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사기

박현철 변호사 / 기사승인 : 2020-07-01 11: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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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투자는 식지 않는 유행이다. 주식, 부동산, 심지어 요즘은 스포츠토토도 충분히 분석하면 투자라 부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결국 ‘돈’. ‘돈’이란 참 독기가 세다. 최근 ‘기획부동산’이라 불리는 사기 사건들이 상담의 다수를 차지한다. 


사실 기획부동산이란 사전적으로는 수익이 예상되는 지역의 부동산을 상품화해 기획하는 사업체들을 의미하나, 다양한 유형의 사기 방식을 개발(?)하는 사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기획부동산이란 용어 자체가 허위의 정보나 허위의 물건을 생성해 매수인들을 기망하고, 해당 수익금을 갖고 도망치는 업체를 의미하기 시작했다.


기획부동산의 유형은 다양한데 굳이 분류하자면 세 가지 정도가 될 것이다. 첫째, 토지의 소유권이나 토지를 매도할 권리가 없음에도 마치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거나 자신들이 매도할 권리가 있는 것처럼 꾸며 매매 대금을 편취하는 형태다. 너무 산골짜기에 있는 부동산이나 현재는 다른 사람의 소유지만 곧 매수할 것처럼 꾸민 부동산은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수천수만 평, 몇 억짜리 토지를 사며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 하겠지만 수십수백 건의 사기 경험과 바람잡이만 있다면 여러분이 속는 것, 필자 역시 속는 것은 순식간이다. 이 유형이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다륹 유형들은 100만 원짜리 땅인 줄 알고 샀는데 5만 원짜리 땅인 경우들이라 어쨌건 내 명의의 땅이 눈곱만큼이라도 생긴 반면, 이 유형은 애당초 받을 땅조차 없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둘째, 매매 계약서에 명시된 토지가 아닌 다른 땅을 보여주거나 개발 계획을 허위로 날조해 그 용도를 속이는 유형이다. 이 유형이 가장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이다. “사장님, 이 땅이 바로 72-1번지 땅입니다. 양옆으로 대형 마트, 종합병원도 있고 앞쪽으로 6차선 도로도 있고, 유동인구만도 엄청나지요. 글쎄 이 땅이 급매로 평당 300만 원에 나왔다는 거 아닙니까.” 혹할 수 있다. 땅만 사고 주차장으로만 써도 수익이 날 것만 같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당신이 사는 그 매매 계약서상의 땅이 당신이 서 있는 그 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향후에 형사고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하며 “분명 양옆에 마트와 병원이 있는 땅을 보여주더라니까요”라고 절규해봤자 재판장의 물음은 하나일 것이다. “그러니까 그랬다는 증거가 어디 있죠? 당시 그 땅 위에서 저 사람이 그 이야기를 한 영상이 있나요?”라고. 또는 투자자 유치 행사, 투자자 설명회 등을 열어 “울산 **지구의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곧 3000세대 아파트가 들어올 예정이랍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 몰라도 여러분한테만 알려드리는 거예요”라며 정부의 개발정책, 지자체의 용도변경 계획을 거짓으로 홍보하는 방식이다. 실상은 그린벨트, 철새 도래지 등 아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며, 그날 설명회 때 받은 팸플릿 하단을 자세히 보면 조그만한 글씨로 쓰여 있을 것이다. “개발 계획은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합니다.”


셋째, 하나의 토지를 수십 명에서 수백 명까지 나눠 구입하기로 하는 공유지분등기. 몇 년 전부터 다시 유행하는 방식이다. 평당 가액 500만 원의 3000평짜리 토지가 있는데 몇 천 세대 아파트가 곧 들어서고 2배 이상 지가가 오를 것이라는 허위 정보로 300명이 10평씩 구입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3000평짜리 토지 전체를 구입하려면 15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지만, 5000만 원 정도의 목돈을 투자해 1억 원을 회수할 수 있다면 생각이 달라지는 심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몇 천 세대 아파트가 들어오는 계획은 애당초 있지도 않았기에 지가가 오르기는커녕 매년 세금만 부과될 뿐 아니라, 수백 명이 하나의 토지를 공동소유로 갖고 있어 개개인이 그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초기에 공유 지분으로 등기를 하더라도 향후 각자의 등기를 분할해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을 수 있으나 법규상 분할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경차 한 대를 구입했는데 500명이 공동으로 이용하기로 한 모습처럼, 그 누구도 무엇 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안타까운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 사연이랑 똑같네’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자책할 것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모색해 봐야 한다. 결론은 사기죄의 형사고소 및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청구다. 민사소송은 채무자가 자력이 있음에도 변제하지 않는 경우, 또는 채무 자체를 부인하는 경우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 그 집행권원을 확보해 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까지 이르게 하는 대여금 반환 청구의 가장 정통 방식이다. 반면, 형사고소의 경우 채무자의 대여행위에 관한 일련의 과정을 살펴봤을 때, 채권자를 기망하고 불법영득의 의사, 즉 부당하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려는 의사가 보일 경우에 변제를 간접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힘을 이용하는 간접적인 방식이다.


두 방식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민사소송의 경우 판결문을 받아놓는다면 채무자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으며, 판결문을 받은 날로부터 12%의 이자를 지급받을 수 있고, 판결이 난 뒤부터 10년 동안은 채권이 소멸되지 않고 유지되며, 언제든 압류나 추심을 통한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채무자가 자력이 전혀 없거나 재산을 전부 차명으로 해 둔 경우 판결문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소송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며 변호사의 도움 없이 섣불리 진행하다가 자칫 잘못된 판결이 나오게 되면 기판력이 발생해 다시금 소송을 할 수 없게 되는 단점이 있다.


반면, 형사고소의 경우, 만날 수도 없는 채무자를 어떤 방식으로건 수사기관에서 찾아줄 수도 있고, 채무자가 지레 겁을 먹고 바로 변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며, 형사고소를 통해 채무자를 처벌받게 함으로써 나름의 감정적인 위로도 받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형법상의 사기죄 구성요건을 입증해 채무자의 기망행위를 인정받기가 결코 녹록치 않으며 형사처분만 이뤄지고 변제는 없는 허무한 결론이 발생하기도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안 고친 채로 사육을 지속하는 농장은 없다. 소를 전부 잃었다면 가져간 자를 찾아야 할 것이고, 일부 잃었다면 외양간을 고친 뒤 일부를 가져간 자를 찾는 것이 방법이다.


박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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