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을 노래하자(2)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0-07-01 11: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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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이제나 예나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들이 따로 있어 별세계를 살아간다. 망나니짓이 용케도 언론에 걸리면 지탄을 받기 일쑤다.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남구만의 아들 남학명은 대표적인 금수저다. 스스로 자기 행적을 써서 무덤에 넣은 묘지(墓誌)에 “부모에게 양육되기 지나치게 사치스러웠으므로 준절(撙節)하고 겸양(謙讓)하려 하였다. 추천되어 주부(主簿)에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아니한 것은 감히 스스로 고상한 체해서가 아니었다. 중년에 꽃과 과일나무 천여 그루를 수락산(水落山) 서쪽 회운동(晦雲洞)에 심고 두어 칸의 집을 지으니 계곡(溪谷)이 아름다웠다. 서사(書史)와 금석문(金石文) 1만 건 가까이 즐겨 수집하였고, 세상에서 말하는 성색(聲色)과 취미(臭味)에는 담박하였다”고 했다. 


남긴 문집 <회은집>은 우리나라 풍토에 관한 글과 인물의 언행 기록 등이 실려 있는데 동시대를 살다간 이원익(李元翼)과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을 비교하면서 “이원익은 속일 수는 있으나 차마 속일 수 없으며, 유성룡은 속이고 싶어도 속일 수 없었다”는 영남 사람들의 증언 등을 채록하고 있다.
후손에게 남긴 유훈(遺訓)에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德不足而官位過高(덕부족이관위과고)하고: 덕이 부족한데 지위가 지나치게 높거나
實未副而名譽太盛(실미부이명예태성)이면: 실상이 받쳐주지 않는데 명예가 지나치게 크다면
則必有災殃倍於所得(즉필유재앙배어소득)하리라: 반드시 재앙이 닥치되 얻는 것의 갑절은 될 것이리라.

꽃과 나무를 좋아해 가꾸며 죽순을 노래했는데, 오늘은 그 시를 감상해 보자. 시를 얻게 된 시 이야기[시화(詩話)]부터 읽어보자.

庚戌來時種竹北牕外(경술래시종죽북창외)하여: 경술년에 북창 밖에 대를 심어
今來成林拂牕(금래성림불창)이라: 올해 숲을 이루어 창을 쓱쓱 쓰는구나.
當夏抽笋者多(당하추순자다)하여: 여름에 죽순이 많이 피어올라
日日開牕(일일개창)하여: 날마다 창을 열어
漸看長大(점간장대)하고: 점점 장대해가는 것을 보고
次昌黎新竹韻(차창려신죽운)이라: 창려 한유의 신죽운에 맞추어 시를 읊다.

開牕翫抽笋(개창완추순)에: 창을 열고 올라오는 죽순을 감상하네.
新叢漸深閟(신총점심비)를: 옹기종기 새로 올라와 점점 깊고 그윽한 맛이 있어.
逐節蛻籜黃(축절태탁황)하고: 마디 따라 허물 같은 싸개가 누렇고(蛻 허물 태, 籜 낙엽 탁)
從條萌葉翠(종조맹엽취)를: 가지마다 새 잎이 비취색이네
朝看纔一二(조간재일이)더니: 아침에 마디가 한두 개 보이더니
暮已添數四(모이첨수사)를: 저녁에 서너 개가 더 보이네.
虗靈謝黯黮(허령사암담)하고: 허령한 기운은 암담함을 사양하고(黯 어두울 암, 黮 검을 담)
正直耻嫵媚(정직치무미)를: 바르고 곧아서 아양 떠는 것을 부끄러워하네.
排空獨聳林(배공독용림)하고: 허공을 밀쳐내며 우뚝 솟아 숲을 이루고
逬砌巧穿地(병체교천지)를: 섬돌에 솟아나 교묘하게 땅을 뚫었네.(逬 솟아날 병, 砌 섬돌 체)
隨肩若有序(수견약유서)하고: 어깨 따라 나온 순서가 있는 것 같고
挺立如知次(정립여지차)를: 빙 둘러 서서 차례를 아는 것 같아(挺 둘러칠 정)
風行子猷韻(풍행자유운)하고: 바람이 불어오니 댓잎이 노래를 부르고(猷 꾀할 유, 韻 소리 운)
雨過湘妃淚(우과상비루)를: 비가 지나가니 왕녀가 눈물을 떨구네.
幽人愛無斁(유인애무두)하여: 숨어사는 사람이 싫증 내지 않고 사랑해
日日相對視(일일상대시)를: 날마다 서로 바라보네.
<晦隱集第一(회은집제일), 詩(시)>, 南鶴鳴(남학명)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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