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백섬과 동백나무가 자생했던 지역의 전설(2)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 기사승인 : 2019-12-12 10: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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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백

▲ 울주군 온산산업단지로 둘러싸인 동백섬에 벚나무가 핀 가운데 식생 실태조사를 위해 동백섬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동고 기자

 

다. 동백섬 인어와 어부 그리고 동백섬의 생성 전설

아주 오랜 옛날 목섬 앞 마을(목도마을)에는 성품이 어질고 마음씨가 착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이 청년은 마음씨만 착한 것이 아니라 힘 또한 장사였다. 이 청년은 이곳 어장에서 일꾼으로 생활하면서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심성 좋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여러 명이 고깃배를 타고 앞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가 그물을 끌어 올려 보니 그물에 인어 아가씨가 걸려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청년이 보기에 그 인어의 모습이 너무도 애처로워 인어를 놓아주려고 했다. 그랬더니 같이 일하던 다른 어부들이 이구동성으로 반대를 하며 이렇게 큰 횡재를 했는데 다시 놓아준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고들 했다. 끝내는 시비가 붙게 되고 난투극이 벌어져 힘센 청년의 힘에 밀린 어부들 모두가 갑판에 나가떨어지자 청년은 재빨리 인어를 안아다 바다에 놓아주었다. 인어는 한참을 헤엄쳐 가다 뒤돌아보며 난투극으로 피투성이가 된 청년의 모습을 감사의 눈길로 한참을 바라보다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청년이 빈 배를 몰고 마을로 돌아오자 이 소문은 곧 전체 마을에 퍼지게 됐고, 어장 주인과 동네 사람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어부들이 청년을 죽여 버릴 작정으로 매질을 했다. 힘센 어부들의 혹독한 매질에 청년이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갑자기 하늘에서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며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청년의 주위로 벼락이 치기 시작했다. 어촌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혼비백산해 모두가 도망치고 말았다.
한참 뒤 기절했던 청년이 정신을 들었을 때, 망망대해에 혼자 둥실 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라 누웠던 자리를 살펴보니 방석 같이 커다란 거북이의 등에 타고 있었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이 무기력해진 청년은 모든 것을 하늘에 맡겨두고 누워 있었다. 그런 그를 거북이는 용궁으로 인도했다. 용궁에 들어가게 된 청년은 용왕의 옆에 앉아있는 인어 아가씨를 보고 놀라고 반가워하게 됐다. 그리고 이날 있었던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청년은 용궁에서 며칠 동안 생전 보지도 못한 음식으로 호식하고 영약과 극진한 공주의 간병으로 매 맞은 것이 완쾌됐다. 청년은 이곳 용궁에서 인어공주와 혼례를 치고 난생처음 꿈결 같은 생활을 했다. 


그런 어느 날 용왕이 이들 부부를 불러 이르기를, “그대는 속세의 인간으로 용궁에서는 오래 살 수가 없는 몸이니 때가 되어 과인이 부를 때까지 뭍에 나가 살다 오라”고 말했다. 인어공주가 용왕에게, “저희들이 살아갈 땅이 없습니다”라고 하니, 용왕은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나가도록 하라”하며, 거북에게 명해 이들 부부를 해변으로 인도하게 했다. 


육지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물길이 하늘 높이 치솟으며 바다로부터 섬이 솟아 올라왔다. 이렇게 하여 생긴 섬이 지금의 동백섬이었다고 한다.
이 전설은 차동진이 <온산읍지>(온산읍지간행위원회, 2002)에 제공한 내용이다. 1979년에 발간된 <울산유사>에 비슷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라. 새섬[조암도(鳥岩島)]의 인어와 어부 그리고 달개[달포(達浦)]마을 형성 전설

새섬, 조암도에도 동백섬의 ‘인어와 어부’ 전설과 비슷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 흥미롭다. 새섬의 인어 전설과 달개(달포)마을의 형성에 관한 전설은 <온산읍지>(온산읍지간행위원회, 2002)에 수록돼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새섬의 인어 전설이 생겨난 것은 옛날 사람들이 온산지역에 정착해 달포마을이 형성되기 전이었다고 한다. 달포 이웃 마을에 효성이 지극하고 마음씨 착한 총각이 살았는데, 이 청년은 날마다 바닷가에 나가 낚시로 고기를 잡아 부모를 정성스럽게 봉양하면서 살아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날도 청년은 고기잡이를 하기 위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면서 제발 많은 고기가 잡혀 부모님께 더 잘해 드리게 해 달라고 기원하며 새섬, 조암도에 이르러 낚싯대를 드리웠다. 그러나 염원하는 마음과는 달리, 이날 따라 노래미 새끼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해는 이미 서산으로 저물어 가고 있었다. 


청년이 빈손으로 돌아갔을 때 이튿날 부모님의 끼니는 어찌하나 하고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같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도 더 늦어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낚싯대를 걷으려 하니 낚시가 바위에 걸렸는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낚싯줄을 끊지 않고 낚시를 끌어올리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를 써도 낚시는 뽑히지 않고 시간은 자꾸만 지체됐다. 다급해진 청년은 이제 낚싯줄을 잃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힘껏 낚싯대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낚시 끝에 무언가가 매달려 나오는 게 있어 바위 위에 올려놓고 보니 인어가 아닌가. 청년은 황당한 일을 갑자기 당하고 보니 당혹해 할 말을 잃고 황혼빛에 번쩍거리는 인어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인어는 인간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미모였다. 낚시에 걸려 나온 인어는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 청년은 정신을 차리고 인어에게 말을 건넸다.
“이것이 어찌 된 일이요, 그리고 아가씨는 사람이요, 고기요?”
인어가 말했다.


“저는 본래 바다 깊은 곳에 있는 용궁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바닷가로 놀려 나왔다가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있는 당신을 바라보다 돌아가기를 날마다 했는데, 어느새 저도 모르게 당신에게 정이 들었답니다. 오늘도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이 떠나려고 하자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에 낚시를 건드리다 당신이 힘껏 쳐올리는 바람에 그만 낚시에 걸려 끌려 나오게 되었답니다.”


둘의 이야기가 한창일 때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새섬에도 밤이 찾아들었다. 그러자 이때 인어의 몸에 변화가 찾아들었다. 밤이 되자 커다란 잉어 꼬리 같던 인어의 아래 몸통이 사라지고, 사람의 두 다리가 생겨나서 팔등신의 눈부신 미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청년은 깜짝 놀라 급히 자신의 옷을 벗어 아가씨의 알몸을 덮어 주니, 인어 아가씨는 고맙다고 생긋 웃으며 인어도 밤이면 사람처럼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청년은 집으로 같이 가서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같이 살면 좋지 않겠냐고 은근히 말하면서 밤바람이 몸에 차가울까 봐 인어 아가씨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러나 인어 아가씨는, “아직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하며 내일 이 시각 또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다. 


집으로 돌아온 청년은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이 밝기만 기다리다 새벽 일찍 새섬으로 나가 인어 아가씨를 기다리며 낚시를 바다에 담갔다. 그런데, 낚시를 담그자마자 인어의 조화인지 커다란 고기들이 쉴 틈도 주지 않고 낚시에 걸려오기 시작하니 금세 바구니에 가득했다. 청년은 낚시를 멈추고 인어 아가씨를 기다리다가 잠깐 잠이 들었다. 주위가 썰렁해 잠에서 깨어나니 주위엔 어느새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며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인어를 찾았으나, 바다는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었다. 청년은 낙심해 돌아서 가려는데 새섬의 풀밭에서 인어 아가씨가 걸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청년은 너무도 반가워 달려가서 아가씨를 껴안고 풀밭을 뒹굴며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사랑을 속삭였다. 이후 청년과 인어 아가씨는 날마다 밤이면 새섬에서 만나 사랑을 나눴으니, 이들의 사랑은 새섬이 불타고 바다가 일렁일 정도로 깊고도 열렬했다. 그러나 어느 날 인어 아가씨는 아주 슬픈 얼굴을 하고 총각에게 말했다.


“아마도 우리는 얼마간 헤어져 살아야 할 것 같아요.”
총각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충격이어서 목석처럼 멍하게 있으니, 인어 아가씨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그리 오래지 않아 우리가 함께 살 수 있으니, 낭군께서는 너무 상심 마시고 1년만 기다려 주세요”하며 울먹이는 눈빛을 던지고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총각은 엉겁결에 인어 아가씨를 떠나보내고 상심되는 마음이야 말할 수 없이 크지만 1년의 약속을 기다리며 매일 새섬 근처에서 낚시를 하며 살았다. 인어 아가씨를 만난 이후로는 어찌나 고기가 잘 잡히는지 낚시만 물에 넣으면 바로바로 고기가 낚여 올라오니, 그 많은 고기를 내다 팔아 얼마간의 돈도 장만하고 섬에서 약간 떨어진 산기슭 바닷가에 집도 한 채 마련해 인어 아가씨를 기다리며 또 열심히 고기잡이를 했다.


세월이 흘러 1년이 되는 날 총각은 아침 일찍 바닷가에 나가 낚시질을 할 생각도 않고 인어 아가씨를 기다리는데, 일각이 여삼추라 마음은 초조하고 시간의 더딤에 안절부절하던 중 바닷물이 갈라지며 인어 아가씨가 한 아기를 안고 뭍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반가움에 얼싸안으려 하다 아기가 있는 것을 보고 멈칫하자 인어 아가씨는 “낭군님 당신의 아들이옵니다”했다. 이때 청년의 기쁨은 어떠했는지는 짐작에 맡기기로 하고, 그 후 청년은 아내가 된 인어 아가씨와 아기를 데리고 산기슭에 마련해둔 집에다 부모님까지 모셔 와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이 제일 먼저 이곳에 정착해 살게 된 사람들이고, 그 후 차츰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서 이 마을을 달포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민간 신앙 가운데 마을을 창건한 입향조를 마을의 창건자이면서 조상으로 모시는 골매기 신앙이 있다. 달포마을 동제의 제신은 골매기신이다. 달포마을에서는 제당은 삼신당이라 하고 개와집(기와집) 한 간이며 내부에 신체로 위패를 모셨다. 이 위패는 골매기신의 위패였다. 입향조 제신은 바닷가 바위틈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는 골매기 강씨 할매였다. 


달포란 이름은 마주 보고 있는 방어진에 이를 수 있는 포구라는 뜻이라고도 하며, 뒷산에서 달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포구라는 설과 산과 바다가 접하는 산비탈을 깎아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모습이 초승달을 닮았다고 해 달포(月浦)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온산읍지발간추진위원회, 2002). 한편 통영시 용남면 동달리에도 달포(達浦)라는 마을이 있다. 여기서 달포마을 이름은 ‘달’, ‘다래기’, ‘달개’에서 유래했다고 보고 이 말은 가야의 말 ‘다라’ 또는 ‘다래’ 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달포(達浦)를 한자의 뜻대로 풀이한다면 배가 드나드는 포구에 이르는 마을이란 것이다. 그러나 마을의 이름은 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적으면서 오늘날 마을 이름으로 변했다고 봐야 한다. 필자는 달포마을의 ‘달’이 가야계 ‘다라’ 또는 ‘다래’에서 유래했고 여기에 바닷가를 뜻하는 ‘개’가 더해지고 음운 탈락 등이 일어나 ‘달개’가 됐으며, ‘달개’를 이두식 한자로 적으면서 ‘달포(達浦)’로 적었을 것으로 본다. 조선시대 땅이름의 예를 찾아보면 돌개(石浦), 합개(合浦), 남녁개(南浦) 등 바닷가 즉 ‘갯가’ 마을의 이름에 ‘개’자를 많이 붙였다. 


조암도를 ‘새섬’이라고 하는 것은 새처럼 생긴 바위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억새가 많아서 ‘억새섬’에서 ‘억’이 생략돼 ‘새섬’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온산읍지>(온산읍지간행위원회, 2002)에는 ‘새’는 샛바람[동풍]이라고 할 때의 ‘새’가 바뀐 것으로, ‘새섬’은 ‘마을의 동쪽에 있는 섬’이라는 뜻으로 풀이함이 타당하다고 기술돼 있다. 순수한 우리말에서 ‘새’는 억새, 솔새, 개솔새, 나래새, 진퍼리새 등 벼과에 속하는 풀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저자가 보기에는 섬에 억새 등 벼과에 속하는 풀이 많이 자라서 풀이 많은 ‘풀섬[초도(草島)]’이라 해 새섬이라 불렀을 것으로 본다. 


처녀 인어와 총각 사람이 만난 곳은 새섬이다. 새섬은 하늘에서 보름달이 비치고, 섬에는 많은 풀(억새)이 나서 남녀를 감싸주고, 주변에 인어와 총각을 볼 눈이 없으니 두 사람이 정을 통하고 사랑을 나누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섬, 달빛, 땅에 깔린 풀밭은 남녀가 사랑을 나누기에 좋은 곳이다. 지금도 보리밭, 밀밭, 달빛이라고 하면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처녀 인어가 총각 사람하고 만나 사랑을 나누다 자기 집으로 갔다가 1년 뒤에 총각 사람을 만나러 올 때 아기를 데리고 왔다는 설정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있을 만한 구성이다. 


달개(달포)마을의 골매기신은 강씨 할머니이고, 바닷가 바위틈 사이에 집을 짓고 살았다. 이 할머니가 마을의 창건자이며 시조신이 됐다. 골매기 할머니의 후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인 단국신화 이야기와 통한다. 그리고. 인어 부부와 달포마을 형성 전설과 잘 맞는 것 같다. 이 강씨 할머니가 인어였나 보다.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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