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의 품격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19-07-05 1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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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한 야당 대표가 또 구설수에 올랐다.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례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갔다. “한 청년이 학점, 토익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이 없음에도 총 5곳의 기업에 최종합격했는데, 그 청년이 바로 내 아들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권력자나 재벌 등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이다. 엄혹한 권위주의 시대에 특권과 반칙으로 획득한 권력과 재력이 공정사회를 이루는 데 장애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야당 대표는 자기의 위상이 바로 자녀의 스펙으로 작용해온 오랜 불평등 관습을 몰랐단 말인가? 이런 공감능력으로 새로운 시대의 대중 정치인 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 글은 작자 김창협이 나이 20세 전후에 두 살 아래 사촌동생 계달 김창직(金昌直)에게 쓴 것이다. 과거에 낙방한 아우를 위로하며 실패와 성공, 추락과 도약의 상호 관계를 이야기한다. 중세시대 관리는 과거라는 문학고시를 통해 등용되고, 오늘날은 법학고시를 통과한 수많은 법조인들이 정치에 관여한다. 문학을 몰라 인간에 대한 통찰이 많이 부족한 법조인들이 지도자 노릇을 하니 인간성의 황폐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야당 대표의 소통부재 언행으로 문학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贈季達序(증계달서)라
金昌協(김창협)이라

吾從弟季達(오종제계달)은 : 우리 사촌동생 계달은
發解今年司馬(발해금년사마)하고 : 올해 사마시(司馬試) 초시(初試)에 합격하였다가
旣而覆試不利(기이복시불리)하니 : 얼마 뒤 복시(覆試)에 낙방하자,
余蓋俯而弔(여개부이조)하고 : 나는 한편으로 고개를 숙여 그를 위로하고
仰而賀也(앙이하야)라 : 다른 한편으로 고개를 들어 축하해 주었다.
-생략-
蓋奮者(개분자)는 : 대개 분발은
勇之倡(용지창)이요 : 용기의 길잡이이고
失者(실자)는 : 상실은
得之機(득지기)이니 : 획득의 계기이니,
不奮則不鼓勇(불분즉불고용)이요 : 분발하지 않으면 둥둥둥 용기를 낼 수 없고
不失則不能爲必得(부실즉불능위필득)이니 : 잃어버리지 않으면 반드시 얻으려고 애쓰지 않으니,
今吾弟旣奮於一失矣(금오제기분어일실의)라 : 이제 우리 동생은 한 번 잃고 이윽고 분발하고 있으니,
因是而鼓厲勇氣(인시이고려용기)하면 : 이 기회에 용기 내어 힘껏 노력하면
期於必得(기어필득)이라 : 반드시 얻을 것을 기약하게 될 것이다.
-생략-
吾弟其自今益發憤自勵(오제기자금익발분자려)하고 : 우리 동생은 앞으로 더욱 단호하게 분발하며 스스로 힘껏 노력하고
日肆力於經籍(일사력어경적)하되 : 날마다 경전 공부에 최선을 다하되,
浸涵菀積(침함울적)하여 : 충분히 익혀 무젖고 차곡차곡 내면에 쌓아서
發之文辭(발지문사)하리라 : 문장으로 드러나게 해야 할 것이다.
俟業益富藝益精(사업익부예익정)하여 : 그리하여 공부가 더욱 풍부해지고 문장이 더욱 정밀해지기를 기다려서,
如太阿之發於硎而無不可剸也而後(여태아지발어형이무불가전야이후)에 : 마치 숫돌에 갈려 날이 선 태아(太阿: 보검 이름)가 자르지 못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된 뒤에
出而試焉(이후출이시언)하면 : 나아가 과업에 응시한다면,
將何往不利(장하왕불리)리오 : 장차 언제 과장에 나가더라도 순조롭게 급제하지 않으리오.
-이하생략-
농암집권지이십일(農巖集卷之二十一) / 서(序)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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