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천사표 요양보호사는 떠났다

배운태 공공운수노조 동구노인요양원분회장 / 기사승인 : 2019-04-17 10: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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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일 목요일 동구노인요양원에서 제5차 노사 교섭이 있는 날이었다. 국민복지재단 이사장은 시설장에게 위임장을 써 주고 교섭 장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설장은 노조(분회)에서 발행한 선전물에 재단 이사장이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쓴 글을 문제 삼아 재단 사무국장을 이사장 대신 교섭위원에 앉히겠다고 밝혔다. 분회는 동구노인요양원 전 원장인 재단 사무국장이 교섭 장소에 나타나면 분명한 태도를 밝히겠다고 전했다.


4월 8일 월요일 재단 이사장은 시설장에게 위임장을 써 주고 6차 교섭에 나오지 않았다. 교섭장에는 시설장 혼자 나왔다. 노조 교섭위원이 전 원장을 교섭자리에 앉힐 것인지 물었지만 시설장은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일 분회 임원선거 입후보 등록 공고문이 뜨자 당시 원장이던 재단 사무국장은 자기 옷을 벗는다는 전제로 2년 미만 노조 가입 근무자는 모두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분회는 대화를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 후에 재단 이사장을 만나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사장은 전 조합원 앞에서 노조 인정과 노조 활동 보장, 2년 미만 근무자를 정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공개 사과했다. 재단 이사장이 공개 사과한 것은 분회를 중심으로 조합원이 단결해 한 목소리로 움직였고 2년 미만 근무자들이 모두 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이었다.


사물은 변한다. 어느 한쪽의 사물이 변화하면 상대방 사물도 변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재단과 시설 관계자는 변화된 환경을 무시한 채 그동안 즐겨 써먹었던 방식을 다시 들춰내는 어리석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그들은 요양보호사에게 봉사와 희생정신만 강요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조금 웃도는 임금을 받았다. 여태껏 천사표 딱지를 떼지 못한 요양보호사들이 이제는 천사표를 떼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가슴속에 덩어리로 맺힌 한을 실밥 풀어내듯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조합원들은 주저함과 머뭇거림이 없다. 조합원이 많이 외치는 구호는 10.9(십점구)다. 10.9%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다. 조합원 기본급에 10.9%를 적용해서 인상하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나타낸 상징이다. 조합원들이 입는 근무복에 10.9 자수 완장을 부착했다.


교섭이 있는 날에는 교섭 보고회를 한다. 보고회에서 하는 구호와 팔뚝질은 머뭇거림이 없다. 목소리는 하나로 모이고 점차 높아져 가고 있다. 출입문 앞에서 선전물을 주면 눈치 보고 피해가던 그런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지난날 순하고 어린 양처럼 윗사람을 눈치를 보고 기대던 모습도 사라지고 있다.


윗사람을 향한 날갯짓이 아니라 이제 우리 자신을 위해 푸드득 힘차게 날갯짓하고 있다. 이미 변해버린 요양보호사는 천사표 딱지를 뗀 조합원이다. “조합원 숫자가 적다고 무시하면 다친다. 이것이 우리가 너희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다.” 변해버린 조합원들이 ‘윗사람’들에게 조심하라고 염려 섞인 말을 한다.


배운태 공공운수노조 동구노인요양원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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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태 공공운수노조 동구노인요양원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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