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을 듣는 즐거움

류준하 음악애호가 / 기사승인 : 2019-08-14 1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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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 반하다

‘서곡(Overture)’은 오페라나 연극, 발레 등에서 도입부에 연주되는 관현악곡으로 극의 내용과 음악적인 소재를 미리 보여주면서 전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서곡은 연주시간이 짧은 경우는 5~6분, 길어도 10분 정도여서 보통 30분이 넘는 교향곡에 비해 시간적인 부담이 훨씬 덜하다. 그러면서도 음악 속에 저마다의 다양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 흥미를 갖기 쉽고, 일정한 수준 이상의 작품성을 지닌 곡들이 많아 클래식 음악에 처음 입문하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관현악곡을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악이다.


널리 알려진 서곡 작품 중에는 ‘세빌랴의 이발사(Le Barbier de Seville)’나 ‘윌리엄 텔(Guillaume Tell)’ 같은 오페라 서곡이 있고,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같은 연극음악의 서곡도 있다. 그리고 이들과는 달리 ‘목신의 오후(L'Apres-Midi d'un Faune)’나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처럼 오페라나 연극음악이 아닌 달랑 서곡 하나만 존재하는 이른바 연주회용 서곡도 있다.
오페라 탄생의 초기에는 ‘서곡’이란 형태의 음악이 없었으며 17세기경 이탈리아 베네치아 악파(Venetian School)에 의해 서곡의 형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베네치아 악파의 오페라 작품들이 프랑스에 알려지면서 륄리(Jean-Baptiste Lully, 1632~1687)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프랑스풍의 서곡'이 만들어졌다. 이는 다시 독일로 건너가 큰 호응을 얻었는데, 이곳에서 서곡은 오페라의 부속 음악이 아닌 독립된 기악 음악으로 발전하였다.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관현악 모음곡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4곡의 관현악 모음곡 첫 악장에 모두 프랑스풍의 서곡을 사용했다.

 

▲ 괴테와 에그몬트


이외에도 서로 다른 장르에 사용된 서곡 몇 곡을 예를 더 들어보자. 16세기 중엽, 스페인의 통치에서 벗어나려는 네덜란드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핀 영웅의 이야기를 다룬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희곡 ‘에그몬트(Egmont)’에 큰 감동을 받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동명의 부수음악(연극에 사용되는 음악)을 작곡했다. 그 첫 곡이 그 유명한 ‘에그몬트’ 서곡이다. 


극의 내용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새벽-폭풍우-고요함-군대의 행진’ 등 모두 4부분으로 구성해 한 편의 서곡만으로 작품 전체의 대략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든 명곡이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의 마지막 오페라 ‘윌리엄 텔’ 서곡이다. 이 작품은 합스부르크 지배하의 스위스에서 활의 명수 윌리엄 텔의 활약으로 혁명을 성공시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 ‘윌리엄 텔’의 한 장면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46세가 되던 1879년에 브레슬라우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그 고마움의 뜻으로 이듬해에 작곡한 곡이 ‘대학축전 서곡(Academic Festival Overture)’이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우리만큼 학벌을 따지는 곳은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책가방의 끈이 그다지 길지 않았던 브람스에게는 그런 점이 마음 한 구석의 열등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지 박사 학위에 꽤나 흡족했던 모양이었고, 그런 마음을 한 곡의 연주회용 서곡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 작곡가 비제(Georges Bizet, 1838~1875)가 쓴 오페라 <카르멘(Carmen)>의 후반부에는 주인공인 카르멘이 카드를 가지고 자신의 운명을 점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음이라는 점괘를 받아들고 실망하는 얼굴빛이 역력하다. 반드시 오페라 속 장면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앞날에 대해 궁금해 한다. 짧은 서곡 하나로 작품 전체를 들여다보듯 인간의 삶을 간단하게 서곡처럼 엮어서 미리 보거나 들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 발레 <카르멘>에서 카드점을 치는 장면


류준하 음악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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