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운동가·평화운동가 김복동

백승아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19-08-21 10: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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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그가 꿈꾸는 세상은 연민이 아닌 연대로

영화 <김복동>을 봤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쏟아질 눈물을 대비해 손수건이라도 준비해야 하나 생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나의 편견이었다. 그러나 영화 속 김복동은 불쌍한 소녀, 안타까운 할머니가 아니라 용기 있는 여성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였다. 이 글의 제목에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란 단어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임을 밝힌 후로 그는 세계에 전쟁의 참상 특히 전시 성폭력의 잔인함을 고발하고 여성인권과 평화를 위해 운동하는 활동가로서 살았다. 


영화 <김복동>에서 그는 친지들의 만류에도 자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나선다. “다시는 이 땅에서 소녀들이, 여자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게 하려고” 싸움을 시작했다. 그의 용기에 대한 존경과 동시에 바뀌지 않는 세상에 대한 무력감이 든다. 당당한 가해자와 용기가 필요한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숨어 살아야 하는 모습은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2차 폭력은 그가 바라는 세상이 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개 일본군 위안부는 영화나 드라마 등 여러 매체 속에서 끌려가는 소녀, 위안소에 쓰러져 있는 소녀의 모습으로 재현돼 민족적 슬픔과 분노를 자아낸다. 그들의 존재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비극, 일본군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상징이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본 김복동은 ‘피해자답지 않고’ 당당했다. 그는 용기와 희망 그리고 연대의 아이콘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집회라는 수요집회. 그는 연대했고 이 길고 긴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은 그에게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쟁과 성폭력의 공포는 아직도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김복동은 우리가 도와줘야 하는 안타까운 피해자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연민이 아니라 연대함으로써 그가 꿈꾸는 세상으로 포기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김복동은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할 것, 이를 교과서에 싣고 교육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일본에 있는 재일조선인 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럼 우리 사회는 미래 세대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무얼 가르치고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교육 역시 연민에 그치지 않고 연대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수요집회 현장에는 10대들이 많이 보인다. 나비 머리핀을 꽂고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거리에 앉아 구호를 외친다. 동아리 친구들과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그림을 넣어 직접 제작한 공책을 나눠주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김복동을 통해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방법, 힘을 보태는 방법,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또, 전쟁과 폭력이 한 사람의 일생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배운다. 그리고 큰 아픔과 분노를 딛고 불의와 싸우는 용기를 배운다. 더 나아질 세상을 함께 꿈꾸고 행동한다. 세계 위안부 기림의 날을 보내며 우리는 앞으로 그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재현해야 하는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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