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부재와 생각의 매몰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시민 / 기사승인 : 2019-06-26 1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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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나는 역사 연구를 한다. 일제시기 울산 병영 주민에 관한 논문을 쓴 이후에는 연구 성과가 없어서 연구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어쨌든 공부를 하고 있다. 최근에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갖고 논문을 쓸 준비를 하게 됐다.


지금 관심을 갖고 논문을 쓰려고 하는 주제는 1920년대 울산지역 청년회다.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외솔 최현배의 글인 <조선민족 갱생의 도>를 읽고 난 뒤부터이다. 최현배는 1926년 동아일보에 66회에 걸쳐 이 글을 연재했는데, 이후 1930년에 단행본으로 간행됐다. 내용은 조선민족을 갱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쇠퇴한 상태와 원인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갱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노력을 하다보면 우리 민족의 시대적 이상과 민족 갱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까지 담고 있는 이 글은 읽다보면 그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그의 진단과 해결 방법은 80년이 훌쩍 넘어간 지금 봐도 공감이 갈 정도로 굉장히 진보적이고, 혁신적이다. 


1920년대 문화정책이 시작되면서 일제에 의해 민족개량주의가 선전되기 시작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와 비슷한 주제의 글을 썼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이광수가 1922년에 <개벽>에 발표한 ‘민족개조론’이다. <조선민족갱생의 도>와 ‘민족개조론’은 기본 골자는 비슷하지만 조선인을 바라보는 시선과 결론이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민족개량, 민족개조에 대해서 쓸 때, 지역에서도 이런 식의 주장들이 민간으로 뻗어 나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주장들을 포함해서 일제 식민당국의 여러 정책과 선전을 나서서 전파했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됐다. 그럼 그들은 누구였을까하는 고민까지 이어지게 됐는데, 당시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청년회에 주목하게 됐다. 1920년대 이후 수많은 청년회가 조직돼 지역에서 활동했는데 다양한 활동과 성격을 보이는 만큼 틀림없이 관변 단체가 있었을 것이고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것이 가설이었다. 이렇게 가설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모으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연구의 부재. 연구사 정리는 그동안 어떤 연구가 있었고, 어떤 논의까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우선 각 지역에서의 청년회 활동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았는데 청년회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역의 여론을 주도하게 됐는지 등,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자료를 통한 연구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울산은 1건 있었다. 그것도 2005년에 나온 연구였다. 심지어 이 연구는 여러 한계 때문에 오류도 많았다. 2005년이면 벌써 15년이 다 되었다. 그런데 이 연구에서 보이는 오류를 바로 잡고 더 진전된 연구가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이 현재 ‘울산학’의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이루어진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없다. 사실상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혼자하는 연구, 생각의 매몰. 일제시기에 나온 신문기사와 몇몇 잡지자료를 정리해서 조악하게나마 제목과 목차를 짠 뒤 ‘기억과 기록’ 모임에서 발표했다. 그때 받았던 지적 중 하나가 앞의 연구를 비판한다고 해놓고 다시 비슷한 방식의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비판하고 뛰어넘고자 했던 연구를 답습하고 있었다. 


글이나 연구는 타인에게 보이지 않고 혼자 하다 보면 자기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내가 그랬고, 내 주변에서 그렇게 되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공유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대부분은 보여줬을 때 돌아오는 비판과 비평을 피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굳이’ 보여줄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였다. 뭐가 됐든 보여주지 않는다는 행위는 같았는데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발표를 하거나 결과물이 나왔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신의 글과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공유하면 다양한 의견을 듣게 되는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것이 나올 때도 있고,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위 두 가지는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도 계속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그렇게 된다면 울산지역학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풍부해지고 깊이 있어질 것이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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