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칼 옆에 차고 한 손에는 도마를 들고 모여라 “성안 문화공감 공동체”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7-05 1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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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괴테의 말처럼 여행이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 자체를 위해서다. 우리는 그들이 목적지에 도달했느냐를 따져 묻기보다는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봐야 한다.”


성안 숲속 동화마을을 일구는 공동체가 있다고 했다. 주재명 대표 외 주민자치위원, 구민, 구청장, 구청 직원들까지 너나없이 웃으면서 기자를 반기는 이곳은 ‘성안 문화공감 공동체’다. 성안이란 성(城)안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고 성안동은 울산 중구에서도 다섯 번째 많은 인구를 가진 큰 동네다.

 

▲ 성안 문화공감 공동체 조합원들이 비트 차를 한창 만들고 있다. 왼쪽 첫째가 이경희 성안동 동장, 오른쪽 끝에 청바지 입은 이가 주재명 대표다. ⓒ박현미 시민기자


4~5년 전, 중구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 이 동네에 사는 주민들은 성안의 미래를 상상했다. 도시와 부락(部落)(성동, 풍암)의 가구가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성안을 둘러싸고 있는 옛 둘레길은 1코스, 2코스, 3코스로 얼추 4시간이 소요된다. 


중구 시내 한복판에 숲과 농촌과 도시적 건물이 조화롭게 들어선 이곳을 서울의 에버랜드처럼 만들면 어떨까. 도시 주변을 정화하고 길을 만들고 나무와 꽃을 심어서 숲속 동화마을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이런 계획서를 들고 주재명 대표외 주민들은 중구청을 방문해 마을계획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공무원도 아니고 시나 구청에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규모의 계획을 마을주민이 계획을 세워서 마을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니 “말씀 잘 들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하지만 성안 문화공감 공동체는 그때부터 시작했다. 마을로 들어오는 계획된 길을 따라서 1000주가량의 산수유나무를 심어 현재 4년째 잘 자라고 있다. 성안동 안에 ‘내 나무 갖기’ 계획을 세워 나무에 이름표를 부착하고 주민 수만큼의 나무들을 심었다. 5년째다.


작년 주민 1500~2000여 명이 구경 온 함월 운동회는 동네잔치 규모를 넘어섰다. 주민음악회, 숲속 미술관, 유소년축구, 코스프레 사진 경연대회, 치맥, 걷기 등 행사도 다채로웠다. 그중에서 인기 만점은 미리 준비해둔 옷, 가발, 분장을 이용해서 코스프레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어 시상한 코스프레 사진 경연대회였다.


지금은 긴 칼 옆에 차고 한 손에는 도마를 들고 성안동 행정복지실 옆 작업실로 하나둘 모여든다. “사람이 모이려면 구심점이 필요하잖아요. 비트 차를 만들기로 했어요. 비트를 상자째 주문해서 씻고, 썰고, 건조하고, 적당한 온도로 볶고, 병 세척, 스티커 붙이기, 담기를 합니다.” 이 핵심구성원 15명은 똘똘 뭉쳐서 지난 5월 15일 중구 구민의 날 체육대회에서 종합우승을 거머쥐었다. 비트 차를 담은 비트 병은 1000여 병 넘게 만들었다. 내가 한 병을 사면 동네일에 일조도 할 수 있으니 반응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건 비트 차를 만들면서 다른 일을 도모할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올 9월에는 별빛 음악회와 워킹 페스티벌도 예정돼 있다. 웃고 떠들며 힘을 쓰니 하지 내 일 같았으면 진즉에 그만두었을 거라고 옆에서 한마디 보탠다. 유난히 더웠던 그 날, 주인도 없는 성안동 동장실에서 귀한 비트 차를 마시며 주재명 대표, 손순화, 최명준 씨와 얘기하고 있으니 이경희 성안동장이 웃으며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물었다. “혹시 이곳은 주민이 동장님을 직접 선출하나요?” 물론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은 다 동화 같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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