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초록 바다

류미연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기사승인 : 2019-08-30 10: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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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바다쓰레기 ‘줌(Z00M, 줍는다)’ 프로젝트⑤ 솔개바다

-바닷가로 밀려온 해초도 쓰레기
-버려진 어구들 해안 오염의 원인
-바다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해안 쓰레기


바다의 색을 지칭하는 말은 많다. 흔히 에메랄드라거나 파랑, 울트라마린이라고도 하고 딥 블루라고도 한다. 바다가 연출하는 다양한 색은 바다 가까이에 지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있었다. 교실에서도 훤히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아침과 점심, 오후가 되면서 수시로 색이 바뀌었고, 날씨에 따라 보라와 재색이 섞여 환상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소녀적인 감상에 젖게 하기도 했지만 수업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썩 좋지 않았던 나의 성적은 어쩌면 그 바다 탓이지 싶다. 많은 시간을 바다만 바라봤으니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다를 대할 때마다 저절로 불러지는 노래는 어릴 적 불렀던 ‘초록바다’였다. 채도가 다른 녹색 띠를 여러 겹 펼친 바다를 볼 때면 입보다 마음이 벌써 초록바다를 부르고 있었고, 갯바위에 걸터앉아 초록빛 투명한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그고 발끝으로 물장구치는 상상을 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아란 하늘 빛 물이 되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솔개바닷가를 찾기로 한 날, 아침부터 읊조린 노래는 이동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루를 시작하며 부른 노래가 종일 머릿속을 지배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며 초록, 초록이 지겨워졌지만 그대로 두기로 했다. 바다를 대하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울산 솔개바닷가는 울창한 소나무 언덕을 끼고 있어 솔개라고 불렀다 한다. 그래서 인근 학교들의 단골 소풍지였다고. 지금도 해수욕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여름이면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곳도 개발이 되면서 바다를 조망했던 소나무 언덕은 사라진지 오래됐고, 바닷가를 따라 데크가 조성돼 산책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일행(‘줌’프로젝트 진행요원)은 간절곶에서 출발해 데크를 지나 솔개까지 걸으며 바닷가를 살펴보기로 했다.

 

▲ 해안에 설치된 데크


바위를 옮겨 다니는 곳마다 생수병과 낚시도구, 비닐이 숨어 있었고, 해변엔 밀려온 쓰레기들이 치워지지 못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데크 아래엔 파래와 알지 못하는 해초류들이 쌓여 있었는데 해초 특유의 비린내가 심해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물은 밀려온 해초들로 탁했고, 고여 있는 물처럼 느껴졌다. 먼 바다가 무심한 듯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비늘처럼 반짝였다. 

 

▲ 쓰레기, 그리고 낚시


이소정 연구원이 낚시 온 사람들과 바다 쓰레기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지금은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쓰레기 수거작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바위 구석구석에 박힌 쓰레기까지는 손이 못 미치는 듯했다. 미처 수거하지 못하는 것들은 태풍이나 큰 비가 오면 바로 바다로 쓸려가 바다 생태를 교란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다. 

 

▲ 밀려온 쓰레기와 낚시도구


모든 쓰레기를 수거해서 없앤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았다. 어촌에서 사용되는 도구들도 버려지고 있고, 생활쓰레기도 가차 없이 버려지고 있다. 이쯤 되면 정책과 개인의 노력이 함께 필요한 것 같다. 경관 좋은 곳을 즐겨 찾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누군가 치워주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해마다 찾고 싶은 곳이 되려면 그저 내가 만든 쓰레기는 되가져오면 될 일이란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 공원구역 안내


데크가 끝나는 곳에서 해변이 시작된다. 한눈에 들어 올 만큼 작고 아담하다. 솔개 해수욕장이다. 밀려오는 파도가 은빛 모래밭에서 부서져 작은 거품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작은 해안을 감싼 울창한 소나무 숲은 사라졌지만 솔개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이곳은 바다의 낭만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하지만 고운 모래들 사이에 던져진 쓰레기들은 어쩔 수 없이 눈에 띈다.

 

▲ 밀려온 쓰레기와 낚시


뜨거운 햇볕 속을 걸었던 일행도 시원한 생수를 들이켰다. 손마다 플라스틱 생수병이 들려있다.
“이렇게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거지.” 하진수 대표의 말에 일행은 웃었다. 우리 모두가 쓰레기 생산자란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었다. 미리 물통을 준비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만들어진 쓰레기라면 잘 처리하는 것 또한 우리 일(각자 집으로 챙겨갔다)이었다.

 

▲ 데크 아래에 밀려온 해초들
▲ 탁한 바닷물과 해초


일행은 솔개 해수욕장에서 해변 탐방을 마쳤고, 머릿속 초록 바다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다만 울산 연안이 산업화와 더불어 초록빛 맑은 바다로 오래오래 간직되길 간절히 바라는 하루였다.


류미연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이 원고는 울산연안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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