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대한 생각

박다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03-06 10:4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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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다.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뜨거운 감자가 된 베트남에 명절 전 약 한 달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동남아시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저렴한 물가, 가까운 지리적 위치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데, 그 가운데 베트남은 최근 들어 더 많은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닿고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였다. 베트남 전쟁이 있을 때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베트남으로 군인을 파병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만행을 저질렀다. 이후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에 대한 사과를 하였지만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베트남 정부는 사과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과 베트남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랬던 베트남과 한국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박항서 축구 감독이 베트남 축구 감독으로 가면서 베트남이 아시안컵에서 10년 만에 태국을 꺾고 승승장구하였기 때문이다. 아시안컵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당시 나는 베트남 여행 중이었고 그 현지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위기는 마치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붉은 물결이 일렁였던 한국의 분위기 같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들으면 적대감을 보이기보다 박항서의 국가 한국이라고 말하며 반가워했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이미 월드 스타였다. 길을 지나가다가 ‘thank you’라는 글귀와 함께 박항서 감독의 사진이 크게 걸린 현수막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축구로 인해 열광의 도가니로 가득 찬 베트남은 나의 첫 동남아 여행지였다. 나는 여행을 다녀오기 전까지 동남아시아에 대해 잘 몰랐고, 베트남에 대해서도 무지했다. 여행 첫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환전 사기와 택시 사기를 당했기에 베트남과 베트남 국민에 대한 내 이미지는 정말 좋지 않았다. 쇼핑을 할 때도 값을 일부러 높게 부르는 상인들이 많았고, 흥정은 필수였다. 여행 전 베트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글을 많이 보았기에 소지품을 챙기며 주의를 기울였다. 베트남 사람들은 나에게 친절했지만 나는 그들을 경계하였다.


나의 인식이 바뀐 건 호치민에 있는 전쟁박물관에 다녀오고 난 뒤부터였다. 정확하게는 전쟁 상흔 박물관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베트남이 치러온 전쟁에 대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부분은 그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 자료였다. 미군과 프랑스군이 잔인하게 베트남 사람을 죽이는 장면, 폭탄에 맞아 다친 사람, 고엽제라는 화학 물질로 인해 피부병을 앓거나 기형아로 태어난 사람들의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전쟁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은 말을 잇지 못하게 하였다.


베트남은 100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프랑스에게 식민지배를 당했고, 미국과 20년 동안 전쟁을 치러야 했다. 베트남 전쟁 이후에는 중국과도 전쟁을 치렀다. 베트남의 젊은 세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식민지배 속에 살았거나 전쟁 경험이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흐름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더 잘 이해가 되었고 이러한 속사정을 자세히 알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또 한편으로는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트남은 강대국들의 침략에 맞서 싸워 승리를 쟁취하고 미국을 패전시킨 유일무이한 국가가 되었다.


베트남은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립 끝에 국가를 통일하고 외부세력의 앞잡이였던 사람들 대부분을 숙청하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난 이후에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였다. 또한 강대국들 사이에서 6.25 전쟁을 치른 지 70년이 다 되어 가지만 그때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는 여전히 휴전 상태다. 그래서 많은 문제들이 우리 민족의 아픔으로 아직까지 남아 있다. 지금 당장 통일을 하는 건 어렵겠지만, 공산주의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이 베트남처럼 개혁 개방을 하여 북한으로 여행이라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베트남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니 내가 여행 첫날 겪은 베트남은 진짜 베트남이 아니었다. 베트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나라였다.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나는 기회가 된다면 베트남에 다시 갈 거다.


박다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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