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학교를 위하여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0-07-30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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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요즘 정치가 시끄러워지니까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 문제가 생겼다. TV 토론도 자주 챙겨보고 신문에 난 칼럼도 읽어 본다. 부동산대책이다. 속 시원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정당에 몰표를 주고 싶다. 또 하나 학교 문제, 교육문제다. 사나워져 가는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학생들과 함께 미래 한국의 모습을 꿈꾸고 싶었던 필자의 소망이 무너짐을 느꼈다. 그래도 평화로운 학교를 포기할 수 없어 이번 달에는 ‘비폭력대화’ 연수를 두 번의 토요일에 걸쳐 16시간 동안 받았고, EBS 다큐프라임 ‘혁신학교 5부작’의 주인공 학교의 교장을 하셨던 선생님을 초청해 3시간 동안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부동산 문제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학교폭력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선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보자. 물론 대부분의 학생은 해당하지 않고 일부 학생들의 문제다. 학급 친구를 그냥 때린다. 자기보다 힘이 약하니까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특히 다문화 학생은 대상이 되기 쉽다. 간혹 돈을 빼앗기도 한다. 왕따를 시켜 그 친구와 놀지 못하게 한다. 남학생들의 경우 욕설이 입에 붙어 있다. 여성에 대한 혐오 발언도 마구 한다.


교사들에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열거해 보자. 자고 있어 깨우면 눈을 부라리며 노려본다. 계속 자는 척 엎드려 있다. “씨×, 안 잤다니까요. 왜 나만 갖고 이러세요. 불공평해요. 수업이 재미없잖아요. 에이, 재수 없어.” 수업 중에 이 자리 저 자리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잡담하다 교사가 지적하면 문을 꽝 닫고 나가서는 옆 반에 가서 똑같은 짓을 하는 학생도 간혹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체벌 금지와 학생 인권 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경쟁과 시험 스트레스에 따른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질 만능주의와 개인주의로 공동체가 파괴됐다는 말도 있다. 경제적으로 힘든 가정, 가정 내 학대에서 빚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문제(?) 학생의 90% 이상은 안정되지 못한 가정에서 학대받는 학생들이었다. 폭력을 당한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폭력의 가해자가 되곤 했다.


최근 참여한 비폭력대화 연수와 혁신학교 전 교장 선생님의 연수에서는 학교폭력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청소년의 거친 말과 행동, 학교폭력을 사춘기의 특징이며 전두엽의 미발달로 인한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그 대책도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의 거친 말과 행동을 직접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교사들의 욕심에 불과하고 오히려 그러한 말과 행동을 더 강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교사들이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편이라는 걸 계속 보여줘야 어른에 대한 막무가내식 거부와 반항을 접고 교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전직 교장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사례를 말해 줬다. 학생 세 명이 복도에서 어느 선생님과 마주쳤다. 지나가면서 “에이, 밥맛 없어”라고 한다. 이때 교사가 “야, 너희들, 이리 와. 방금 뭐라고 했어. 이것들이 어디서 교사한테 욕을 해”라고 해서는 갈등과 다툼만 심해진다. 그렇다고 못 들은 척 그냥 지나가 버리면 당장은 갈등을 피할 수 있겠지만 학생들은 신이 나서 계속 이런 짓을 더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지. 우리 학교 급식이 맛이 없지. 샘도 오늘 맛이 없어 많이 못 먹었어. 배고프지? 샘한테 초코파이 있는데 같이 먹자”고 하면서 교무실로 데려가 초코파이 주고 슬슬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데, 너희들 실제 샘한테 욕하고 싶어서 둘러친 거지? 너희들 때는 그렇게 하는 게 재미있겠지만 듣는 샘은 기분 나쁠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 약속!”하면 대부분 학생들은 실토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것이다. 교사하기 참 힘들다. 그래도 우리 사회를 끌어갈 미래의 민주시민을 키운다는 의지로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해 봤으면 한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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