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고향은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07-16 11: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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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 아니고 “내가 살던 고향”이 꽃피는 산골입니다. 우리 국민 누구나 알고 있는 ‘고향의 봄’ 가사의 앞부분인데 어색함을 못 느끼고 애창해왔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나의”라는 표현은 일본어 노(の)의 문법체계입니다. 주부의 벗(주부지우) 반도의 빛[半島の光] 등 무엇무엇“의”라는 일본어 표현법을 이원수 작가가 일본식 표현법 그대로 빌려 쓴 것 같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이 바로 됐으면 “내가 살던 고향은”으로 가사를 고쳐 불렀을 텐데 우리 사회가 친일 영향을 벗어나지 못해 우리 말과 글에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작사자 이원수는 1911년 한일병탄 한 해 뒤에 마산에서 태어나 일본식 교육 체계에서 교육받았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성장해 1940년부터 1945년 사이에 동시, 자유시, 수필 등 모두 다섯 편의 친일 작품을 발표한 것입니다. 1942년 8월에 실린 동시 ‘지원병을 보내며’에서는 일본이 벌인 태평양 전쟁에 참전할 지원병을 위해 후방에서 병역 봉공을 다해야 한다고 표현하고 농업 보국에 정성을 쏟아 총후 봉공의 완수를 해야 한다고 했으며, 편지글 형식으로 어린이들이 하루바삐 내선일체와 황국신민이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했습니다. 복숭아꽃 살구꽃과 진달래 피는 산골에서 자란 시인의 감성으로 어떻게 천황 폐하를 위해 죽으라고 쓸 수 있었을까 안타깝습니다.

 


“뜸북뜸북 뜸북새”로 시작하는 ‘오빠생각’을 쓴 최순애 시인과 결혼했고 양민학살사건, 4.19 혁명과 독재를 다룬 시와 소설을 발표했습니다. 고향의 봄 도서관(이원수 문학관)에는 작가의 친일 활동과 반독재 활동을 가감 없이 전시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잘 보여줍니다. 


마산에는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하는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을 기리는 마산 문학관이 있습니다. 가고파 문학관, 노산 문학관 등으로 거론되다가 마산 문학관으로 명칭을 확정했습니다. 국토예찬과 민족문화 사랑이 지나쳐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합쳐놓았다고 박정희를 칭송하며 독재에 협력한 점이 아쉽습니다. 


평양에서 태어났지만 마산에 정착하고 활동한 ‘선구자’를 작곡한 친일 작곡가 조두남도 있습니다. “일송정 푸른 솔에… 말 달리던 선구자” 만주 벌판의 독립군을 노래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말 달리던 선구자가 독립군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던 간도 특설대를 가리킨다고도 합니다. 과거에는 친일 활동을 한 작사자 윤해영을 독립투사로 묘사한 내용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선구자라는 곡 자체도 박태준의 ‘님과 함께’라는 곡의 표절임이 밝혀졌습니다. 윤해영은 ‘낙토만주’, ‘척토기’, ‘오랑캐고개’, ‘만주아리랑’, ‘아리랑만주’ 등 노골적인 친일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조두남은 1943년부터 징병제를 찬양하고 낙토만주와 오족협화로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군가풍 국민가요를 작사·작곡해 보급했습니다. ‘징병제 만세’, ‘황국의 어머니’와 함께 일본의 만주국 건설을 찬양하는 내용의 ‘아리랑만주’ 같은 작품이 남아있습니다.

 


마산 음악관은 조두남 기념관으로 건설했다가 ‘마산 음악관’으로 이름이 바뀌어 다행인데 산토끼를 작곡한 이일래, 친일 대중음악가 반야월, 고향의 노래 이수인 등 마산 출신 음악가를 기리는 공간이 절반, 조두남을 칭송하는 공간이 절반으로 구성됐습니다. ‘선구자(용정의 노래)’에 대한 친일논란은 언급하지 않고 조두남의 친일 활동도 간략히 표현해 고향의 봄 이원수 문학관과는 비교가 많이 됩니다. 3.15 의거 발생지 마산에 친일, 독재를 미화한 작가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만들어지고 반대 운동을 통해 고쳐지는 현실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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