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침략에 맞선 밥상 주권의 승리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4-17 10: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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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지난 4월 11일 자정 종소리에 맞춰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백주년 기념일을 경축하는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WTO(세계무역기구) 상소기구에서 타전된 ‘역전 승소’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일본의 방사능 침략에 맞서 우리나라 밥상 주권을 끝내 지켜낸 우리 정부의 쾌거였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현의 핵발전소가 폭발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13년 9월, 원전 오염수 유출 사실에 대응하여 주변 8개 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2015년 5월, 일본은 원전 오염수의 유출과 수산물 수입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한국의 수입금지는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고, 1심 격인 DSB(분쟁해결기구)는 2018년 2월,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한국 정부는 2018년 4월 WTO에 상소를 제기했고, 올 4월 11일 마침내 승소했다. 항소심은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최종 단계이므로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 1심 때와 달리 항소심에서 문재인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우리나라 국민들이 어떤 위험에 놓여 있는지 논리적 설명을 해냈다. WTO 협정 분쟁 역사상 식품위생 분야에서 1심 판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이번 ‘역전 승소’는 문재인 정부가 ‘외교 쾌거’를 이루었다는 박수를 충분히 받을만하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한 WTO 분쟁에서 역전패를 당했다는 소식을 1면에 대서특필했다. 아베 정권이 잘못된 계산으로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의 부흥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냈다는 비난까지 곁들이고 있다. 한국을 시작으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과 싱가포르 등 20여 나라의 수입 허용을 촉구하겠다는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혐한 성향의 일본 네티즌들조차 일본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한 일본 각료들의 발언에 코웃음을 치거나, WTO 개혁 운운하며 몽니를 부린 일본 관방장관의 발언을 추악한 궤변이라고 비판하는 실정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마냥 기뻐하는 대한민국 토착왜구 세력은 이번 WTO 상소재판에서 우리 정부가 패배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나 보다. 이번 WTO 항소심 ‘역전 승소’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침묵하는 일부 언론들을 보면 참으로 안쓰러울 지경이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력 부재로 재판에 지는 바람에 우리 국민들이 방사능 가득한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먹게 되었다고 난리를 피울 기사를 잔뜩 준비하고 있다가 못내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근혜 정부 시기의 WTO 1심 대응을 살펴보면, 마치 위안부 합의처럼, 정부가 국가의 역할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미국조차 1심과 2심 통틀어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패소해야 한다(Korea’s claim must fail)’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여러 면에서 우리 정부가 처한 상황이 대단히 어려웠음에도 정말 죽기 살기로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해 줬기 때문에 기적처럼 항소심에서 이겼다고 본다”는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소속 송기호 변호사의 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항소심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지금의 한국 정부가 제시한 근거가 탄탄했다는 뜻인 동시에 과거 정부의 1심 대응이 부실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구체적 사례 중 하나가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의 갑작스런 활동 중단이다. 정부 예산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2014~2015년 세 차례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조사 대상에는 방사능 오염수 실태뿐 아니라 후쿠시마 인근 해양 오염까지 포함돼 있었지만, 일본의 요구에 따라 갑자기 조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이어 위원회는 2015년 6월 5일 갑자기 활동을 중단했다. 위원회가 활동을 멈춘 탓에 후쿠시마 현지 조사 보고서도 나오지 못했다. WTO 1심 패소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로 1심 재판에 임함으로써 ‘수입금지를 해제해주기 위해 일본과 야합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 수준의 비판이 나오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였다. 당시 윤병세 장관의 외교부는 한일 간 부담되는 사항을 빨리 털자는 입장이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 ‘불가역적 위안부 합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판거래’ 등을 박근혜 정권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주도한 점 등을 고려한 역사 쿠데타의 일환이었을까?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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