌꺼기들을 일정량 밀폐된 비닐이나 통에 넣어 3개월 이상 두는 것만으로도 소량이나마 훌륭한 퇴비가 생산됩니다. 이때, 밭가에 1.5미터 길이의, 적당한 구경의 PVC 파이프를 30센티미터 정도 묻어 세운 후 그 안에 음식물 찌꺼기를 가득차지 않을 정도로 넣고 위의 구멍을 막아두면 훨씬 나은 음식물 퇴비로 변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 퇴비 만들기에 준하는 방식으로 소량의 퇴비를 자주 만들어 두고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퇴비 재료가 너무 적으면 발효와 발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100킬로그램 정도의 양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소량이더라도 위를 잘 덮어 비와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 가을볕 쬐며 무말랭이 써는 할머니


이밖에도 토양에 유기물을 공급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습니다. 양질의 퇴비를 대량으로 생산할 형편이 못 된다면, 관건은 얼마나 자주 소량의 퇴비를 만들어 그때그때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쓰기 좋도록 밭가에 간이 퇴비장이나 통, 비닐주머니 등을 비치해두고 작물 부산물까지도 잘 모아 단기 숙성시키는 것을 습관화하면 몇 년 내로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근우 농부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근우 시민, 농부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