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을 살아보니 뭐라도 할 걸 ‘동아청구 통기타교실’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6-14 11: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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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 북구 동아청구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1층 회의실에서 동아청구통기타교실 회원들이 통기타 연습을 하고 있다. ⓒ박현미 시민기자

 

“기자님이 마라톤 10km를 뛴 기록을 보니 저와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하프 마라톤을 일곱 번 완주했습니다.” 북구 화봉시장 옆 동아청구아파트 안 동아청구 통기타교실을 운영하는 모호순 대표의 말이다. 모 대표는 만나자마자 단 10초 안에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 얼음깨기, 어색한 분위기 풀기)을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큼 좋은 화젯거리가 또 있을까?


“최근에 <백 년을 살아보니>란 김형석 교수의 책을 읽었어요. 근데 이 분 말씀이 60대 이상의 일본 여성 중 자신의 삶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사람을 조사해보니 세 가지 중의 하나였답니다. 공부, 취미, 봉사활동 중 한 개 이상을 하는 겁니다.” 연세대 철학과 교수였고 지금 100세인 김형석 교수의 생각이 평소 자신이 가져온 가치관과 참 많이 비슷하더란 얘기다.


“꼭 돈을 벌고 뭔가 구체적으로 보이는 성과와 목표를 좇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취미와 봉사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나 자신이 이제껏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외로워집니다. 인생을 함께 살아온 배우자, 가족들이 다 떠나고 빈 집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가장 큰 적(敵)은 외로움이에요.”
30년 이상 교회성가대에서 기타를 가르쳐온 경험으로 모 대표는 이 아파트에서 기타를 배우고 싶은 주민을 모집했다. 10년 전만 해도 동아청구아파트는 동아리 활동이 많았다고 한다. 부녀회에서 주축이 된 모임, 등산, 탁구 등 취미모임, 비슷한 연령대의 모임 등등. 그런데 그렇게 많았던 모임이 지금은 하나도 없다. 모 대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인 이무곤 회장과 관리소장의 지원사격을 받으며 사람들을 모았다.


기타를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공짜로 오라고 복도 출입문에 공고를 붙이고 화, 금요일 오후 5시가 되면 관리사무소 건물 지하 1층 회의실에서 기타수업을 시작했다. 23명의 회원 중 두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파트 입주민이다. 멀리 호계에서도 수업을 들으러 올 만큼 모 대표의 교수법은 체계적이고 능숙하다.


최근에는 발표회도 열었다. 못한다고 손사래를 치던 회원도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던지 손에 굳은살이 박였다. 대부분의 공동체나 봉사단체를 방문하면 여성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남자 회원들이 3:1의 비율로 더 많다. 50대, 60대 회원들은 기타랑 친구가 되고 기타를 매개로 서로 가르쳐주고 대화하며 친구가 된다.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다 이제는 삶의 재미를 주는 취미가 생기니 활기가 생기고 삶의 돌파구가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 살 것 같습니까? 90세? 100세?”
“…….”
“90세 노인이 돼서 이렇게 퇴직하고 30년 이상 살 줄 알았더라면 뭐라도 할 걸 하며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죠. 남에게 가르칠 때 더 구체적으로 배웁니다.”


지난 6월 1일 북구 동아청구아파트는 행정안전부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됐고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 연합회에서 아름다운 아파트상을 받았다. 입주자대표 이무곤 회장은 회의실 공간을 음악하기에 좀 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의욕을 보탠다.

박현미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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