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엔 언제나 감옥이 있었다

안재성 작가 / 기사승인 : 2019-05-31 11: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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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1933년 반제동맹사건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이관술

 

 

대한민국 국회에서, 조선공산당의 지도자였던 이관술 선생에 대해 세미나를 하게 되어 감개무량하다.


조선공산당은 식민지 치하인 1925년 4월 17일에 결성되었다가 코민테른의 소아병적인 결정으로 부당하게 해산된 후, 독립 후인 1945년 9월에 재건된 정당으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결성되었던 백 개도 넘을 정당 중 단연 최고의 정당이다.


당원 3만 명이 항일운동으로 옥살이한 햇수를 합치면 6만 년이라고 당수 박헌영이 공식석상에서 언명했을 정도로 헌신적인 당원들로 이뤄진 정당이었다. 더욱 식민지시대는 어떠한 보상도, 미래도 없이 투쟁한 이들이다. 만주총국, 일본총국도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싸웠다.


해방직후 결성된 조선공산당의 당원들 수준은 이듬해 삼당합당으로 결성된 남로당이나 북한에 결성되었던 북로당, 이후에 통합한 조선로동당의 구성원들 수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관술은 광복 후 재건한 조선공산당의 재정부장을 맡았는데 당수가 박헌영, 부당수가 이관술이라 불리던 사람이다. 그만큼 여러 차례 옥살이를 하고도 온갖 고문을 당하면서도 의지를 꺾지 않고 투쟁한 분이다.


사심 없는 헌신성은 박헌영, 이현상, 김삼룡, 이주하 등 핵심지도부의 공통점이지만 특히 이관술은 관대한 성품으로 당내에 인간적 갈등이 생기면 이관술에게 부탁했다는 증언들이 있다.


이관술은 부잣집 맏아들로, 동경사범 출신의 교사로 안온하게 살 수 있었음에도 항일운동에 뛰어들었고, 1930년대 중반의 조선공산당 재건 책임자였던 이재유가 체포된 후에는 전국을 다니며 조직을 하는데, 1939년 박헌영이 석방되자 초치해 지도자에 앉힌다. 그리고 또 해방되는 날까지 사실상 공산주의자들을 이끌어 노동자 조직과 파업, 선전활동을 계속한 의지의 맹렬투사다.


식민지 말기 그 엄혹한 전시체제 속에서도 북으로는 함흥에서 남으로는 마산까지, 넝마주의 엿장사로 위장해 짐자전거를 끌고 다니며 조직을 했던 사람이다. 동생 이순금의 수기를 보면 자전거를 끌고 나가 한두 달 만에 돌아올 때면 얼굴은 새까맣게 타고 온몸에 흙먼지를 뒤집어썼다고 한다.


해방 수 주위의 강권으로 여러 요직을 맡지만, 이관술은 자기 명패가 놓인 회의장에 좀처럼 나오지를 않았다. 그 시간에 공산당 인쇄소에서 기관지며 전단을 만드느라 손과 옷이 까맣게 일을 하고 있던 것이다.


식민지 때나 해방 후나 고향의 농토를 아낌없이 팔아서 운동자금으로 쓰던, 사심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으나 그렇게 헌신적인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좌익소아병과는 거리가 멀었다. 해방 후 고향 울산을 방문했을 때는 공산당의 기세를 등에 업고 부자와 우익들을 공격하고 다니던 지방당원들에게 맹동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고 야단쳤다는 증언도 있다.


이관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은 훗날에 발결된 미국무성 자료까지 아무리 검토해 봐도 미군정 경찰에 의한 철저한 조작, 누명이었다. 실제로, 스스로 떳떳했던 이관술은 월북하라는 명령도 거부하고 진실을 밝히려다가 두 달 만에 두 번째 부인의 집에서 체포된다. 온 나라가 들끓던 사건의 피의자가 계속 자신의 집에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정황을 말해준다.


해방직후 신문에 기고한 자서전의 제목을 <조국엔 언제나 감옥이 있었다>로 했던 이관술이었다. 그 고난의 시대를 지나고 해방을 맞았건만 불과 8개월 만에 다시 감옥에 끌려가 4년만에 감옥에서 총살당한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관술이 주도했던 국내의 사회주의계열의 항일운동은 남과 북에서 모두 정치적 이유로 철저히 배제되다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조금씩 조명을 받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이관술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고 정판사 위폐 사건의 올바른 재심으로 그 명예를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쓴 인물 중 제일로 뽑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단연 이관술이라고 답한다. 그러기에 충분한 훌륭한 인물이다.

 

 안재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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