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대책은?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0-06-25 1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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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때문에 등교개학이 많이 늦어졌다. 6월 8일 마지막으로 중학교 1학년이 등교했는데 등교한 바로 그 주에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대면 수업이 부족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폭증하지 않을까하는 많은 교사들의 걱정과는 달리 작년의 수치와 비슷했다. 내심 안심하면서도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작년의 수치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 기준은 100점 만점에 40점 미만으로 과목별로 집계한다. 이번에는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을 쳤다. 오지선다형 문제여서 몰라도 얻게 되는 점수도 있기 때문에 40점이라면 상당히 낮은 점수인데, 사실상 수업 시간에 교사의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보는 수준이다.


한 반 학생수가 25명 정도여서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지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입장에서 봐도 알아듣기 힘든 수업 내용에다 쉽고 자세한 설명을 추가로 듣지 못하기 때문에 수업에서 소외되기 쉽고 자연스럽게 장난에 빠지거나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수업 분위기 자체를 흐트려 놓기 쉽다. 아니면 시간 내내 엎드려 있거나 멍한 상태로 지내게 돼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점점 기초학력 미달이 심화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다. 국가에서 책임지고 기초학력을 달성시켜 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의 책임은 명확한데 구체적으로 실천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학습부진이 쌓여 중학교에 와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지고 학습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일선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대책은 방과후에 특별 수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미 문화적으로 공부와 멀어져 있는 학생들을 방과후에 남겨서 특별히 공부를 시킨다는 게 엄청 힘든 일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수업에 빠지고 도망을 가기 때문에 혼을 내기도 하고 간식을 제공하면서 수업에 붙들어 두기도 한다. 공부에 흥미를 느끼게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과 이미 공부는 힘든 것, 괴로운 것, 나는 할 수 없는 것으로 학습돼 있는 학생의 입장이 수업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든 재시험에서 40점 이상을 받아 유급을 면하게 하기 위해서 똑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고 익히게 하는 편법을 동원하는 실정이다.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어떻게든 40점 이상을 받아 상급학년으로 진학하지만 다시 기초학력 미달로 판정받고 특별수업, 반복적 문제 풀이를 되풀이한다. 과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


몇 년 전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비슷한 문제가 있는 법, 핀란드 학교에 기초학력 대책을 물어봤더니 세 가지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첫째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한 보조교사 제도다. 특별히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위해 정교사가 수업을 진행하고 보조교사(주로 같은 학교 정교사가 맡는다고 한다)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옆에 앉아 수업을 따라갈 수 있게 1대1 지도를 한다. 둘째, 역시 방과후에 남겨 특별 수업을 한다. 셋째, 그래도 기초학력이 미달되면 유급을 시킨다. 세 번째 대책은 가정에서 부모들의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 실시한다고 했다. 기초학력 미달은 국가와 가정의 공동책임이라는 것이다. 성과는 상당히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첫 번째 보조교사 제도는 예산 문제로 당분간은 힘들 것이다. 세 번째 유급제도는 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핀란드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유급에 대해 심리적인 충격을 크게 받기 때문에 도입에 저항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유급제도는 부모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학생 개인에게는 학습의 강력한 동기를 제공해 줄 수 있으므로 심리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여건 조성과 더불어 이제 본격적으로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어떨지 제안한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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