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배움터, 마을 어른이 선생님

김미진 울산형마을교육공동체 TF팀장 / 기사승인 : 2019-06-14 11: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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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내가 사는 상북면에는 중학교가 하나뿐이다. 읍이나 시로 큰 학교를 찾아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일부러 작은 학교가 좋아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다. 시골 작은 학교다 보니 아이들의 부모도 같은 학교 출신인 경우가 제법 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 외에는 주민들도 대부분 이 학교 출신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때로는 그 때문에 불편한 면도 없지 않지만 관심이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다. 그래서 어느 곳보다 마을과 학교의 관계가 긴밀하고 두텁다. 그래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두고 ‘마을이 배움터다, 마을 어른들 모두가 선생님이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


올해 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육 활동이 정말 기대된다. 우선 올해 사립에서 공립이 되면서 내년에 새로 옮겨갈 새로운 학교를 사용자 참여설계로 만들고 있다. 벌써 한 차례 사용자 참여설계 워크숍을 진행하며 학생들, 교사들,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새롭게 만들어갈 학교 모습에 대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학교를 스스로 설계하다니... 놀랍고 기대된다.


다음으로 마을로 나가 마을 어른들을 만나는 공부다. 논농사를 짓는 마을 아저씨, 아주머니께 논농사를 해온 이야기를 듣고, 논의 가치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직접 논에 손모심기도 해본다. 이토록 중요한 배움이 있을까 싶다. 먹고 사는 일이 젤 귀한 일이라고, 밥이 생명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아이들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어찌 느낄 것인가. 마을 아저씨는 학교 옆에 땅을 일군다. 중학교 아이들의 텃밭 수업과 초등이나 고등학교 아이들 중 스스로 농사를 지어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 내어줄 계획이다. 학교 선생님들 중 농사를 지어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그것도 좋겠다 한다. 사과 과수원에 학급 사과나무를 분양받아 잘 크고 있는지 간간이 가보기로 한다. 마을 청년들이 함께 야생차를 만들고 있는 마을기업에 가서 야생차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체험도 해본다. 마을이 배움터다.


지난주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마을 어른들께 듣는 마을 이야기’ 동아리 활동이 시작됐다. 국어 선생님의 열정과 아이들의 호응이 궁합을 이뤄 시작됐다. 마을에서 오래 사신 할머니를 찾아뵙고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마을 정자에 앉아 인터뷰했다. 할머니는 마을의 당산나무도 보여주며 손자 같은 아이들에게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마을의 숲을 가꾸는 활동을 해온 할아버지를 찾아뵙고 마을의 옛날 모습에 대해 생생히 이야기 듣고, 당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버스도 없던 시절 산고개를 넘어오던 이야기들은 마치 옛날이야기처럼 아득했다. 아이들이 직접 질문을 만들고, 어색한 말투로 질문을 이어나가고, 어른들의 말씀을 열심히 받아 적고, 모르는 말들이 있어 질문을 반복하고... 어른들은 아이들이 당신의 옛날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온다고 하니 조금은 긴장도 하시고, 아이들 좋아하는 과자도 준비하시고... 학교 선생님의 사전 당부가 있었는지 인터뷰 처음과 끝에 어색하지만 귀여운 인사도 예사롭지 않았다. 마을별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 연말에는 조그맣게나마 책자로 만들어 낸다고 한다. 이런 게 살아있는 교육 아닐까.

       
학교에서, 교실에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고, 교과서로만 배우고 학교 선생님께만 배우는 게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선생님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학교를 넘어선 교육, 교과서를 넘어선 교육, 입시를 넘어선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이런 넘나드는 배움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김미진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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