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해바라기, 길 잃은 인성교육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07-26 11:11:57
  • -
  • +
  • 인쇄
교육 톺아보기

해바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참 좋아하는 꽃이다. 꽃 이름도 쉽고 정감 넘친다. 어떤 꽃들은 아무리 이름을 외워도 까먹기 일쑤인데, 해바라기는 쉽게 알아볼 수 있어 친근감이 간다.


교문을 들어서서 교무실로 가는 길에 예쁜 해바라기가 줄지어 자라고 있었다. 봄부터 교장 선생님이 씨를 뿌리고 배움터지킴이 분과 함께 물도 자주 주고 잡초도 뽑아 키도 쑥쑥 자라고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주에 예쁜 해바라기의 목들이 모두 부러진 채 축 늘어져 있어 충격을 주었다. CCTV를 확인해 보니 1학년 오륙 명이 발차기를 하며 모두 부러뜨리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모두 학생부로 불려가 야단을 맞고 교장 선생님과 배움터지킴이 분에게 사과하기로 했다지만 이걸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왜냐면 이 학생들은 다시 유사한 잘못을 반복할 것이고, 아니면 다른 학생들이 유사한 잘못을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건을 저지른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하기로 했다고 믿지 않는다. 이것이 학교의 비극이라 생각한다.


80:20의 법칙이 있다고들 한다. 간단히 말하면, 이 세상에는 80%의 평범한 사람들과 20%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학교에 적용해 보면 학교에는 80%의 착한 학생들과 20%의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2가 무섭다고 해도 대다수 학생들은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다. 일부 소수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가 없고 학교폭력 문제를 일으킨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가 갖는 치명적인 문제는 80%의 학생들은 점점 성실한 학생들이 되도록 하고, 20%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 즉 양극화를 줄여가는 것이 아니라 확대해 간다는 게 심각한 문제다. 마침 내 교무실 자리가 학생부 옆이라 불려와 지도받는 학생들은 그 학생이 그 학생이다. 지각, 결석, 욕설, 폭력, 절도, 교사에게 대들기 등 문제를 바꿔가며 불려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위협 대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징계위원회 결정에 대해 재심 청구, 재판 청구로 학생들 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 상담 강화 방안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회의적이다.


그러다 보니 가정으로 책임을 돌리는 학교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어릴 때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 돼 아이들을 학교에서 아무리 지도해도 소용이 없다는 패배의식이다. 학습 부진에서 학교폭력의 원인을 찾기도 한다. 국어 읽기나 문해력, 영어와 수학의 기초 등이 부실한 학생들이 중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그런데 중학교에서 교과수업이 중요한데,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소외되고 학습에 흥미를 잃으면서 존중받지 못해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초등학교 시절 철저한 기초학습교육을 통해 학습부진 없이 상급학교로 진학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폭력 문제와 인성교육에 대해서는 의견이 난무하는 실정이다. 어느 것 하나 정답이라고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개별 학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기 어려운 문제다. 최소한 교육청 차원에서라도 교사, 학부모, 학생 대표들로 회의체를 꾸리고 원탁토론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본 방향과 실천 계획을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길잃은 인성교육이 배회하고 있다.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