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루경영체와 울주 그루경영체가 만나다

진한솔 조선업태양열협동조합 / 기사승인 : 2019-12-13 10: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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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루경영체 여기공

서울 그루경영체인 여기공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SK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군산에 있는 팀들과 함께 진행하는 인테리어 현장이 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용접 기술을 교육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울산 울주 그루경영체인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의 교육팀장님은 이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군산의 재미있는 여러 팀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인테리어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안전’을 이야기하며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고자 했습니다.

 

▲ 5일 팀. 교육팀장님에게 용접하고 싶은 부분을 설명 중이다.
▲ 5일 팀. 추워서 급하게 만든 포켓스토브

 

▲ 5일 팀 용접 이론


여기서 잠깐. 서울 그루경영체인 여기공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기공은 ‘여성, 기술, 생태’라는 뜻을 담고 있죠. ‘여기’라는 뜻은 여성기술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글자인 ‘공’은 여성 기술자들과 함께 만나 공부를 하자는 의미, 또한 여성 기술자를 만나는 공간의 의미,. 기술자들을 기술공인이라고 부르는 의미, 공으로 시작하는 모든 의미를 다양하게 풀어내 보자는 뜻에서 공이라는 글자를 붙이게 됐습니다. 


여기공에서 주로 하는 역할은 네트워킹입니다. 먼저 여성기술자를 발굴합니다.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실력자들이 어디어디에 사나 궁금했던 것이죠. 그렇기에 여기공 친구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성 기술자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눠보죠. 이후에 섭외를 해서 그 여성기술자의 분야를 함께 공부하는 공간을 만듭니다. 워크숍이라고도 하죠. 워크숍이 진행될 때도 교육생들은 주로 여성들로 이뤄집니다. 그렇게 교육을 받은 여성 교육생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분들과 연결을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필요한 기술이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 그 기술자들과 연결시켜주기도 하죠. 연결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여기공의 다른 역할은 기술은 모두에게 공평히 배울 수 있는 것이고, 그 기술이 무섭고 두렵게 다가오는 어마어마한 기술들이 아닌, 때로는 무서워도 무서움을 마주하고 난 뒤에 느껴지는 짜릿함, 또한 못해도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처음인데 뭐, 그리고 적응하고 나아가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마음들을 제공하는 친구들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도 여기공은 인테리어를 할 때 쓰게 되는 공구들을 가장 안전하게 천천히 쓸 수 있는 법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 교육팀장님이 용접해서 붙인 인테리어

벽에다 물을 뿌립니다. ‘물이 어떻게 되었나요?’

자, 이제 군산에서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이 의뢰받은 교육을 시작해볼까요? 용접이란? 종이박스에 매직으로 쓰기 시작하는 교육팀장님. 용접이라는 말을 들으면 용접을 하는 행위만 생각하게 됩니다. 불과 빛이 파파팟 튀는 그 모습만 떠오르게 되는 거죠. 교육팀장님은 용접을 설명하면서 ‘녹여서 접붙이다’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녹였다는 것이니까, 물이 됐다는 의미죠?” 교육팀장님은 벽에다 물을 뿌립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물이 어떻게 됐나요?” “흘러요.” 교육생들은 대답합니다. “여기 붙어있는 건 뭐에요?” 교육팀장님은 벽에 붙어있는 물을 가져다 대고 말했고 교육생들은 갸우뚱거립니다. 교육팀장님은 벽에 남아있는 물을 가리키며 말합니다. “이 붙어있는 것은 뭐에요? 물이죠? 이게 물의 특징이에요. 흐르기도 하고 표면장력 때문에 붙어있기도 하고. 그렇기에 용접은 벽면에 해도 물이 흐르지 않고 붙어있고 천장에 용접을 해도 흐르지 않고 붙어있는 거에요.” 당연한 말인데, 왜 생각해보지 못했을까요? 


교육팀장님은 용접을 할 때 다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치는 일을 왜 본인이 굳이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었죠. 다칠 것 같으면 전문가를 불러다 쓰는 게 가장 낫다고 합니다. 그만큼 안전이 중시되지 않는다면 다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교육팀장님은 집에서 직접 가져온 소화기를 시작으로 용접할 때 착용해야할 가죽앞치마, 팔덮개, 안전모, 가죽장갑, 발토시, 마스크를 소개합니다.
 

▲ 4일 팀 용접 이론


▲ 안전을 위한 장비


이미 교육생들은 떨고 있었다

이론 강의가 끝나자 용접 전기량에 대한 설명이 시작됐습니다. 전기량에 따라 용접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를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교육팀장님은 전기의 단계를 1,2,3단계로 나눴고 1은 전기가 가장 약하게, 2는 전기가 중간쯤에, 3은 전기가 가장 강하게 흐르는 조절 버튼의 차이를 알려주려고 했죠. 교육생들이 교육을 잘 받은 탓일까요. 용접의 빛만 보아도 아마 쓰러질 것처럼 죽는 줄 알았나 봅니다. 전기량의 다른 차이를 보여주기 시작할 때 눈만 살짝 감으라고 했지만, 모두들 등을 돌리고 숨죽여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어요. 노란색옷을 입으니, 병아리들이 옹기종기 피하는 모습처럼 보였죠. 


이후에 용접 실습이 진행됐어요. 교육생들은 쉽게 다가오지 못했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무서워요’라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웬일일까요. 무섭다던 용접, 용접의 빛을 보면 죽는 줄 알았던 교육생이 막상 그 무서운 용접을 실습하고 난 뒤에 한 말은 “가벼워요”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무섭다고 말했지만, 그 무서움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 무서움이라는 것을 상대하고 극복하려고 노력할 때 심장이 쫄깃해지는 무언가를 느낀 모양이에요. 다른 교육생들도 무섭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끝나고 나더니 “붙었어요”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이었죠. 나중에는 인테리어를 꾸미는 도중에도 용접이 매력이 넘치는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접이 매력 넘치는 기술이라. 그 뜨거운 불똥이 튀고 용접봉 끝이 불꽃놀이를 해 시야를 두렵게 하는데도 매력이 넘치는 기술이라고 말하는 교육생들을 보며 내적으로는 무서움과 싸우면서도 하나씩 천천히 나아가면서 해결하는 게 멋져보였습니다.


용접 실습은 한사람씩 번갈아가면서 진행됐고 여기공에서는 나머지 군산 팀원들과 함께 타일을 붙이며 인테리어를 끝냈습니다.
 

▲ 용접 빛을 피해 다니는 4일 팀

 

솜들이 서로 연결되고 한 방향으로
꼬아지는 과정에서 실이 만들어진다


4일의 용접 교육 일정을 마치게 됐습니다. 오후 7시에는 특별한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전문 분야에 대한 조언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죠. 여기공에서는 직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직조라는 것이 궁금해서 함께 따라나섰는데 도착하니 여기공의 자베(박소연) 님이 드립커피를 내려줬습니다. 맛있게 먹으며 인다(이현숙) 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직조를 하는 법에 관해 먼저 알려줬습니다. 목화에 있는 씨앗을 골라내는 작업부터, 목화의 솜이 엉킨 부분을 빗으로 풀어내는 작업, 그리고 손으로 직접 목화솜을 꼬아서 실로 만드는 작업도 진행했죠. 도중에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됐는데요. 시중에 나오는 싼 가격의 옷들은 대부분 목화가 피는 나라에서 아이들의 하루 노동력을 500원에 사들여서 만든 실로 만든다고 합니다. 하루 노동력 500원짜리의 실들은 여러 과정들을 거쳐서 우리의 손으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한쪽이 그렇게 싼 노동력 값에 굴러야지만, 다른 한쪽이 싸게 득을 볼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스스로 실을 만드는 기술이 흔했지만 이제는 사라지는 기술이라는 이야기도 합니다. 


씨앗운동에 대한 설명도 해줬습니다. 인다(이현숙) 님은 씨앗을 어느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질문했습니다. 한 회사에서 씨앗을 독점해버렸습니다. 문제는 그 회사에서 사서 심은 씨앗은 다음 세대가 돼도 씨앗의 역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매년 그 회사로 필요한 씨앗을 사러 가야 합니다. 한 세대에서 역할을 끝나게 개량한 씨앗이니까요. 독점이 시작되면 많은 씨앗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씨앗운동이라는 설명을 해줬습니다. 토종씨앗 10개를 상대에게 받아오면, 자신이 그 씨앗을 기릅니다. 토종씨앗이 결실을 맺어 또 다시 나에게 씨앗을 주게 되면 먼저 10개를 자신에게 준 상대에게 줍니다. 이후에 내가 쓸 만큼의 씨앗만 남겨놓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부합니다. 그렇게 늘어나게 되면 토종씨앗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겠죠. 그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마칩니다.
 

▲ 여기공은 인테리어 중. 자베(박소연) 님


▲ 여기공 인테리어 중. 인다(이현숙) 님


용접 주문이 들어오면 마법처럼 바로 만드는

5일에는 다른 팀과 다른 장소에서 용접교육이 시작됐습니다. 5일 팀은 4일 팀과는 다르게 실내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원래 일정보다 늦어지고 있어서 용접교육을 실습까지 할 수 없었습니다. 군산에는 예전에 조선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옛 기억을 되찾고자 직접 고물상에서 선박에 사용되던 쇠를 들고 왔습니다.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서로 다른 부위들을 조립해서 의자도 만들고 식탁도 만들 계획이었죠. 교육팀장님에게 5일 청년팀이 이 부위를 이렇게 용접해 주세요라고 주문이 들어오면 교육팀장님은 단번에 그 부위를 용접해서 5일 팀이 원하는 인테리어로 만들어줬습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5일 팀이 추울 것 같아 즉석으로 포켓스토브도 제작했습니다. 잠시 추위를 잊기 위해 포켓스토브 앞에서 쉬다가 다시 수업이 진행됐죠.


용접 이론 교육은 오후가 돼서야 시작됐습니다. 벽에다가 분필로 글씨를 쓰며 용접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론 수업이 끝나자 짐을 챙기기 시작했는데 5일 팀원들 중 몇 명이 용접 실습은 안 해주냐고 교육팀장님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이론을 듣고 났더니 궁금했나 봅니다. 군산팀의 원래 일정이 진행돼야 하기에 아쉽게 헤어져야 했습니다.
 

▲ 저녁 이야기장. 직조와 여기공에 대한 이야기

기술, 무서워도 두려워도 한걸음씩 떼기 시작한다면

여기공도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도 교육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중 하나는 안전이었고 안전은 잘 알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을 수 있게 말이죠. 교육생들이 잘 배워야만 질이 높아집니다. 처음 기술을 교육받은 분들은 아리송하고 무서울 수도 있지만 그때 잘 배워야지만 다음에도 이어서 갈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기술이라는 감각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군산팀도 교육을 할 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됐기에 여기공과 함께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위해 부른 것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이어나가고, 배운 기술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 쓰게 될 때 안전부터 시작해서 배운 것들이 차근차근 기억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진한솔 조선업태양열교육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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