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중도좌우파의 후퇴, 극우세력 약진

원영수 국제포럼 / 기사승인 : 2019-05-30 10: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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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의 분열과 정치적 혼란 가능성 높아져

지난 5월 23~26일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28개 EU 회원국 4억 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751명의 유럽의회 의원(MEP)을 선출했다. 투표율은 50.5%를 기록, 지난 2014년 선거 때의 43%보다 크게 올랐다. 유럽연합의 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유럽의회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의장을 선출하며, 유럽연합의 법률을 승인한다.


잠정집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유럽 정치를 이끌어왔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세력을 잃었고, 반면 유럽연합(EU)과 이민에 반대하면서 민족주의를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크게 약진했다.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EU 역사상 첫 회원국 탈퇴가 진행되는 등 유럽 전역에서 EU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실시됐고 이러한 흐름이 투표 결과에 반영됐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EU의 정치적 분열 양상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중도 좌우파의 몰락

유럽의회 최대 정파인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51석 가운데 180석을 얻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지만, 기존 217석에 비해 37석을 잃어 의석수가 크게 줄었다.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S&D) 그룹도 145석을 확보, 기존 185석에 비해 40석을 잃었지만 제2당 자리는 지켰다. 중도 좌우파 양당은 제1당과 2당의 지위를 유지하긴 했지만, 양측을 합한 의석은 과반수에 미달해, 1979년 첫 선거 이래 유럽의회에 대해 유지한 기존의 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


특히 유럽의 중심인 독일의 경우 집권 기민당(CDU)이 28.9%의 득표로 독일 의석 96석 가운데 29석을 차지해 체면을 유지한 반면,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의 전진하는 공화국(LREM) 연합은 22.4%의 득표로 74석 가운데 21석을 얻어 극우 국민회의(RN)에게 1당의 지위를 내줬다.


사민당 계열 역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독일 사민당(SPD)은 15.8% 득표로 16석에 머물러 선전한 녹색당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지난 대선에서 몰락한 프랑스 사회당(PS) 역시 6.2%, 5석으로 제6당으로 전락했다. 영국에서도 제러미 코빈의 노동당이 14.1% 득표로 73석 가운데 10석을 얻어 제3당으로 추락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스페인 사회당(POSE)만이 거의 유일하게 승리를 거뒀다. 32.8% 득표로 54석 가운데 20석을 확보, 20.1% 12석에 그친 국민당(PP)을 누르고 1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포르투갈 사회당(PS)도 33.4% 득표로 9석을 얻어 1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올해 총선에서 승리한 스웨덴 사민당은 23.6% 득표로 20석 가운데 5석을 확보했다.


반면 이탈리아 민주당(PD)은 22.7% 득표로 73석 가운데 18석을 얻었지만, 극우 포퓰리스트 마테오 살비니의 동맹(Lega)에게 1당의 지위를 내줬다.


주류 중도우파의 후퇴는 전통적 자유주의 군소정당의 연합체인 유럽 자유민주동맹(ALDE)의 반사이익으로 반영됐다. ALDE의 의석은 2014년 68석에서 109석으로 41석 증가했다. ALDE는 외형상 이번 선거에서 의석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교섭단체였다.

극우-포퓰리스트 세력의 약진

유럽연합에 비판적인 극우-포퓰리즘 세력은 다소 차이는 있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제1당으로 부상하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상당히 약진했다. 그 결과 마린 르펜, 나이절 패라지, 마테오 살비니 등의 극우 반이민 인종주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반EU의 입장을 취하며 유럽의회 무대 전면에 나서게 됐다.


먼저 프랑스에서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국민연합(RN)이 23.3% 득표로 22석을 확보해, 마크롱의 여당을 누르고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2014년 선거에서도 국민전선(FN)이란 이름으로 24,9% 득표, 24석으로 사상 처음 1당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도 유럽연합에 가장 비판적인 정당이 제1당에 오르는 역설을 보여줬다.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진행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되면서 영국독립당(UKIO)을 탈당한 나이절 패라지가 급조한 해괴한 이름의 브렉시트당이 31.7% 득표로 73석 가운데 29석의 확보해, 사임한 테레사 메이의 집권 보수당(8.7%, 4석, 5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기민당(CDU)과 함께 유럽의회 최대 정당이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연맹(Lega, 구 북부동맹)이 34.3% 득표 28석으로 집권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M5S: 17.1%, 14석)을 3위로 밀어내면서 제1당으로 부상했다. 반이민 인종주의 트윗으로 악명높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의 정국 주도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의 집권 극우세력도 압도적 득표로 무난히(?) 1위를 유지했다. 폴란드의 집권 법과 정의당은 45.4% 득표로 51석 가운데 26석을 확보해 압도적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헝가리 역시 빅토르 오르반의 헝가리 시민연합(Fidesz)이 52.3% 득표로 21석 가운데 13석을 차지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1.0% 득표로 11석을 확보해, 2018년 연방의회 진출에 이어 유럽의회에서도 의석수를 2014년 7석에서 11석으로 늘여, 사민당에 이어 제4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집권 자유당(FPO)은 선거 직전에 터진 부패 스캔들로 몰락했다. 이번 선거에서 17.2% 득표로 전체 18석 가운데 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국민당(VP: 34.9%, 7석)과 사민당(SPD: 23.4%, 5석)에 이어 제3당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한때 제1당이 유력했던 네덜란드 자유당(PVV) 역시 3.5% 득표에 머물러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현재의 교섭단체 구조에서 극우세력은 각각 ENF(7.7%, 58석)와 EFDD (7.2% 54석)로 나뉘어 있다. 이번 선거에서 두 교섭단체의 의석은 기존에 비해 각각 22석과 13석, 모두 35석 증가했다. 기존 극우정파의 교섭단체였던 ENF에는 프랑스 국민회의, 네덜란드 자유당, 오스트리아 자유당 등이 속해 있는 반면, 새로운 교섭단체인 EFDD에는 독일을 위한 대안, 이탈리아 오성운동, 영국의 브렉시트당 등이 속해 있다. 정체성이 모호한 이탈리아 오성운동을 제외하더라도, 양측의 극우세력이 최소한 100석을 육박하는 유럽의회 제4당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좌파-녹색당의 선전과 급진좌파의 부진

독일 녹색당은 20.5% 득표, 20석으로 제1야당 사민당을 3당으로 밀어내고 제2당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녹색당 역시 13.5% 득표로 12석을 확보해 제3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영국 녹색당도 11.1% 득표로 7석을 확보해 노동당에 이어 제4당이 됐다. 그 밖에도 핀란드(16.0%, 2석), 오스트리아(14.0%, 2석), 스웨덴(11.4%, 2석), 아일랜드(15.0%, 2석), 룩셈부르크(18.9%, 1석) 등에서 선전했다.


지난 선거에서 51석을 확보했던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9.2% 득표로 18석 늘어난 69석을 확보해 유럽의회 교섭단체 가운데 제4당의 지위에 올라 유럽의회 선거 사상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그리스의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는 23.7%, 6석으로 우파 신민당(ND: 33.3%, 7석)에게 제1당의 지위를 내줬다.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역시 10.1% 득표, 6석에 그쳐 4당의 위치에 머물렀다. 독일 좌파당(Die Linke)은 5.5% 득표로 6석을 얻었다. 장뤽 멜량숑의 불굴의 프랑스(FI)는 6.3% 득표로 6석을 얻은 반면, 프랑스 공산당(PCF)은 2.5% 득표로 의석 획득에 실패했다. 그리스 공산당(KKE)은 5.5% 득표로 2석을 확보했다.


유럽의회의 유일한 급진좌파 교섭단체인 유럽통합좌파/노르딕녹색당(GUE/NGL)의 성적표는 5.2% 득표, 39석으로 확정됐다. 2014년의 52석에 비해 13석이 줄었다. 경제위기 속에서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급진좌파의 선거 성적표는 초라했다.

우울하고 위험한 유럽의 미래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표면적인 결과는 중도 좌우파 주류의 쇠퇴, 자유주의 계열과 녹색당의 선전, 극우파와 포퓰리즘 세력의 약진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표면적인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도파의 지배력 상실과 맞물려 극우세력이 유럽의회 내에서 강력한 제3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1당의 지위를 고수한 앙겔라 메르켈의 독일을 제외하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에서 극우 정치세력의 승리는 유럽의회 차원을 넘어 각국 국내정치에서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 나아가 유럽연합 프로젝트 자체에 비판적인 극우세력이 제3의 세력으로 성장함으로써 유럽연합 자체의 정치적 분열과 대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이 극우세력의 이데올로기와 담론 영향력이다. 특히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극우세력이 득세하면서 기존 중도우파와 보수세력 역시 득표를 위해 극우의 담론과 의제를 빈번하게 차용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 전반의 우경화와 보수화는 가속화되고, 민족주의와 포퓰리즘의 이름 아래 반이민, 인종혐오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현시기 정치경제적 위기의 반영이며, 그 결과 유럽연합 프로젝트 존재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양극화→이민-난민→외국인 혐오-폭력의 악순환 구조가 유럽연합의 제도정치와 자본주의 체제에 굳건하게 뿌리내리는 우울하고 위험한 미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역설적으로 유럽연합을 회의하고 거부하는 집단이 유럽 납세자들의 세비를 받으면서 유럽의회 의사당을 활보하면서 유럽연합에 저주를 퍼붓는 희비극이 매일 생중계될 것이다.


원영수 국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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