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무변한 우주와 이어지는 인간의 고통, 욕망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0-01-16 10: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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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김초엽 소설에서 이야기는 무한대의 시간과 미지의 공간이라는 옷을 입고 있어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진다. 소설에서 낯설게 하기, 미학적 카타르시스가 일어나게 하는 건 소설의 완성도와 연결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김초엽의 첫 단편소설집이고,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가작을 받은 작품을 포함해서 SF에 속하는 사건이나 이슈를 소재로 한 7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돼 있다. 


SF 장르여서 45억 년 지구역사를 오므리거나 지구인을 몇 사람으로 축소해서 표현하는 게 비약과 생략이 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7편의 소설에서 이야기는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사건과 반전이 있어도 매끄럽게 읽힌다. 그 사이에 현실의 단면, 인간의 감정이 슬쩍 끼어드는데, 이때 강력한 팽창, 확대가 일어난다. 슬픔은 더 슬프게, 고통은 감각조차 할 수 없으며, 이별은 더 안타깝다. 


7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소수자, 피해자이거나 상처 입은, 혹은 비혼모 등 어떤 식으로든 차별과 소외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 삶과 관심사는 우주이고, 미래이고, 다른 종에게로 열려 있어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이 소설집에서는 과학기술과 인간의 문제, 현실의 한계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과학기술이 한 걸음 움직일 때 인간의 문제는 어디쯤 있을 것인지. 돌연한 어떤 이유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배신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소설에서는 과학기술과 인간의 문제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순례자는 왜 돌아오지 않는가’, 지구를 떠난 과학자가 차별과 소외, 고통과 전쟁이 없는 마을을 만들었다. 그 마을에 사는 아이들은 성년을 맞아 지구(시초지)로 순례를 떠난다. 


‘스펙트럼’, 외계생명체를 만난 할머니, 서로 소통불가한 존재이지만 서로를 ‘놀랍고 아름답다’고 느낀다. 할머니는 지구로 돌아와 허언증환자로 몰린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공생 가설’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신생아, 동물·식물 간의 소통을 꿈꾼다. 종과 종 통역기를 연구하는 과학기술을 응원한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가족을 우주 이민 보낸 후 우주연방 지침이 달라지면서 가족을 못 만나게 된 안나가 “나는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빛의 속도로도 갈 수 없는, 그곳을 향해 떠난다. 그곳은 어디일까. 


‘감정의 물성’은 사람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는 물질과 도구를 욕망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관내분실’은 죽음 이후 인간의 육체가 없어져도 인간의 정신은 기록보존이 가능하다면, 완전한 죽음, 소멸이 유예되면서 함께 유예된 것이 있을 지 모른다. 소설가 정소현의 <양장제본서 전기>와 함께 읽으면 더 재밌을 것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우주 탐험을 위해 신체를 개조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한 이모는 개조에 성공했으나 우주 발사 직전 탈출했고 그 사실을 모르고 지원한 조카는 이모가 우주 대신 심해로 갔으며, 프로그램 지원 과정에서 여성이자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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