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심고 행복이 자라는 뜰 ‘아름다운 동행’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7-26 10: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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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시간 되시면 우리 텃밭에 들러주세요”
▲ 직접 씨를 뿌려 기른 채소로 ‘아름다운 동행’ 회원들과 주민들이 삼겹살 데이를 하고 있다. 오른쪽 줄 맨 뒤 안경 쓴 이가 정영은 대표다. ⓒ박현미 시민기자

 

 

공동체란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에서 시작된다. 사람뿐 아니라 태양과 공기와 물과 농산물과 다른 존재들의 은혜가 없이는 한순간도 생명을 이어갈 수 없다. 태풍 다나스가 지나가는 험한 날씨 속에 북구 상안동 583-1번지를 찾았다.


초록색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삼겹살 데이를 하며 올 무덥고 가물었던 여름에 걱정했던 농작물을 수확해 고생한 회원들과 고기를 구워 먹으며 자축하고 있었다. 일곱 살 초등학생인 아들과 텃밭을 찾은 젊은 엄마가 말했다.


“처음에는 자갈에 돌밭이라 막막했는데 밭고랑도 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여름에는 물을 길으러 물통을 들고 도랑까지 걸어가서 손수 날랐어요. 뜨거운 여름날 오르막을 오르면 정말 힘도 들었고요. 근데 애들이 엄마가 하는 걸 직접 보고 괭이가 뭔지, 고추가 어디서 나는지, 잡초를 제거하고 농사일을 거들면서 어른들과 어울리는 법을 자연스레 알게 됐어요. 재배를 해보니까 너무 정직해서 거기서 오는 깨달음이 너무 커요.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물을 주고 하면 생생함과 커가는 게 정말 달라요.”


‘아름다운 동행’이란 공동체는 쌍용아진아파트, 그린타운, 아이파크 등 농소3동에 사는 주민 10여 명이 모여 만든 우리 텃밭 공동체다. 땅 300평을 임대해 달천마을과 상안마을 그리고 근처 주택과 아파트 주민에게 텃밭을 하라고 무료로 땅을 분양했다. 작년 12월에 사업을 계획해서 올해 처음 시작했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안 되는데 사업비가 5월 말에야 겨우 집행이 돼 나왔다. 모종을 심기에는 너무 늦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씨를 뿌렸다.


공동체 주민들 80~90%가 다들 아파트에 사는 초짜 농부인지라 상추 싹이 났을 때는 너무 기뻤고 비가 오면 또 정말 감사했다. 물 길어다가 주지 않아도 되고 또 식물은 길어서 준 물보다 비가 온 뒤에 더욱 쑥쑥 자랐기 때문이다. 땅에 돌이 너무 많아서 사다 놓았던 거름도 못 줬는데 농사를 한 번도 짓지 않은 청정한 땅에는 병충해도 없었다.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서 떠놓은 물통의 물을 고맙게 쓰면서 옆 고랑의 채소도 대신 살펴본다. 팻말에는 이런 글귀가 보인다. “필요하시면 누구든지 따 가세요.”


7월 2일에는 근처 어린이집 야외수업 때 텃밭을 보여주고 이곳 비닐하우스에서 ‘다육식물 심기 행사’도 했다. 4세에서 7세까지 어린이 40명이 와서 텃밭에서 놀며 즐거워하는 걸 보니 앞으로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확대해 함께 하리라고 계획도 세웠다.


마을공동체 조례를 만든 문석주 전 시의원이 그동안 사업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말한다. “시에서 예산편성을 하면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센터에서 업무를 총괄하고 마무리까지 해야 하는데, 현재는 자치단체(해당 구)에서 동장님까지 도장을 받아야 한다. 구청에서도 일만 가중돼 불만이 많다. 특히 텃밭은 씨뿌리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데 4월에 예산편성이 끝난 사업이 자치구에 한 달이나 머물면서 집행이 안 돼 5월 말에야 사업비가 집행됐다. 더욱 많은 공동체가 활성화되도록 업무가 삼중화돼 있는 것을 반드시 고쳐서 일원화해야 한다.”


자원봉사단체에서 20년간 활동해온 정영은 대표와 주민자치위원, 전 교장 선생님, 안현준 님, 임종률 님 등 이 모임을 이끄는 주축 회원들의 노력으로 이제는 양수기가 설치됐고 전기설비도 갖춰져 밤에 불을 켤 수도 있으니 농소3동 주민뿐만 아니라 시간이 있는 분은 누구든지 와서 다 따가도 좋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자녀들과 함께 와서 농사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꼭 전해달라고 한다. 비를 맞으며 손수 따다 준 상추와 가지, 고추, 오이를 한 봉지 안고 푸근한 마음마저 덤으로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좋은 분들과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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