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나의 식탁으로 돌아오다

하진수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19-10-12 1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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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획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바다쓰레기‘줌(Z00M, 줍는다)’프로젝트⑧ 플라스틱

-산업화 이전 생활용품, 불편했지만 친환경적
-편리한 포장과 택배, 플라스틱 사용량 늘여
-신이 내린 플라스틱, 인간의 재앙이 되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 줄여야


사십 몇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라 불렀고, 나는 그 ‘국민학교’를 다녔다. 매일 한 시간여를 걸어 등하교를 해야 했다. 거기다 등교 전엔 어린나이일지라도 가족으로서 집안일 중 한 몫을 했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이른 아침, 나를 잠에서 깨우는 소리는 아침밥을 준비하시는 어머니의 부산스런 소리였다. 눈을 뜨면 해야 할 일이 먼저 생각났고, 망설임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했다. 내가 할 일은 쇠죽 끓이는 일. 땡감만한 조막손으로 여물을 썰어 끓여주면 콧구멍으로 흰 김을 뿜으며 죽을 먹는 소들을 뿌듯하게 바라보곤 했다. 세수를 하고 아침밥이 차려 지기 전에 학교 갈 채비로 책 보따리를 챙겼다. 사각 보자기를 펼쳐놓고 그날의 시간표대로 교과서를 쌓은 다음 위에는 네모난 양은 도시락을 올려놓았다. 보따리를 싸기 전 나는 습관처럼 도시락 뚜껑을 열어 봤는데 혹시나 계란 프라이라도 턱 올려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개는 도시락 가장자리에 한 가지 반찬이 담겨져 있는 조그만 반찬 통이 밥 위에 꾹 눌러져 있고 그 위에는 쇠 젓가락이 대각선으로 놓여있었다. 반찬은 배추김치 아니면 무김치, 또는 고추장에 졸인 멸치가 대부분이었다.

 

▲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병들


아침밥을 먹고 보자기를 대각선으로 꽁꽁 말면 두 갈래 긴 보자기 자락이 남고, 그것으로 어깨와 다른 쪽 겨드랑이롤 채워 멨다. 산자락과 논두렁길로 된 등굣길은 늘 동무들과 뛰고 장난을 치며 다니곤 했다. 교과서랑 공책은 김칫국물로 붉게 물들고 부풀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러한 것이 당연한 듯 여겼고 불평 또한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진급할 즈음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책가방이 등장했다. 나도 멋져 보이는 가방 하나 사달라고 어머니를 졸랐고, 처음 가방을 산 날, 자다가도 일어나 가방을 쓰다듬어 보곤 했었다. 하지만 책가방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양손이 자유로웠던 것과는 달리 한 손은 늘 가방을 들고 있어야 해서 귀찮기도 했다. 하굣길에 친구들과 가방을 던져 놓고 실컷 놀다보면 가방이 어디 있는지 몰라 한참 찾기도 했는데 그럴 땐 내 등짝에 딱 붙어 있던 책 보따리가 그립기도 했다. 나의 책보자기는 그 후에도 버려지지 않고 잡다한 물건을 싸거나 다용도로 오랫동안 사용되어졌었다. 


나의 새 책가방은 일 년 정도 쓰곤 버려졌었던 것 같다. 워낙 험하게 사용하기도 했고, 늘어난 과목 때문에 작기도 했다. 생각하면 그것이 내가 버린 최초의 플라스틱 쓰레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즈음해서 플라스틱 제품들이 시골마을까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른들은 그것을 ‘뿔’이라고 불렀는데 뿔그릇, 뿔숟가락, 뿔소쿠리 등이었다. 가볍고 색깔이 예뻐 다들 좋아했지만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근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장날이면 어머님은 시오리쯤 걸어서 장에 갔는데 가끔 내가 좋아하는 자반고등어를 사왔다. 소금에 푹 절여진 고등어는 언제나 새끼줄이나 지푸라기에 매여 있었다. 고등어는 밥을 짓고 난 아궁이 남은 잔불에 노릿하게 구워져 밥상에 올랐다. 어머니 손에 들려 시원한 강바람을 맞고 소나무 숲과 들을 지나 먼 길을 돌아 집에 오는 동안 비린내는 다 날려 버렸는지 나는 고등이구이의 고소한 맛만 기억한다. 자반고등어를 쌌던 새끼줄이나 지푸라기는 거름 더미에 던져 놓으면 저절로 썩어 퇴비가 되었다.


예전, 그러니까 대략 산업화 시기 이전에는 일상에서 사용되어진 물건들은 대부분 재사용되거나 아니면 토양과 섞여져 새 생명들의 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생선 한 도막을 사도 비닐봉투에 담겨있다. 이제 비닐포장은 각오와 결단이 아니면 고치기 힘든 습관으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며칠 전 택배가 왔다. 스티로폼 상자는 비닐테이프로 단단히 밀봉이 되어 있고 상자 속에는 잘 손질된 간 고등어 여러 마리가 비닐 포장돼 나란히 포개져 있었다. 텔레비전 홈쇼핑을 보던 아내가 고등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주문한 것이었다. 냉장고에 정리해 넣고 나니 스티로폼 박스와 테이프, 냉매제가 고스란히 쓰레기로 남았다. 스티로폼 박스와 냉매제는 외지에서 공부하는 아이에게 밑반찬 보낼 때 활용하기로 했지만 결국 쓰레기로 남을 것이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할 때라 그런지 더 맘이 편치 않았다. 전화 한 통화로 집까지 배달되는 편리함 때문에 이용하긴 하지만 택배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쓰레기는 몇 백 년이 가도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와 환경을 위협한다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는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하니 ‘슬러지 사피언스’란 말이 생기지 않을까. 

 

▲ 해안가에 버려진 각종 쓰레기들과 조각난 스티로폼


누구나 편한 것을 좋아하고 편리한 것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것이 과학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20세기 신이 내린 선물이라 주목받았던 플라스틱은 사용되고 수십 년 만에 심각한 환경문제를 야기시켜 이제는 ‘선물’이 아닌 ‘저주’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의 일상은 온통 플라스틱과 함께한다. 점심식사 후 일회용 아이스커피 잔을 들고 거리를 다니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고, 한 손에 일회용 커피 잔을 들고 다른 손으로 캐리어를 끄는 것이 공항 패션처럼 보이기도 했다. 쓰레기통 위에까지 차곡차곡 버려진 플라스틱 컵들을 흔하게 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하게 사용되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지구촌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해양쓰레기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30kg에 달하는 플라스틱을 뱃속에 품고 죽은 고래와, 수족관에서 바다로 풀려난 후 1225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삼키고 10개월 만에 죽은 채 돌아온 거북의 소식을 우리는 일찍이 접했다. 배에 있는 새끼에게 플라스틱을 먹이고 있는 바닷새 알바트로스를 안타깝게 지켜보았고, 몸에 맞는 소라껍질을 찾지 못해 바닷가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에서 플라스틱 병뚜껑에 몸을 넣고는 만족한 듯 기어가는 집게의 모습은 참담했다. 


지구의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 여러 연구 자료들에 의하면 현재 바다 속에는 15조에서 70조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엄청난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두 가지 경로를 거쳐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치약이나 세정제, 수많은 화장품, 자외선차단제, 바디워셔 등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사용된다. 이들 제품을 쓰고 나면 하수관을 타고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간다. 워낙 미세해서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또 다른 경로는 완성된 플라스틱 제품이 해양투기 등을 통해 바다에 버려지고 파도나 자외선에 의해 잘게 부셔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렇게 생성된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한 플랑크톤이 먹으면 수많은 해양 생물들이 그것을 먹고 결국 먹이사슬의 마지막인 우리의 식탁에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 버려진 플라스틱 병과 수거조차 힘든 스티로폼 가루


연구 자료에 의하면 국내 미세플라스틱 밀도가 세계 주요지역보다 평균 13배가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은 98kg으로 세계 1위라 한다. 최근 들어 기업이나 정부 차원에서 많은 연구와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들의 의식 변화와 함께 생활의 변혁 없이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미세플라스틱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집 쓰레기 분리수거는 내가 담당해야겠다. 철저하게 분리하되 깨끗하게 정리해서 재활용률을 높여보자. 포장지는 종이를 이용하고 일상으로 쓰던 비닐봉지를 거부해보자. 바깥에서 만들어진 쓰레기는 반드시 집으로 가져와야겠다. 


나의 젓가락 끝에 미세플라스틱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우리 몸 안에도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쌓였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기우가 되길 바라본다. 이번 기회에 아내에게 예쁜 장바구니 하나 선물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 값 정도는 넣어 줘야겠지. 


하진수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이 원고는 울산연안지역 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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