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울산 마을교육공동체, 어떻게 만들까?(1)

이동고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1 1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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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 교육, 어디로 가야 하나?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창원 행복마을학교 박경화 센터장, 창원 내서마을학교 이민주 씨, 성미산공동체 마을안내자 사슴 님, 독일 네르베르크 발도르프 학교 교사 교육담당, 독일 월터그로피우스 학교 교장과 대리인, 시흥ABC행복학습타운 박현숙 교육담당.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마을교육 공동체를 취재하기 위해 국내외 여러 공간을 방문했다. 도시마을공동체로 널리 알려진 성미산공동체를 비롯해, 시흥시가 추진하는 평생학습 교육 시스템을 둘러보았다. 경남교육청이 지원하는 창원행복마을학교는 청소년과 지역민의 협력으로 마을에서 함께 배우는 지속발전 가능한 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꾼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기치 아래 마을주민이 만든 창원 내서마을학교를 방문해 지역주민이 일궈가는 마을학교도 취재했다.

또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독일교육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기 위해 헤센주 기센 수학박물관(Mathematikum)을 견학했고 에르푸르트에 있는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인 ‘월터 그로피우스’를 전면에 내세운 월터그로피우스 학교(Walter Gropius Scule)를 방문, 입시 위주가 아닌 전문 기술자(maestro)를 길러내는 교육현장의 모습도 취재했다. 또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네른베르크 발도르프(Waldorf) 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살펴봤다. 취재를 통해 얻어낸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울산은 어떤 마을교육공동체상을 꿈꿀 수 있는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울산 중구의 한 모습, 이제 시작

울산광역시 중구는 울산에서 유일하게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지자체다. 4일 울산시 중구 태화동 주민행정자치센터에서는 교육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마을 학부모, 지역 학교 교사, 마을교육공동체 방과후교실 프로그램 강사, 공무원들이 함께 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키워드는 작은 학교, 민주적 참여, 학습에 대한 총체적 접근, 긍정적인 관계,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협력, 생태교육 등이다. 울산은 지난해 노옥희 교육감이 당선된 후 막 마을교육공동체의 첫발걸음 내딛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 이전의 역사

그동안 마을공동체에 대한 논의와 교육공동체로 분리됐던 논의는 이제 마을교육공동체로 모아지고 있고 이 중심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다. 미래의 시민이 될 아동과 청소년이 우리나라 곳곳 마을교육공동체에서 길러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사회 양극화는 점차 심해지고 있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실업문제다. 양육과 사교육비가 많이 들지만 졸업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실업이다. 가정에서 이뤄진 수많은 교육투자의 결론은 실업자다. 가정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수요와도 멀어진 낡고 딱딱한 교육이었다.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은 ‘고용 없는 성장’이다.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주장하며 일자리를 비정규직 형태로 운영하려 한다. 젊은이들은 안정적인 좁은 문의 일자리로 몰리거나 실업률이 높아 사회적인 불안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 중심, 중앙 중심을 떠나 상호협력과 상생의 가치, 지역 중심으로 이 문제를 새롭게 풀려는 노력들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외국에서 지역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엄밀히 보면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이 시작이었다. 낙후된 지역에서 좋은 생필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자신들이 필요한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을 공동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이것이 협동조합의 시작이다. 자기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풀려는 시도이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 사례다.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협동조합의 가능성은 생각보다 크다. 협동조합으로 거대 전자회사까지 만든 스페인의 몬드라곤 협동조합은 상징적 사례다.

우리나라 마을교육공동체로 오기까지

1970년 전국적으로 시도된 새마을운동도 지역공동체운동이었지만 주민 주도적 방식이 아닌 국가 행정이 주도한 하향식 운동이었고 도로포장과 블록벽이 연상되는 ‘시멘트’이듯이 근대화라는 목표 아래 생태적이고 공동체적인 마을 전통은 완전 무시되는 방식이었다.
마을교육공동체 이전에는 2000년부터 시작된 ‘마을 만들기’사업이 그 출발이었다. “지역 공간을 주민 스스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이 바로 마을 만들기 정신이었다. 관에서 혹은 지역 바깥사람이 지역을 디자인하고 개발해나가는 방식이 아닌, 마을주민 스스로 주체가 돼 자신이 사는 마을의 미래를 구상하고 개발과 변화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현재 진행 중인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인 ‘주민참여’다. 도시와 농촌의 마을 만들기가 달랐고 이런 마을 만들기 흐름의 속에 마을공동체와 교육자치공동체 결합으로 마을교육공동체의 개념이 탄생했다.

마을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접근과 모습들

마을교육공동체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창원 내서마을학교 같은 ‘마을학교’가 있고, 학교 교육과정에 자기 마을을 알아가는 ‘마을교육과정’이 있다. 의정부 ‘꿈이름배움터’ 같은 ‘마을이 놀이터(학교 밖 배움터)’가 있고 협동조합 형태로 ‘방과후돌봄’과 ‘학교매점’이 있다. 교육청이 지정하는 교육 플랫폼인 ‘혁신교육지구’와 이번에 취재한 경기도 시흥시의 ‘시흥ABC센터’도 있다. 또한 ‘성미산학교’와 ‘풀무학교’ 같은 ‘지역사회학교’도 있다. 학교와 마을이 어우러지는 ‘마을축제’ 등등이 마을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상이다.
성미산마을공동체는 서울 마포구 대도시 아이들을 매개로 마을이 되살아난 곳이다. 기존 마을 주민과 공동체를 이룬 사람들이 섞여 같이 살고 있기에 공동육아와 그 연장선인 대안학교를 연결고리로 부모들이 기존 지역주민과 어우러지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 현재 성미산공동체는 기존 마을사람의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주민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마을교육공동체도 규모에 따라 동과 리 단위, 읍, 면, 구 단위, 그리고 시나 군 단위로 나뉜다. 크기는 여러 가지다. 창원 행복학교와 성미산공동체가 마을 단위의 공동체라고 한다면 완주군의 커뮤니티비즈니스(CB)센터나 시흥시 ABC센터는 가장 큰 단위에 속한다. 또한 실천의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학교주도형, 마을주도형, 센터 주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창원행복학교는 학교가 주도하는 형태였다.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실천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었다. 협동조합 형태, 교육복지 형태, 마을축제 형태 등이다. 학교에서 마을교육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지역의 대안학교는 ‘마을학교’ 역할을 하거나 ‘교육 플랫폼’ 형태도 있었다.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학교교육과정에 녹여내는 것은 학교가 풀어야할 또 하나의 숙제다. 학교에서 마을로 나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의 자원을 학교교과과정에 담아내 공교육을 풍성하게 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잠재해온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불편하고 두터운 벽이 서서히 허물어진다고 여겨진다.
창원 행복마을학교가 있는 구암동에 살았던 주민들은 행복마을학교가 ‘문제 있는 학생들의 교육시설’이라는 오해로 반대운동이 심했다. 거의 2년 만에 불신과 오해의 벽을 넘어 신뢰가 쌓였고, 지역민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어느 학교에서 매점 중심의 협동조합 운영으로 시작한 일은 학부모와 지역주민 중심의 방과후협동조합이나 낙후지역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생활협동조합 역할까지 담보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마을교육공동체는 왜 필요한가?

마을교육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는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교육주체들이 모였을 때 교육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마을이 과거와 같은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고, 가정도 부부가 맞벌이에 바빠 팽개쳐진 본연의 교육적 역할이 제대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학교와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는 교육을 위한 사회적 연대와 신뢰가 쌓여 사회적 자본으로 쌓이게 되고, 이러한 사회적 자본은 교육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밑천이 된다.

또 다른 큰 변화, 4차 산업혁명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처음 2016년 세계 경제포럼에서 언급된 후 지금은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터, 빅데이터 등 첨단 지능정보기술이 기존 산업에 융합되거나 3D프린팅, 로봇공학, 생명공학, 나노기술 등 여러 분야의 신기술과 결합돼 모든 제품,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사물을 지능화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하도 많이 언급됐지만 중년을 넘긴 사람들은 그 혁신적인 변화가 두렵기만 하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변화를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누구든 변화하는 세상을 알아가는 교육이 출발일 수밖에 없다.
1차 산업혁명이 방적기, 방직기 등의 기계를 이용해 옷과 섬유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고 2차 산업혁명은 에너지원을 증기에서 전기와 원자력으로 바꿔 기계를 움직이고 TV를 등장시켰다. 3차 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혁명이 중심으로 태양력, 풍력, 바이오, 지열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교체돼 나갔다.

4차 혁명이 예견하는 시대 모습

기존 네트워크는 사람 간 연결이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 건설한 네트워크는 단순히 사람 간 연결수준을 뛰어넘는다. 사물과 사람은 물론 사물과 사물의 연결까지도 포함한 의미 있는 것들의 연결, 한마디로 ‘초(超)연결’이다. 이 초연결은 빅데이터를 만들고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인간만이 가졌다는 창의적 지능이 인공지능까지 넘어갔다는 뜻으로 ‘초(超)지능’까지 만들어냈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지식을 만들 날이 머지않았다.
지금 가장 대두되는 것은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하는 부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다. 바로 사람 감정을 다루는 문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푸는 문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데 산적한 문제를 풀어가는 기획력과 실행 등이다. 급격한 변화 앞에 사람들이 자신의 문제를 혼자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과 마을단위로 풀려는 노력이다.

4차 혁명이 예견하는 희망적 측면

과거에도 인간은 큰 변화기에도 낡은 일자리를 대신해 새로운 영역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인간은 그 물질문명에 맞게 그전에 없던 욕망을 개척해나갔고 또 다른 시장에는 새 제품이 넘쳐날 것이다. 과거 봉건귀족이나 누리던 뷰티산업이나 사치재 산업이 발달할 것이라는 예측은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4차 혁명은 인간의 여가시간을 늘려 놓을 것이고, 그에 따른 관광, 문화, 학문, 의료, 예술, 연예산업 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풍부한 인문적인 역량, 예술적 감각과 끼들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시대다. 4차 혁명이 가져다주는 더 많은 여유 속에서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개척할 것이고 새로운 욕망의 출현은 결국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기존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아이를 마을에서 키우려면 겪는 문제들

공동육아라는 말은 말 그대로 ‘내 자식을 나 혼자 잘 키우기’가 아닌 ‘우리 자식 우리가 함께 키우자’는 것이다. 이 해결책을 따라 나오는 문제를 성미산공동체 예를 통해 보면, 공동육아시설, 아이들 안전먹거리를 위한 생협, 유아를 벗어나면 다음 단계로 대안초등학교인 성미산학교, 마을사랑방 카페, 동네주민이 모여 공연이나 영화상영, 마을 행사를 위한 강당, 친한 이웃들과 같이 살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공동주택, 노닥거리거나 방과후 아이들을 맡아 줄 수 있는 공방, 마을사람들이 책을 사고 소박한 예술작품전시회를 하는 공간, 마을사람들이 마을일을 협의, 도모하는 마을회관 등등 다양한 공간과 일자리를 만든다. 여기서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를 조달하기 위한 성미산 협동조합인 ‘두레생협’은 승승장구 매출을 올려 성미산공동체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었다.
내가 사는 마을 단위, 마을교육공동체 단위에서 주민들은 실제 피부로 느끼는 행복을 만들기 위한 사업을 꿈꾸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이제 이웃은 이제 익명의 낯선 존재가 아니라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협력자이자 소통의 즐거움을 안기는 단짝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주민들이 마을공동체에서 기대하는 것들

혁신교육지구 선정과 교육자치운동으로 마을교육공동체 운동을 선도했다고 볼 수 있는 경기지역에 있는 ‘경기마을교육공동체’ 모임은 마을교육공동체에 기대하는 것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 단어들은 이렇다. 숲, 숨, 쉼/마을, 꿈, 희망, 미래, 작은일. 위대/학생, 교사, 어른, 아이, 인간/주인, 주체, 시민권자, 교육주권자/참여, 연합, 연대, 배움/나, 너, 이웃사촌/삶, 조화, 도움, 성장, 자란다, 어울림, 놀기, 문화/마실, 삶터, 배움터, 행복터, 안정/도란도란, 복작복작, 두루두루/방향찾기, 만남, 마주하기, 함께하기, 함께 살기, 정, 나눔/시간, 공간, 세상, 현상, 이야기/복원, 귀환, 다시 돌아오기, 자리매김/혁신, 신명 등등이다. 모두 한 때는 함께 했지만 지금은 우리와 멀어진 단어들이고 지역사회가 행복을 찾는 무대가 되려면 다시 회복해야할 단어들이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질수록 사람들이 희구하는 것들은 더 강력한 힘으로 나오게 된다고 본다.

 
행복마을학교 박경화 센터장은 국내외 사례 취재를 어떤 자세로 하면 좋겠느냐는 기자 질문에 “파랑새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내 곁에 있다”면서 “새로운 것을 굳이 들고 오려고 할 필요 없이 우리가 익히 알던 것을 확인하고 오라”는 조언을 해줬다. 다음 회부터 국내외 곳곳에서 진행되는 미래세대를 잘 키우기 위한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상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울산의 마을교육공동체 상을 제시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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