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북교육마을의 길을 찾는 상북마을 교육공동체 ‘판’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8-30 11:2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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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8월 14일 아스팔트 위 온도가 40도가 넘는 불볕 날씨에 울주군 상북면을 찾았다. 포장된 산길을 약 2km쯤 올라가니 옛 시골집에 온 듯한 모습의 주택이 보였다. 상북마을 교육공동체 판에서 활동하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기 위해 마땅히 모일 데가 없어 학교 공간이나 상북의 식당, 카페 등에서 주로 만났는데, 올여름에 이 지역 몇몇 개인 활동가들이 만든 이곳을 거점 삼아 주로 만나고 있다고 한다. 


“1977년쯤 제가 사는 지내리에 전기가 처음으로 들어왔어요. 저는 호롱불 밑에서 책을 본 게 기억이 나고요. 농번기 때는 농사일을 도와서 학교를 결석해도 학교에서 그러한 사정을 다 봐줬어요. 다들 그랬거든요.”


상북에서 옛 향산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정선모 대표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직장생활하고 살다가 십 년 전쯤 귀향했다. 나머지는 귀촌, 귀산촌으로 상북에 터전을 잡았다. 이들이 모인 계기는 상북중학교에 입학생이 급감하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였지만 단순히 학교의 존립만이 문제가 아닌 듯했다. 상북초등학교-상북중학교-경의고등학교로 이어지듯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학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시내에서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비로 월 100만 원 가까이 지출했어요. 그러다 귀촌해 이곳 상북초등학교에 막내를 보냈는데 여기선 학원을 전혀 보내지 않아요. 그래도 학교에서 악기도 서너 가지를 배우고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학교를 좋아한다니깐요.”


“상북중학교에 자원해서 온 선생님들이 계세요.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다해 교육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학교를 좋아하는 학생이 있다는 말도,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는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도 신기하고 새로웠다. 정선모 대표의 자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시골에는 학생 수가 적다. 학생 수가 적어 오히려 더 인간적 규모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점도 있으나 교육 환경 면에서 열악한 점도 있다 보니 학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도시의 큰 학교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골에서 제일 먼저 없어지는 곳이 초등학교, 중학교다. 


“재작년부터 상북중학교에 입학하지 않으려는 기피 현상이 심해졌어요. 주민들이 면민 대회도 하고 교육청과 시의회에 요청도 해서 상북중학교의 공립화를 이뤄냈어요. 새로운 공립 상북중학교 교장 선생님은 학부모, 주민들이 공모해서 선출했고요. 그리고 올 3월에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을 만들었어요. ‘상북교육마을의 길을 찾는 마을학교’를 상북중학교, 경의고등학교와 협력해서 진행했지요. 마을학교를 하면서 맨 처음에 공간 혁신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구 향산초등학교를 상북중학교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 학생, 교사, 학부모, 주민들이 사용자 참여 설계를 하게 되는 불씨를 지폈어요. 특히 학교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상북중학교에서는 전문가도 모셔서 학생들과 함께 수차례 워크숍도 진행했어요.”


올해 울산광역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으로 마을학교를 열고 있는데, 농촌형 마을교육공동체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완주의 이야기도 듣고, 상북 교육이 걸어온 길에 대해 지역 주민인 강영무 주민자치위원장의 강의도 들었다. 서울 공릉청소년정보문화센터 활동가와 참가 청소년에게 ‘청소년의 마을 속 참여활동’이라는 주제 강의도 열심히 들었다. 8월부터는 상북 청소년들이 직접 마을을 배우고, 마을을 위해 뭔가를 해보는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상북중학교에서 하는 유네스코 학교 활동인 상북 사람책 쓰기, 벼농사, 밭농사, 마을 체험 활동에도 ‘판’ 활동을 하는 주민들이 적극 협력해 함께 하고 있다. 그야말로 학교와 마을이 함께 ‘교육마을’의 길을 찾고 있는 셈이다. 

 

▲ ‘청소년의 마을 속 참여활동’ 강의를 하고 나서 학교와 마을이 함께 상북마을교육공동체의 판을 펼친다. 한판 놀아보자~ 상북!


면 단위에서 하는 활동이라 쉽지가 않다. 활동하는 주민들이나 아이들이 있을 만한 공간도 변변치 않고, 리 단위 마을에는 아이들이 이제 몇 명뿐이라 상북면 전체를 대상으로 해서 활동을 해야 하니 교통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당차게 이야기한다. 자연이 좋고 시골 마을이 좋아 아이 키우기 정말 좋다고 한다. 작은 학교도 아이들을 키우기에 부족한 곳이 아니라 오히려 교육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가는 곳이라고 경험을 통해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고 싶어 하는 마을을 만들어보자고 판을 벌였다고 한다. 상북마을교육공동체 ‘판’이 앞으로 걸어나갈 행보가 더욱 기대되고 무언가 힘을 보태고 싶게 한다.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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