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Gaia)와 나우시카(なうしか)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0-07-08 11:20:00
  • -
  • +
  • 인쇄
기억과 기록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은 너무도 많이 바꿔버렸습니다.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고, 혹시나 생길지도 모를 감염에 대비해 각종 소독제를 구비해 매 순간 생활 방역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과 영화를 보러 가는 것에 용기가 필요하고, 가족과 아주 가까운 지인 이외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당연하게 함께 공유했던 도서관의 책들과 공원의 벤치, 정수기마저 조심스러워집니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 걸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급격한 환경의 변화가 가져다줄 위험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여러 논문으로, 책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경험해 본 세상이죠.

가이아 이론(Gaia Theory)


가이아 이론(Gaia Theory)은 1978년 영국의 과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는 스스로 온도나 대기의 구성 요소를 조절한다’는 자신의 가설을 <가이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 소개하면서 정립한 이론입니다. ‘가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인데, 지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고, 인간도 그 생명체의 일부라는 것이 주된 논점입니다.


제임스 러브록은 1960년대 중반 NASA에서 화성의 대기를 연구하던 중 지구의 대기에 관한 놀라운 특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뒤로 태양열은 더 뜨거워졌는데 지구의 표면 온도는 지금까지 항상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지구가 이렇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깥 온도가 달라도 사람이 항상 체온을 36.5도로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후 연구를 거듭해 지구에 있는 무생물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고,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지구가 온도나 대기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을 발전시켰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토양 속에 있는 수많은 박테리아가 다양한 기체를 만들어 내고, 또 없애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 원리를 바탕으로 러브록의 가설에 힘을 실어줬고, 함께 연구해 <가이아: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책을 펴내게 됩니다. 


가이아 이론은 이전까지 사람들이 지구를 이해하던 사고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며 최근의 지구환경 문제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우시카, ‘지금 밖에 없다’


그리스 로마신화에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말고도 많은 인물이 등장합니다. 혹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제6권에서 난파한 오디세우스를 구해줬던 어린 소녀를 기억하시나요? 스케리아 섬에 사는 파이아케스 족의 공주인 나우시카가 바로 그 소녀입니다. <오디세이아>에서 그녀는 아름답고 초연하며, 현명하고 적극적인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1984년 개봉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도 같은 이름이 등장합니다. <오디세이아>의 나우시카와 마찬가지로 현명하고 적극적인 여성으로서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얼룩진 미래세계를 구할 진정한 리더의 모습으로 말이죠. 주인공의 이름이 <오디세이아>에서 따온 것인지, ‘지금밖에 없다’라는 뜻의 일본어 ‘なうしか(今しかない/なう의 약어)’에서 따온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어느 쪽으로든 그의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집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세계는 디스토피아입니다. 방독면이나 마스크 없이는 돌아다닐 수도 없고, 어마어마하게 크고 강한 독성을 가진 돌연변이 벌레들의 위협이 끊이지 않는 곳, 더 재미있는 것은 그런 곳에서도 인간들은 협력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전쟁을 일으키고 서로를 점령하는 것에 몰두해있습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에서 감독은 주인공 나우시카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몰고 올지를 보여주면서 생태 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생태학을 기반으로 한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5년도 더 전에 발표됐습니다.

에콜로지(Ecology)


1866년경 독일의 생물학자인 E.H. 헤켈이 처음 사용한 이 말은, 그리스어의 ‘오이코스’와 ‘로고스’의 합성어로, 생물과 그 생활환경 및 생물 상호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생물체가 환경과 관련해 지리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얼마나 많이 분포하며, 시간에 따라 생물체의 수는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으로 핵심은 생물체와 환경과의 관련성입니다. 한국에서는 ‘생태학’으로 번역해 사용합니다. 


생태학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히포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올라가는데 이들은 자연의 역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생태학의 기초를 만들었습니다. 현대의 생태학은 19세기 후반에 자연과학으로부터 분리돼 나왔으며 생물학과 지질학을 포함한 다학제 학문입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환경운동(environmental movement)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일반 대중과 과학계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1962년에 해양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레이첼 칼슨이 쓴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DDT와 같은 독성 살충제가 환경에서 생물농축이 된다고 경고함으로써 환경운동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자연에 대한 호기심, 오염되는 지구에 대한 고민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4000명이 사망하고 10만여 명의 호흡기 질환을 겪었던 런던 스모그는 환경오염이 인간에게 가장 위험한 재앙이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국토의 20%를 오염시킨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늘 유익한 것만은 아님을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연구가 수없이 이어지고, 남겨진 모든 것이 역사에 기록됩니다. 그렇다면 그 기록들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미래를 예측하거나 과거의 다른 일들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가 되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의 여러 가지 면을 살펴봄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나온 일에 대한 이해를 넘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기록을 남기는 사람과 그 기록을 마주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가이아 이론’과,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그리고 ‘에콜로지’가 시작된 것처럼 말입니다.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