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북 청년들과 별빛 간월재

노진경 시민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09-06 00: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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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상북에 살거나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이 모였다. 농·산촌 마을인 상북면 청년들은 또래들과의 관계에 목말라 있었다. 다들 언양이나 울산 시내까지 멀리 나가야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까이 청년들이 많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관계가 소원해진 때에 가까운 동네에 벗들이 있어 고맙다. 

 

▲ 마을공동체 상북청년 청높

모인 청년들과 함께 상상하고 마을 안에서 관계하며 놀아보기로 했다. 자유로이 의견을 내어 결정한 그 첫 번째는 의외로 산행이었다. 간월재로 산행 가서 일몰과 별과 반딧불이를 만나기로 한 달 전부터 기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 이 산행을 진행해야 하나 고심했다. 제비뽑기로 조를 나누는 걸 고안했다. 한 조에 3~4명씩 총 5개의 조로 나눠 산행하기로 했다.

 

▲ 조별로 거리두기를 지키며 산행

 

▲ 절터꾸미에서 휴식

매일 같이 비가 오던 8월 마지막 주 비가 그친 토요일 저녁에 우리는 산으로 향했다. 간만에 쨍쨍한 하늘이 보송하다. 늦은 오후 시작하는 산행 덕에 등로가 한적하다. 다들 내려오는 그 시간에 우리는 산행을 시작했다. 시시각각 하늘이 변하며 비가 오는 요즘 일몰과 별을 과연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이미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비가 많이 온 덕에 계곡은 파랗고 투명했다. 길은 질척하지만, 먼지가 나지 않아 좋았다. 좋은 이유를 찾자면 언제나 끝이 없다. 싫은 이유도 마찬가지이니 이럴 땐 의도적으로 좋은 이유를 부러 찾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모든 것엔 일장일단이 있으니 말이다. 

 

▲ 재약산과 천황산 으로 넘어가는 일몰

 

▲ 간월재에 도착해서 만난 낙조와 억새

우리 조가 처음으로 간월재에 도착했다. 다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조씩 도착한다. 젋은 사람들이라 체력이 좋다. 누구 하나 낙오 없이 산정에 도착했다. 도착한 사람 중 두 명이 바닥에 주저앉는다. 너무 힘들었지만 조원들이 잘 챙겨주고 배려하며 함께 올라왔다고 했다. 


산정에서도 거리두기를 지킨다. 해가 넘어가는 광경을 다들 우두커니 바라본다. 몇몇 감탄사가 산정에 울린다. 그 감동의 순간이 짧게 지나가고 세상이 어둑해진다. 오늘따라 바람도 잔잔하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도에 상쾌하다. 

 

▲ 일몰을 우두커니 서서 바라보는 중

 

▲ 산정에서 신불산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함께하는 청년 중 재능 있는 청년이 디자인하고 제작한 실크스크린 티셔츠를 산 아래서 하나씩 나눴다. 그 옷을 산정에서 갈아입는다. 산행 중 긴 쉼이 필요할 때는 젖은 옷을 갈아입는 게 체온유지에 도움이 된다. 같은 디자인의 보송한 새 반팔 티셔츠를 입고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이 소중하다. 


어둑해지자 별이 보인다. 간월산 너머로 북두칠성도 보이고, 육안으로도 어렴풋이 은하수가 보인다. 바닥에 누워 별을 보다가 “별똥별이다!” 외친다. 다들 낭만에 흠뻑 젖어 내려갈 기미가 없다. 

 

▲ 신불산 위로 어렴풋이 은하수가 보인다.

 

▲ 간월산과 그 너머의 북두칠성


별똥별을 찾으며 대부분의 시선이 하늘 위로 향하던 순간 누군가 “반딧불이야!” 외친다. 초록 불빛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누군가의 옷에 앉기도 하고 다른 이의 손에 앉기도 한다. 반딧불이 덕에 모두 동심으로 돌아갔다. 누군가는 그 초록 불을 쫓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누군가는 핸드폰으로 가만히 그 모습을 담는다. 

 

▲ 하산 직전에 함께 찍은 단체사진, 별똥별이 사진에 담겼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군가는 조건이 바뀌어 떠나갈 수도 있고 누군가는 계속 쭉 한마을에서 살아갈 터다. 이렇든 저렇든 우리가 모두 반딧불이를 만난 순수한 마음으로 늙어 가면 좋겠다. 힘들면 기다려주고 짐을 들어주며 함께 했던 이 산행을 기억해 주길.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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