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화가 경쟁력이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0-06-11 1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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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다듣영어’ 논란(3)

우리는 근대화를 과잉 미국화 또는 총체적 미국화로 이룩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발전을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미국은 다수 모국어를 쓰는 여러 민족들의 합중국이기 때문에 국어가 없는 나라다. 영어가 국어도 아니고 법제적 공용어도 아닌 사실상의 공용어일 뿐이다. 국어가 있는 나라의 국어교과는 어느 나라건 문화교과다. 미국에서는 영어가 도구교과다.


한국은 토착하는 소수민족이나 소수언어의 갈등이 없는 나라 가운데 가장 큰 나라다. 역사와 문학과 철학의 유산이 아주 풍부한 문화강국이다. 마땅히 국어가 문화교과여야 하는데, 과잉 또는 총체적 미국화로 우리의 국어과목은 도구교과가 돼 아직도 교과서 이름을 ‘말하기듣기’, ‘읽기쓰기’로 하고 있다. 국어가 문화교과 구실을 하지 못해 민족문화를 잇는 통로가 막히고, 통일을 이룩하는 공동의 유산에서 남쪽이 더 멀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발전과 영화와 패권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근대를 이끌었던 유럽문명권이 물러날 때가 됐음을 보여 주고 있다. 문명권이 이동하고 주류 문화가 서서히 교체되는 이때 울산교육청이 혁신 영어교육 ‘다듣영어’를 내놓아 소동을 벌이고 있다. 말로 배우는 외국어는 도구로 전락하고 글로 배우는 외국어는 문화의 핵심을 꿰뚫는다. 영어교육은 다양한 방법으로 해야 하며, 학생들은 자기 취향에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가게 돼 있다.


지금 울산교육청이 힘써야 할 것은 국어를 문화교과로 재인식하는 일이며, 영어 독식이 아니라 외국어교육 다원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철학에서는 독어보다 못하고 문학에서는 불어보다 못한 영어는 문화어로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모국어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교통어 구실을 하는 것이 제격인데, 교통어가 필요한 사람은 공부하지 말라고 해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울산교육청의 ‘다듣영어’는 문화를 강조해야 할 때에 오히려 축소 변형된 도구를 갈고닦는 안타깝고 시대착오적인 정책이다.


문학은 문화의 핵심이고 민족자부심의 근원이다. 시는 문학의 최고 형태이고 가장 친근한 창조의 결실이다. 이익 선생이 공자의 ‘學詩(학시)’를 간명하게 풀이했는데, 시 교육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말로 하는 소통의 깊이와 품격을 보장한다. 공자가 말한 詩(시)는 오늘날 글로만 읽는 시와 노래를 합친 개념이다.

學詩(학시)라

子曰不學詩無以言(자왈불학시무이언)이라 : 공자가, “시(詩)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잘할 수 없다.” 하였으니
言與詩何干(언여시하간)인가? : 말과 시가 무슨 관계가 있어서 이렇게 말씀했을까?
書云詩言志(서운시언지)라 : <서경>에, “시란 뜻을 말하는 것이다.” 하였으니,
凡出乎口者(범출호구자)가 : 무릇 입에서 나오는 것이
莫非言(막비언)이나 : 말이 아닌 것이 없는데
何必詩也(하필시야)잇가? : 어찌 꼭 시를 해야 한다는 말인가?
盖言而不能盡者(개언이불능진자)는 : 이는 대개 말로 다할 수 없는 뜻은
惟詩可逹也(유시가달야)라 : 오직 시로 표현해야만 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古人既言(고인기언)하고 : 옛사람이 이미 말한 다음
而又必引詩為證者(이우필인시위증자)는 : 또 반드시 시를 인용하여 증거로 삼은 것은,
不獨使人聽信(부독사인청신)이요 : 오직 남들이 듣고 믿도록 할 뿐만 아니라
詠歎之間(영탄지간)에 : 읊고 노래하는 사이에
能逹其言外之志(능달기언외지지)하니 : 말 밖에 포함된 뜻까지 다 통하게 할 수 있으니
故無詩不可以言矣(고무시불가이언의)라 : 그래서 시가 아니면 말을 잘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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