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비례 벌금제에 대하여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12-11 1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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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까지 울산지법에 접수된 형사사건(구공판) 수가 이미 전년도의 전체 형사사건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실제 범죄율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을 가능성과 울산지검이 벌금형보다 강한 형사처벌을 바라는 민의를 수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대두된다. 국가재원이 넉넉하고 수용할 구치소가 많다면 대부분 형사사건에서 징역형을 선고함이 국민의 법감정에 부합하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실 국가 형사사법 정책상으로는 흉악범이 아닌 이상 범죄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효용성이 더 클 때가 있다. 첫째, 벌금형은 국가재정에 이바지하는 면이 있고, 실제 국가는 법령에 따라 징수된 벌금의 일부를 범죄피해자의 회복기금 등에 사용한다. 둘째, 전국 대부분 교도소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 재소자 당 수용면적 과밀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벌금형을 통해 관련 재정을 확보하기 쉽고 수용자 자체를 줄일 수도 있다. 셋째, 정식재판이 아닌 약식명령(벌금형)을 이용할 경우 형사사법인력 낭비를 줄여 오히려 범죄검거율과 예방률을 높일 수 있다. 통상 정식재판에 드는 인력, 재원이 약식명령에 의할 때보다 10배 정도 더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참에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 봄이 어떨까. 물론 벌금형조차 부담인 서민이 많고 평등의 문제도 존재한다. 가장 큰 난제는 역시 투명한 소득파악이다. 우리 형법 제41조(형의종류)는 제6호에서 벌금형을 정하고 있다. 벌금형의 경중은 징역형보다 3단계 아래다(형법 제50조). 벌금은 5만 원 이상으로 하며, 집행유예도 가능해졌다(형법 제45조, 제62조). 재산비례 벌금제란 피고인의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차등부과하는 것이다. 일수벌금형이라고도 하는데 현재 독일, 프랑스, 핀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에서 시행 중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범죄행위의 경중에 따라 벌금 일수를 먼저 정한 뒤,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한 1일 벌금액에 이를 곱해 벌금을 최종 산정한다. 


2014년 핀란드의 한 사업가가 헬싱키 도로에서 제한속도 시속 50km 구간을 시속 77km로 운전하다가 벌금 약 1억3700만 원을 부과받아 큰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이를 찬성하는 쪽은 현행 벌금형 제도는 경제력을 가진 사람에게 부담이 적어 범죄를 억제하는 위하력이 떨어지기에, 일수벌금형의 도입으로 형벌의 효과 측면에서 실질적 평등을 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형벌을 차등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누가 재산이 많고 적은지를 정확하게 가릴 수 없다는 현실적 문제가 크다는 주장을 한다. 오히려 소득파악이 쉬운 직장인, 공무원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재산비례 벌금제가 가진 가장 큰 맹점은 국가가 피고인의 소득을 100% 파악할 수 없으므로, 형벌부과에 있어서 불평등과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이란 징벌 ‘자체’의 평등이 아니라 징벌 ‘효과’의 평등으로 구현돼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재산비례 벌금제가 완벽할 수는 없으나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충분히 도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100%가 아닌 십중팔구라도 가진 재산에 비례해 벌금을 받으면 그 효과만큼은 증대되는 것이고, 그것이 실질적 평등과 사회정의에 더 부합할는지 모른다. 부작용의 경우 과세투명화, 주거형태에 따른 연동화나 벌금형 집행유예 기준의 대폭 완화 등으로 만회할 수 있다. 


재산비례 벌금제에서 가장 억울한 피고인은 아마도 내가 가진 실제 재산에 비해 추정되는 소득이 월등히 높은 경우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과세체계상 사람들은 대부분 적은 금액을 세금신고하려는 속성을 가지므로,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본다.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로교통의 과속단속 과태료 부과에 먼저 임시적용해보면 어떨까. 시행착오를 줄임과 동시에 우리 교통문화가 보다 성숙해지고 사고 발생률도 경감되는 부수적이나 아주 의미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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