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참정권의 실질적 보장

최병문 논설실장 / 기사승인 : 2020-01-15 10: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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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정치·시사

지난해 말 ‘만 18세 이상’으로 선거권 연령을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약 14만 명의 학생들이 다가올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선거에 참여해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선거권은 1948년 정부 수립 당시 ‘만 21세 이상’으로 제한됐다가, 1960년 ‘민법상 성인, 만 20세’로 낮춰지고, 2005년 선거법 개정으로 ‘만 19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2013년 선거연령 하향 운동에 발맞춰 국가인권위원회가 만 19세 이상인 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결국 이번 선거법 개정까지 이르게 됐다. 


이제 드디어 학생들도 ‘교복 입은 시민’이 돼 교육정책의 당사자로서 교육정책을 살펴보고 자신의 뜻에 따라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만 18세 학생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최초의 공직선거인 이번 총선에서 청소년 학생들은 예전과 매우 다른 대우를 받을 것이다.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해 온 정치세력들까지 만 18세 유권자 고객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할 것이다. 만 18세 청소년들의 선거권은 박빙 선거의 승패를 가를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어서 어떤 정당은 벌써 학자금 무이자 대출, 병사 월급 100만 원, 월 20만 원 청년주거수당 등의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이제 정치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좋든 싫든 청소년을 대한민국의 정당한 주권자 시민으로 대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청소년의 참정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 피선거권 연령 제한 기준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은 25세, 대통령은 40세다. 19세 국회의원이나 34세 대통령의 등장은 대한민국에서 아직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선거권 제한 연령 기준은 18세로 완화됐지만, 대한민국 정당법에 따라 선거권 없는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여전히 정당 가입이 불가능하다.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낮추고 청소년기부터 원활한 정당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학생의 정치참여를 금기시하는 교육현장 문화도 바꿔야 한다. 정치는 세상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친다. 학교도 정치적 순결을 계속 강요할 이유가 없다. 


선진 유럽에서는 이삼십대 나이의 국회의원, 장관, 총리가 드물지 않다. 최근 우리나라 언론이 환호작약한 산나 마린 신임 핀란드 총리는 1985년생으로 한국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30대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녀는 신출내기 정치인이 아니다. 그녀는 2006년 스물한 살의 나이로 사회민주당 청년단에 가입한 후 약 14년의 정당 활동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우리나라 청년 정치의 현실과 전망은 어떨까? 17대 국회는 당선인 기준으로 20~30대 의원 비율이 11.6%로 23명이었는데 반해, 20대 국회에서는 20대와 30대를 모두 더해 1%인 3명 당선에 그쳤다. 현재 40세 미만 유권자는 전체의 35%에 이르지만 국회에서 그 연령대를 대표하는 의원은 겨우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에 그 주체인 청년들의 요구가 당연히 반영돼야 함에도 청년 연령 대표성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국회 구성은 개선돼야 한다. 


광주학생의거와 4.19 혁명에 앞장섰던 이들이 바로 중고등학생들이었으며, 광화문 촛불시위 당시에도 수 많은 학생들이 조목조목 사회 부조리를 질타하며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 역량을 보였다. 선거권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사회 정의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선관위, 교육 당국은 모두 힘을 합쳐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학생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현안에 대해 쟁점있는 토론 수업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고,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유권자로서 지켜야 할 사항을 교육하고 모의선거를 시행해 보는 것도 참정권 교육의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정당 가입 등이 금지된 교사의 정치 기본권도 확대돼야 한다. 당면한 정치현안들을 교실에서 외면하고 금기시할 것이 아니라 토론과 배움의 소재로 과감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청소년 학생들은 이제 가만히 있지 않고 집단지성을 발휘하며 기존 정치판을 뒤흔들 것이다. 긴장하라 정치인들이여. 교복 입은 시민들의 반란이 시작됐다.


최병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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