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과 횡단구조물

양시천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 위원 / 기사승인 : 2020-04-16 10:38:51
  • -
  • +
  • 인쇄
흘러라 생명의 강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숭상해 주변의 자연 사물에 함부로 손을 대는 행위를 죄악시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피해를 입어도 결코 하늘을 탓하지 않고 묵묵히 이를 받아들이며 스스로 대비했다. 미신과 두려움 때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자연의 혜택과 아름다움에 경외심을 가져서였다.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농토를 넓히는 데도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 강점기 이후 바뀌었다. 일제는 우리 땅과 사람들을 오직 재화의 생산수단으로만 삼았다. 일견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막무가내식 개발로 국토를 온통 헤집어 놓았다. 농토를 넓히며 일본 본토인들을 동원해 광범위한 토지를 투기하고 수탈했다. 물길에 저수지와 둑을 쌓고 갯벌을 간척했다. 


이를 이어받은 대한민국 친일 자본세력은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멀쩡한 산하를 앞뒤 가리지 않고 파헤치다가 마침내 4대강 사업이라는 황당한 국가사업을 벌이기까지 했다. 자연과 국토에 대한 애정이 결핍된 계승 세력은 일제의 기술과 사상을 그대로 전수 받아 큰 강과 작은 지천에 이어 심지어는 산골짜기 골짜기마다 소위 사방댐을 건설해 조상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산명수려한 우리의 강산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헐어버렸다. 


곳곳에 새로운 댐을 만들고, 자연에 따라 굽이치며 흐르던 물길 터에 최소한의 폭만 남기는 둑을 쌓았다. 둑의 배후에 더 넓은 새로운 토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살은 세지고 강바닥과 측면 둑이 깎여 나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물길 중간중간에 하천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제 벽체를 만들었다. 하나의 폭넓은 인공폭포처럼 역할을 해 물살에 의한 하천 바닥의 침식을 막으려는 것이었다.

 

▲ 태화강 현대식 보. 현대식 보는 튼튼하게 짓지만 생명체의 종적인 유통을 단절한다.


무릇 자연의 생물은 생태계라고 불리는 먹이 사슬에 의해 끊이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자연 생태계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탄수화물 같은 영양물질을 밑바탕으로 먹히고 먹는 순환의 과정에서 유지할 수 있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므로 장기적으로는 같은 운명일 수밖에 없다. 


만약 먹이 사슬 중의 어느 한 부분이 어느 날 사라져 없어진다면, 이보다 상위의 생명체들은 차례로 굶어 죽게 된다. 하위의 생명체는 일단 대량으로 증식한 후에 단기간에 자신들의 모든 먹잇감을 먹어치우고는 모두 굶어 죽는 과정을 겪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최하층의 생명체들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우리가 수시로 보는 ‘녹조 발생’이다(‘녹조’라는 명칭은 혼돈을 불러오는 틀린 표현이다. ‘남세균 대번성(Cyanobacterial bloom)’이라고 말해야 옳다). 인간이 자연 상태로 흐르는 하천에 손을 대 그 구조를 바꾸면 필연적으로 여기서 살아가는 동식물들의 생존 여건이 변한다. 그 여건의 변화가 미미한 수준일 때는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생태계가 구성돼 균형을 이뤄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급기야 ‘남세균 대번성’과 같은 현상이 빈발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는 수변 생태계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물과 멀리 떨어진 지역과 전 지구적 생태계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인간은 하천에 댐과 보, 낙차공(하상유지공) 같은 횡단구조물을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이 구조물들은 많은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댐’은 영문 ‘dam’과 달리 우리말 ‘방죽’의 의미로 쓰인다. 즉, 물길을 막아서 물을 가둬 모으는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보’는 우리 고유의 명칭으로 물 흐름을 부분적으로 바꿔서 물의 일부를 원래의 물길 밖으로 빼내 농사에 활용하기 위한 시설물이다. 


우리 고유의 방죽 설치는 물길의 상류에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다. 별도의 생태계가 구성돼 자연 파괴가 최소화된다. 물길 중간에 있는 전통 보도 흐르는 물이 모두 틀어 막히지 않게 돌이나 나무 등으로 쌓아서 크고 작은 생명체들이 모두 통과할 수 있게 해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 태화강 재래식 보. 재래식 보는 자연성에 대한 침해가 적어 생명체의 종적인 유통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최근에 지어지는 콘크리트 댐들은 수심이 깊고 거대한 저수지를 형성해 필연적으로 하부가 썩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보’라고 이름 붙인 수많은 콘크리트 구조물들은 본능적으로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수많은 생명체의 이동을 막아서 하천 전체 먹이 사슬의 균형을 파괴한다.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시설물 설치자들은 다시 만만치 않은 공적 비용을 지출시켜 이른바 ‘어도’라고 하는 시설물을 추가로 부설했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왜냐면 어도는 구조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으로 힘이 센, 눈에 잘 띄는, 큰 물고기들만 통과할 수 있어서 자연의 균형이 깨어지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낙차공은 과거에는 앞의 콘크리트 ‘보’처럼 높게 짓다가 요즘에는 높이를 낮추고 폭을 연장해 생물체의 이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시키는 경향이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수많은 절벽 같은 구조물들에 대한 대책은 진척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4대강 사업으로 지어놓은 이른바 ‘보’는 원래 의미의 보가 아니다. 그 일을 한 사람들은 댐 기능을 염두에 두고 시설했지만 평소에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강물을, 필요하면 그냥 퍼서 쓰면 될 일이지 굳이 물길을 막아 수위를 올린 다음에 퍼서 쓸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아무런 순기능이 없다. 울산이나 다른 지방의 하천 곳곳에 세워져 있는 ‘보’들도 농업용 펌프가 흔하게 보급된 요즈음에는 거의 쓰임새가 없어졌다. 


최근 들어 국가의 하천 관리 방침은 애초에 무용지물인 4대강 보와 용도가 폐기된 보들을 제거해 하천을 재자연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과 정치권에서 극렬히 반대해 진행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더해 한편의 집단에서는 수질에 대한 근거 없는 과도한 우려를 제기하며 더 많은 새로운 댐을 짓고 자연의 파괴를 아랑곳하지 않는 또 다른 토목 사업을 획책하기도 한다. 

 

▲ 울주군 낙차공. 낙차공은 하천의 생태계를 종적으로 단절시키고 수중 생명체의 서식 공간을 황폐하게 만든다.


시민들은 제기되는 여러 주장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 지역과 국토가 병들지 않으면서 시민들이 모두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판단해야 한다. 토목적인 방법을 계속 추가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을 벗어나서 자연성의 회복을 통한 대안을 찾아내는 데 지혜를 보태고, 모인 결론들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큰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양시천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위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양시천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 위원 양시천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 위원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