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친일파 그리고 토착왜구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8-14 11: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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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오늘에 다시 묻는다. ‘친일’이란 ‘친일파’란 도대체 무엇인가? 아베 정권 일본이 촉발한 한일 간 경제전쟁이 격화되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국민들은 일본 불매운동과 아베 규탄 촛불운동으로 정의로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그러나 식민지배 이래 지금까지 한국의 열등함을 내면화한 극우세력 보수 언론과 추종자들은 이번 전쟁도 이기기 어려우니 굴욕을 감수하고 무조건 무릎 꿇자고 주장한다. 


1910년 8월 22일, 조선의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은 일본의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협조해 ‘한일병합조약’에 서명하고 조인했다. 이로써 조선은 공식적으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조선일보는 70여 년 전 새해 첫날이면 어김없이 1면 전체를 일본 천황 부부 사진으로 채워 충성을 맹세하고, 징병과 징용을 독려하며 일제 지배를 찬양하는 사설을 썼다. 


‘친일파’라는 단어는 민족문제연구소를 태동시킨 임종국 선생이 1966년 출간한 <친일문학론>에 처음으로 나온다. ‘친일’은 “일본과 친하다”라는 뜻이지만 ‘친일파’라는 명칭은 당시 기득권 사회지도층 세력인 부일배를 일컫는 말이었다. 부일(附日)은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하다”라는 뜻으로 단순히 일본과 친하다라는 개념을 넘어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의도를 적극적으로 도운다는 의미다. 따라서 ‘친일파’는 1905년에서 1945년까지 일제가 조선을 침탈하는 과정과 일제강점기라는 특정한 시기에, 일제 침략에 협조해 국권 상실에 가담했거나, 일제를 등에 업고 동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독립운동을 방해한 자들을 총칭한다. 대한제국 시절 한일병합에 적극 찬성하거나 참여한 자와 당시 고위 관직자 근무자 등 일제강점기에 친일행위를 한, 즉 당시 일본의 정책을 지지한 자, 적극적으로 협력해 부를 쌓고 권세를 누린 자들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칭하기도 한다. 현재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본과 서로 필요한 친밀한 관계를 갖는 소위 ‘일본(인)과 친하다’는 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구한말 조선 조정의 무능과 일본의 위대함을 부르짖던 그 목소리 그대로 그들은 이번 전쟁이 ‘무능한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참사’이며 ‘경제를 폭망시켜 국민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다. ‘토착왜구’란 표현은 참으로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토착왜구’들에 의해 세뇌되고 선동당한 일부 극우세력은 적장 아베 총리에게 사죄의 절을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친일’은 해방직후 해결됐어야 할 문제였으나 민주화 이후 2000년대에 와서야 본격 거론되면서 정략적인 좌파세력의 정치적 음모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았다. 역사청산을 위한 민족적 염원을 가지고 출발한 반민특위는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당한 직후 ‘친일파’ 이승만 정권에 의해 허무하게 와해됐다. 반민특위가 친일파를 청산한 것이 아니라 친일파에 의해 반민특위가 청산된 역사의 아이러니였다. 친일청산론자들을 아예 빨갱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친일파 독재정권이 계속 유지됐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에 이르러 비로소 정부와 민간이 함께 ‘친일’을 공론화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친일파’ 청산의 실패는 뼈아픈 역사의 오점이다.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강고해진 반공주의로 인해 ‘친일’ 논의는 이념논쟁으로 변질되면서 우리 역사를 왜곡시켰다. 현재 시점에서도 ‘친일’은 매우 엄중한 의미를 가진다. ‘친일파’들은 반민특위 와해 이후 아무 반성 없이 기득권을 향유하며 이 나라 지도층에 군림하면서 자신을 독립운동가로 둔갑시키는 역사왜곡까지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우리 사회는 우리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 민족 독립국가 건설을 훼방 놓는 반동세력 토착왜구들을 목격하게 됐고, 사회정의를 확립하고 민족통합을 이룩하는 가치관 확립에도 아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극우세력이 추종하는 이른바 ‘식민지 근대화론’ 즉,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한국의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주장은 허구일 뿐이다. 일본은 아직도 진정한 의미의 근대화를 이루지 못한 정치 문화 후진국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민주 정치 역량을 가졌고, 경제도 비할 바 없이 성장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반문명적 반인륜적 아베 정권’이 버젓이 통치하는 현재의 일본과 대비해 한국의 근대는 인권과 인간존엄 그리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근대적 정신을 성장시켜나가는 과정 즉, 민주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겪고 ‘문재인 촛불 정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이번 전쟁을 치를 것이고 또 반드시 이길 것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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