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상처 치유를 위한 도전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07-16 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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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올해 운 좋게(?) 학교를 떠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습연구년제, 대학으로 치면 소위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속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니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각종 연수와 세미나, 체험 및 탐방, 개인연구 등을 계획에 따라 진행해야 하고 연구 결과도 추후에 보고해야 한다. 그래서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다. 단지 학교에 나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을 뿐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개인 연구 주제는 ‘문학 작품을 활용한 심리치유(독서치료를 중심으로)’다. 누구나 백지 상태로 태어났다가 자라나는 과정에서 심리적 상처를 받게 된다. 처음에는 주양육자로부터, 그리고 주위 환경의 영향을 받아 겉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심리적 상처를 내적으로 쌓아둔 채 성장하게 된다. 각종 학교 폭력 사건, 사회에서 일어나는 흉악 범죄나 사건 사고를 접할 때마다 이 심리 상처 치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학창 시절 어린 시절의 상처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치유하는지에 따라 바람직한 성인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될지 판가름 나는 것 같다(물론 성인들도 마찬가지로 무의식 속에 내재된 심리적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에 따라 가정과 사회생활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위해 울산남부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치료 직무연수를 받고자 했다. 하지만 접수 날짜를 놓쳐 신청하지 못했다. 대신 도서관 담당 주문관의 추천으로 ‘북(BOOK)울림 교사 독서회’에 가입하게 됐다. 지난주 수요일 처음 독서회에 참가했다. 7월 독서회 대상 도서인 <인간의 모든 감정>(최현석), <짖어봐 조지야>(줄스 파이퍼)를 읽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오랜만에 독서회가 열리는 것 같았다. 별칭을 짓고 개인적 소회를 돌아가면서 얘기했다. 그리고 책과 관련해 간단한 활동을 했다. 울산대 지도교수를 통해 독서치료의 이론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이론을 실제 적용하는 현장은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치료를 실시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연수의 일환으로 체험과 탐방도 진행해야 한다. 7월 2일(목)부터 7월 10일(금)까지 울산 연극제가 진행됐다. 내 연구 주제는 ‘독서치료’가 중심이다. 그런데 ‘독서치료’는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극’으로도 진행할 수 있다. 나는 학생들과 책을 읽고 활동하며 문학 작품을 극으로 만들어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극’은 제3의 인물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그 와중에 내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에 참고하기 위해 연극제 출품 작품을 관람하기로 했다. 


신정평화시장 근처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선배가 있다. 요즘 자주 찾아가 이런 저런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그 선배에게 중2 딸이 있어 연극에 관심 있으면 같이 가자고 제안했다. 같이 갈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데리고 와도 좋다고 얘기했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 등으로 시간이 맞지 않아 결국 선배 딸과 둘이서 공연을 관람했다. 극단 푸른가시의 <노래방 가자>라는 연극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힘겹게 생활하는 서민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린 작품이었다. 예전 CK아트홀에서 본 극을 생각해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는 재미있는 극이라 생각했는데 조금 무거운 극이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중간 중간 재미있는 부분이 있긴 했다. 하지만 중2 학생에겐 피부로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바쁜 시간을 내 공연을 보러 온 선배 딸에게 미안함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극을 복기해 봤다.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정성을 다했을, 매일 땀을 흘렸을 배우들과 스태프를 생각했다. 그리고 찬찬히 극의 구성과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 등을 떠올려봤다. ‘아~’라는 깨달음이 조금씩 왔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내재된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 그것을 몸으로 표현하는 배우들. 멋진 공연이었음을 새삼 깨닫고 울산연극협회 홈페이지 관람 후기에 글을 남겼다. 


이번 주 독서 치료를 위한 동아리원을 모집하기 위해 오랜만에 학교에 간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려 한다. 미진한 부분은 해 나가면서 지도교수와 독서회 지도 강사의 조언을 받을 생각이다. 처음 해 보는 거라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같이 활동하는 아이들의 내면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서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해 주고 싶다. 더불어 내 내면의 상처도 치유돼 한 발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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