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GW 해상풍력 달성하려면 규제 풀어 시장 넓혀야”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3 10: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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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그린뉴딜이 본격화되면서, 해상풍력이 에너지 산업 분야뿐 아니라 국내 산업 경제 전반에 걸쳐 ‘게임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 중 부유식 해상풍력은 조선, 해양플랜트, 철강 등 관련 산업분야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의 사업총괄책임자인 최우진 전무로부터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추진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 사업총괄책임자 최우진 전무 ⓒ이종호 기자

[일자리 창출]

Q. 현재 추진 중인 울산 동해 앞바다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달라.

A. 울산 항만에서 60km 떨어진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1.5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재 계획으로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단계별로 착공할 계획이며,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총 1.5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가 상업운전을 시작하게 된다.

Q. 최근 정부가 내놓은 그린뉴딜 정책에 따르면 해상풍력 발전이 다른 발전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최대 열 배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와 종류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가?

A. 해상풍력의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1GW당 1만4600명이라는 보고서가 최근 덴마크에서 나왔다.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이보다 더 많은 2~3만 개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해상풍력의 고용창출 효과가 큰 이유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건설, 운영 단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관련 중소기업들이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타워, 블레이드, 기어박스, 하부구조물, 부유체, 해저전력선, 다이내믹 케이블, 해상변전소, 설치 선박, 관리운영 선박, 배후항만을 제작, 조성, 관리, 운영하기 위해 각각의 전문성을 갖고 있는 협력업체(중소기업)의 관여가 필수적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에 필요한 소부장 기업들은 기존에 조선,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경험을 쌓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이다.

Q. 이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민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각각 무엇인가?

A.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기조에 따라,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불필요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나감으로써 민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민간 기업들은, 영국, 유럽, 대만 등 사례를 참고해 결국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축을 해상풍력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과감하게 개발 투자, 설비 투자를 함으로써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될 ‘해상풍력’이라는 큰 시장에서 많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현재 국내에는 해상풍력 전문 인력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GIG는 어떤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가? 또 부족한 전문 인력의 충원 방안과 양성 계획은 무엇인가?

A. 해상풍력의 전문 인력이라는 것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해상풍력단지의 건설, 운영을 위해 조선, 해양플랜트, 전기설비 등과 관련한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 노동자들이 협력해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해상풍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미 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고 있다. 심지어 유럽 등에 해상풍력 관련 장비들(부품, 타워, 전기설비, 선박 등)을 수출하고 있고 유럽 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하나만 덧붙인다면 실제로 해상풍력단지를 설계해보고 건설, 운영해본 인력은 아직은 부족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영국, 유럽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지원해 나가면서 동시에 국내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나가면 금방 충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력 양성과 관련해서 우리는 지역의 대학들과 협력해 해상풍력과 관련한 개발, 엔지니어링 등 강의를 지원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해당 지역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Q. 해상풍력 프로젝트 과정이 끝나면 거기서 창출됐던 일자리들은 어떻게 되는가? 프로젝트 이후에도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가 지속될 수 있는가?

A.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10~20년간에 걸쳐 단계별로 진행되고, 그 준비 과정이 길기 때문에, 일자리가 일회성으로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발전단지가 준공돼 운영단계에 들어선 이후에도 해상풍력단지 관리운영에 상당한 수의 전문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독일의 브레머하펜이나 영국의 험버 같은 곳을 보면, 쇠락한 항구도시였지만 해상풍력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연구단지와 해상풍력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현지화, 국산화 등]

Q. GIG는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현지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공급망의 현지화는 얼마나 현실성 있는 계획인가?

A. 공급망과 해상풍력단지의 거리가 멀수록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공급망의 현지화는 해상풍력단지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공급망 사슬을 구성하는 기업들은 조선, 해양플랜트 관련 소부장 기업들이 될 것이다. 이들 기업들은 작업 공정을 약간만 바꾸면 바로 해상풍력을 위한 훌륭한 공급망이 될 수 있다. 이미 울산에는 해상풍력의 공급망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울산에서 공급망을 현지화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Q. 현재 한국의 해상풍력 산업과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있고 터빈 기술력 역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해상풍력을 경제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이뤄져야 하는가?

A. 해상풍력의 구성 요소들, 즉,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전력선, 해상변전소, 설치선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이미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고, 영국, 유럽, 대만 등에서 진행되는 해상풍력 건설에서 활약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해상풍력 사업이 많지 않다보니, 마치 우리 기업들이 해상풍력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처럼 착각하기 쉬운데, 사실 뉴스를 찾아보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얼마나 활약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국산 터빈의 발전도 결국 우리나라의 해상풍력 시장이 얼마나 크게 열리는가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각종 규제와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해상풍력사업이 진전되지 못한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상풍력 시장을 활짝 열어서 민간사들끼리 자유롭게 경쟁하게 하고, 기술을 가진 외국기업과 제조능력을 가진 한국기업이 합작하게 하며, 이런 과정에서 기술교류, 인적교류가 활발해지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터빈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GIG는 영국 정부가 2012년 설립한 그린인베스트먼트뱅크(Green Investment Bank)를 전신으로 2017년 민영화돼 그동안 영국의 해상풍력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경험에 비춰 한국에서 GIG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A. GIG는 영국에서 100건 이상의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함으로써 영국의 재생에너지 이행 비율을 11%에서 32%까지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영국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법제도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제안을 해왔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해상풍력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이나 정책 제안에 기여하고 싶다. 다만 각 나라의 법제도와 산업이 다르므로,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히 선진사례를 따르기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GIG는 한국풍력산업협회에서 대외협력부회장사로 활동하면서 ‘해상풍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최근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 토탈(Total)과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트너십을 맺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또 향후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계획은 있는가?

A. 토탈은 오일메이저지만, 2025년까지 25GW의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토탈은 한국 조선소에 40조 원 이상의 계약을 발주했고, 한국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재 2000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에서 사업할 때 현지화의 중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 또한 토탈이 지난 수십 년간 해양플랜트를 통해 석유를 채취하면서 쌓은 엔지니어링 기술은 부유식 해상풍력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좋은 자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토탈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업결합신고가 승인되고 CP 조건이 충족되면 우리나라에서 부유식 해상풍력을 공동 개발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개발 초기 단계라서 아직 국내 기업의 참여가 없지만, 사업 개발이 진전되면서, 국내 중공업, 조선소, 시공사, 국내 은행 등을 우리 사업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이들 국내 기업들이 금융, 건설, 운영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Q.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12GW 규모의 해상풍력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산업생태계나 우리 기업들의 역량을 보면, 이미 해상풍력이 성공할 수 있는 물리적인 조건은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2030년까지 12GW의 해상풍력 달성을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민간 사업자들에게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고, 이로써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를 촉진하며, 이들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하게 하고, 이러한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12GW 해상풍력을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과제는 ‘규제개혁을 통한 시장 활성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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