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니체’…<비극의 탄생> 2편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08-14 11:2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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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루나와 리브의 니체 썰전
책을 좋아하는 루나와 철학을 가르치는 리브가 벌이는 흥겨운 철학 수다



Q. 그리스인들은 전쟁 상황에서 왜 비극을 즐겼을까?

루나: 그리스 비극이 가장 유행했던 시기가, 시기적으로 한 80년 정도로 알고 있어. 근데 그 시기가 그리스 사회에서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났던 시기였거든. 이런 시기에 왜 하필 그리스인들은 코미디나 희극이 아닌 비극을 읽었을까?


리브: 그건 아마 그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의 운명론, 운명에 대한 견해와 맞물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나 <오딧세이> 같은 저작들에 많은 주인공이나 영웅이 나오는데 그 주인공들은 ‘나’라고 하는 개념이 아직 없어. ‘내가 뭘 한다’라고 하는 생각을 아직 주인공들이 보여주지 못해. ‘나’라고 하는 생각이 없으니까 어떤 선택을 할 때도 ‘이것은 내가 하겠다’라는 생각을 보여주지 못해. 그 대신 ‘운명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이건 나의 운명이다’ 그래서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것은 나의 운명이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운명을 긍정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거든. 그런 극한의 상황 속에 직면한 ‘우리’ 혹은 ‘나’를, 나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것이 아무리 나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함께, 공동체로서 함께 끌어안는, 그 안의 어떤 슬픔과 그런 것들을 극복해내려는 의지와, 슬픔을 슬픈 채로 남겨두지 않고 그것을 통해서 삶을 긍정하는 힘으로 고양시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그리스 비극 작품들이 어려움에 처했던 그리스인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을 발휘했을 거야.


루나: 운명에 대한 생각나는 신화가 있어. 그리스 신화 중에 제우스가 모이라에게 맹세한 것은 최고의 신인 제우스마저도 거역하지 못하는 신화가 많이 있어. 디오니소스의 엄마 세멜라가 죽어가는 과정도 그렇고.


리브: 운명의 힘! 그렇지.


루나: 그리스인들에게 운명이라는 것이 아주 커다란 힘을 발휘했던 것 같아.

Q. 니체가 그리스 비극의 살해자로 소크라테스를 지목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루나: 그런데 그리스 비극이, 그리스 멸망과 동시에 그리스 비극도 멸망의 길을 걸어. 근데 첫 번째 멸망의 길을 걷게 한 주도자로 지목당한 사람이 에우리피데스라는 비극 작가였어. 그러면서, 이 에우리피데스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 소크라테스야. 그래서 ‘최종적인 그리스 비극의 살해자는 소크라테스다’라고 니체는 지적을 하고 있거든? 이에 대한 평가가 정당할까? 소크라테스한테는 조금 억울한 측면이 좀 있을 것 같아. 


리브: 니체가 볼 때는 디오니소스 충동과 아폴론적인 충동, 이 두 충동이 함께 공존할 때만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 같은 경우에는 너무나 이성적인 능력, 사고하는 능력만 강조했다고 보는 거지. 아폴론적인 충동이라고 하는 것은 시각적인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충동이자 더 나아가서 질서를 부여하는 충동이지. 질서를 부여한다는 것은 결국에는, 이 세계를 개념적으로 뭔가 구분하고 나누고 분석하는 것인데, 이것이 지식의 발전 아니겠어?


루나: 학문의 정신이지?


리브: 그렇지. ‘학’을 왜 인간이 만들어냈느냐는 아폴론적인 충동과 연결시켜서 설명하거든. 인간이 ‘학’이라고 하는 것을 필요로 하지만, ‘학’만 가지고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고 본 거야, 니체는. 그래서 니체가 볼 때 소크라테스는 이성적 능력, 생각하는 능력만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Q. 진보로서 등장한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적 위치가 궁금해.

루나: 소크라테스도 그 나름 그 시대에는 진보로서 등장한 거거든. 신화시대를 끝내고 이성의 시대를 연 진보로서 등장했는데, 니체의 그런 평가는 많이 억울해 보여.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적 위치를 설명해줘.


리브: 일단 소크라테스는 본인이 저작을 남기지 않았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제자 플라톤의 대화편에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으로 나오기 때문에 ‘소크라테스가 이런 식의 생각을 했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지.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평가했던 부분에는 충분히 억울할 만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파이돈>이라는 책의 대화편을 보면 알겠지만,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었다는 거야. 니체가 싫어했던 것은 자꾸 이 세계와 저 세계로 나누는 것, 인간을 육체와 영혼으로 나눠서 보는 것이었어. 니체는 이걸 반대했지.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전형적으로 영혼의 존재를 믿었단 말이야. 그런데 니체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뭐냐면, 단순히 소크라테스가 영혼을 믿는다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는 것에 있어. 믿고 끝냈다고 한다면 단순한 종교인이 됐겠지.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위대한 철학자잖아. <파이돈>을 읽어 보면, 소크라테스는 죽기 직전까지, 소크라테스를 방문한 사람들로 하여금 영혼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증명하려고 해. 논증하려고 시도하지. 다시 말해서, 내가 믿고 있는 바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이며, 그 근거가 설득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앞에서 보여주려 한 거야. 이것은 하나의 충동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어. 왜냐면 충동과 어떤 생각이 설득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별개의 문제거든. 이 두 개를 섞어버리면 문제가 발생해. 충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크라테스가 ‘영혼이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한 논증은 객관적으로 논증으로써 평가해야 해. 이것을 니체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그 다음, 소크라테스는 영혼의 존재를 믿었어. 증명도 하려 했지만 강력하게 믿었어. 영혼이 육체로 들어와서 얼마나 많은 감각적인 오류들을 낳아? 자꾸 기만하게 하고 속게 만들잖아? 진리를 탐구하려고 했던 소크라테스에게 ‘육체’라고 하는 존재는 계속해서 방해를 주는 거지. 육체로부터 벗어나 죽으면 영혼이 빠져나가서 진리의 세계로 가고, 그러면 내가 그렇게 원했던 참된 진리를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기뻐한 거지. 그런데 이 세계가 아닌 저 세계를 믿었다고 해서 소크라테스의 현세에서의 삶이 그렇게 안일했거나 도피적인 삶을 산 것은 아니야. 소크라테스의 삶을 보면 알겠지만, 그 누구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았고 토론하고 철학했어. 그거는 예나 지금이나 철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될 수 있고, 철학의 불꽃에 불붙여 줄 수 있는 철학의 정신이지.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평가한 것에는 조금 일면적이고 단순화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


루나: 당시의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아이돌이라 불릴 만큼, 상당한 무리를 끌고 다녔다고 전해져. 소크라테스가 시장을 쭉 걸어가면, 추종자, 젊은 청년들이 쭉 따라갔다는 얘기가 있어. 그만큼, 그 시대에 어떤 문제점, 그 시대를 뚫고 나갈 파워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

Q. 니체가 소크라테스 외모를 평가한 것이 인상 깊어

루나: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평가한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생긴 것 자체가 이의제기다’라는 표현이야. 얼평을 했던 문구였는데, 굉장히 그게 쇼킹했고 ‘뭐 이렇게까지?’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


리브: 외모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하는데, 소크라테스 같은 경우에 외모가 언급되고 있지. 플라톤의 <테아이테토스>를 보면, 소크라테스의 외모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간단히 얘기하자면, <테아이테토스> 대화편에 나오는 주인공이 소크라테스와 대화 상대자거든. 대화 상대자가 소크라테스에게 ‘선생님, 10대인데 굉장히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 한번 만나보시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외모가 소크라테스 선생님을 닮았습니다’라고 해. “외모가 어떻게 생겼길래?”라고 소크라테스가 묻자 “그 친구가 눈이 좀 튀어나오고 코가 들창코다.” 이렇게 나와. 그런데 소크라테스가 그걸 쿨하게 받아들여. “아, 그래? 그럼 그 친구 한번 불러오게. 나도 내가 어떻게 좀 보려고 하니까.” 이렇게 얘기하거든. 그러니까 자기 닮았다고 하니까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자 이렇게 받아치거든.


루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라는 그림을 보면 그 모습 그대로 그려져 있잖아. 대머리에, 들창코에, 배가 나오고.


리브: 배가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어. 아무튼 외모가 언급됐어. 소크라테스의 외모가 언급된 이유는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은 지금 오늘날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못지않게 외모를 중시 했기 때문이야. 외모를 중시하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잖아? 그걸 나쁘다고 할 수는 없어.


루나: 사회적인 언어일 수도 있지.


리브: 그렇지, 사회적인 언어일 수도 있고, 외모를 갖고 사람을 차별할 때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은 외모나 신체의 건강함과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문화를 갖고 있었어. 조각상을 보면 알 수 있잖아. 팔등신 비율에 근육이 있고 원반 던지기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라든지. 그런 문화가 팽배해 있었기 때문에 소크라테스가 희생양이지 않았나, 그래서 더 이슈가 되지 않았나 이렇게 봐. 


루나: 생긴 모습이 철학적이었던 것 같아.


리브: 그거는 잘 모르겠어.


루나: 그 사회에 이의제기를 하는…


리브: 아, 그럼 뭐 나는 철학적이지 않아?


루나: 철학적이야.


리브: 아 그래? 니체가 소크라테스를 워낙 싫어하다 보니까 외모를 가지고 공격을 많이 해. <우상의 황혼> 같은 책에서도 보면, ‘외모에서도 괴물이고 정신도 괴물이다.’ 이런 식으로 니체가 소크라테스의 외모를 가지고 공격을 많이 하거든. 


루나: 좀 그렇다.


리브: 그렇지. 전문 철학자는 논증을 갖고 평가하는데, 외모를 갖고 평가를 한다는 것은 조금… 나라면 절대 하지 않지.


 

정리=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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